장농면허 됨. 취미생활 갖기. 긴 휴가(Long Vacation) 보내기
첫번째, 조종사의 자격증이 장농면허가 됩니다.
에어라인 조종사는 최근 비행경험이 있어야 합니다.
너무 오랫만에 비행을 하면 비행절차를 수행하는데 문제가 있을 수 있고, 실력이 녹슬 수 있기 때문인데요.
모든 조종사들은 기본적으로 90일 이내에 3번에 이착륙 경험이 있어야 합니다.
요즘 코로나로 국제선 비행이 많이 줄어서, 많은 조종사들이 3달 이상 비행을 못하고 있습니다.
저도 3달 이상 비행을 못했습니다.
그래서, 조종사 면허가 장농면허가 됐습니다. 휴면상태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제 면허가 다시 살아나려면 2가지가 필요합니다.
1. 시뮬레이터 훈련
2. 노선심사 비행
시뮬레이터가 무엇인지는 많은 분들이 아실 겁니다.
저는 '움직이는 컨테이너 박스'라고 부르고 싶네요.
조종사가 이 가짜 비행장치에서 연습하는 이유는 실제 비행기로 연습하면 정말 위험한 것들을 여기서 연습하는 거죠.
예를들면, 엔진에 소화기를 분사한다든지, 한쪽 엔진시동을 끄고 착륙하거나, 전기시스템 없이 조종한다든지, 안개로 앞이 하나도 안 보이는데 접근한다든지 하는 위험한 비행들을 연습합니다.
시뮬레이터 훈련이라고 말씀 드렸지만, 훈련과 동시에 시험도 봅니다. 이론시험, 구술시험, 실기시험으로나눠져 있지요.
시뮬레이터 평가를 무사히 통과하면 실제 비행기를 타고 노선심사 비행을 합니다. 회사심사관 조종사님이 부기장석에 앉으셔서 같이 비행을 진행합니다.
이 평가에서 떨어지면 다시 비행훈련을 받고 다시 시험을 보아야 합니다.
저는 다음달에 시뮬레이터 평가를 할 예정입니다. 장농면허에서 탈출해 보겠습니다 ^^
두번째, 수입이 줄어듭니다.
조종사들의 월급에 대부분이 비행수당이 차지합니다.
비행을 못하게 되면 대부분의 월급을 못 받게 됩니다.
요즘에는 거기에 한발 더 나아가 무급휴직을 실시하는 곳도 많지요.
왜냐하면, 항공사들이 수익을 내지 못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많은 여객수송 항공사들이 화물을 싣고 비행을 하는데요.
너무 많은 항공사들이 수송에 몰리다 보니, 가격경쟁이 심해져서 그나마도 돈이 안 된다고 하네요.
몇 일전에 <세계는 지금>이라는 TV를 보니 브라질은 프로축구선수도 음식배달일로 생계를 꾸려나간다고 합니다.
여기저기 힘든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네요.
세번째, 강제로 새로운 취미생활을 하게 됩니다.
에어라인 조종사들은 비행할 때도 바쁘지만, 비행이 없는 날에도 다음에 계획된 비행을 준비하고, 공항지도를 연구하거나, 바뀐 회사규정 공부하느라 바쁩니다.
건강유지를 위해 운동하는 것 말고는 시간이 그다지 없거든요.
그런데 조종사가 날지 못하게 되면, 시간이 굉장히 많이 남아 돕니다.
그래서 모처럼 이 시간들을 의미있게 보내려고 하는데요. 저의 일과를 말씀 드려볼까 합니다.
우선 인터넷으로 알바자리도 알아보고요(그런데 마흔이 넘으니 알바 구하기가 어렵네요)
딸아이에게 피아노를 배우고 있습니다. 딸아이랑 노래하면서 피아노를 치고 놉니다.
브런치에 작가등록을 해서 매일 글도 올리고 있습니다. 대학교 때부터 이것저것 글로 써보고 싶었던 것들이 있었는데 이 시기에 꿈을 실현하게 되었네요.
그리고, 남는 시간에 브런치에 쓴 글들 중에 괜찮은 내용으로 유튜브 영상도 만듭니다.
유튜브 영상이랑 브런치 글들이 수십편이 넘다보니, 이 내용들을 따로 편집해서 홈페이지도 만들어 보았습니다.
웹주소는 캡틴박(http://CAPTAINPARK.CO.KR)입니다.
혹시 사람들이 저에 홈페이지에 있는 광고를 클릭해 주신다면, 광고수익도 올릴 수 있습니다.
힘을 내어서 이 시기를 건강하게 잘 버텨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흔이 넘을 때까지 쉬는 날 없이 열심히 살아왔거든요.
이렇게 길게 쉬게 되었으니, 이 시간을 긴 휴가라고 생각하려구요.
앞으로 다시 오지 않을 저에 인생 최대의 휴가. Long Vacation이라고 말이죠.
누구에 인생에서든 힘든 시기는 있잖아요.
하지만, 힘든 시기를 이겨내면 다시 인생에 봄은 찾아옵니다.
그럼 항공산업이 다시 살아나고, 모두가 자유롭게 여행을 다닐 날을 기다려 봅니다.
오늘도 무탈하게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