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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ndraw May 07. 2023

호의가 호구가 되는 시간

눈 뜨고 코베인


 분주한 월요일 아침이었다.

 다른 회사도 그런 지 모르겠지만 월요일 아침은 전주 매출을 챙기고 오후에 있을 회의 준비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 와중에 고객상담실에서 전화가 왔다. 내 담당은 아니지만 너무 급하게 나를 찾아서 물어보는 데다가 담당자도 바빠 보이길래 나름 성의껏 대답해주고 잘 마무리했다… 고 생각했다.


 오후에 회의 중에 부재중 전화가 계속 오길래 전화를 받았더니 그 건에 관해서 고객이 많이 화가 났으니까 업체랑 통화해서 증빙을 좀 급하게 받아달라고 한다. 그래서 담당인 후임에게 이러이러한 일이 있으니 처리 좀 해달라고 했더니, 업체랑 통화를 하고서는 증빙을 메일로 나한테도 보내달라고 얘기했다고 한다. 좀 어이없었지만, 그냥 전달만 하면 끝인 것 같아서 다음 날 아침 내가 증빙자료를 전달했고 마무리했다 생각했… 지만 다음날 소비자 상담실에서 또 연락이 와서 이번에는 나를 직접 언급하며 업체와 중재를 해달라고 한다…


 호의를 베풀다 보니 일은 커져만 가고 내 담당도 아닌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게 되었다. 연락 온 내용을 팀원들에게 설명했으나 담당자는 자기에게 일이 떨어질까 봐 입을 꼭 다물고 있길래 화가 나서 팀 단톡방에 담당에게 ‘업체에게 연락해서 해결방안 확인해 주세요’ 했다. 그랬더니 담당자는 자기는 그런 걸 해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하냐면서 나의 상사에게 따로 메신저까지 보낸 모양이다… 후…


 나의 호의는 이렇게 나를 호구로 만들어 내가 이 더러운 일을 마무리 짓게 생겼다. 내가 바보 같았다고 자책해 봤자 나만 더 바보가 되어 나 자신이 싫어질 뿐..


 눈 뜨고도 코 베어가는 세상에 호의란 사치일 뿐이었는데… 나는 직장 생활이 몇 년 차인데도 이런 호구에 병맛 짓을 한 걸까…

남 일에 오지랖 떨지 말고 내 일이나 잘하자 다시 한번 다짐하는 일요일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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