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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rlieBrown Jan 01. 2016

우리는 지금 어떻게 배우고 있는가?

EBS 다큐 서울대 A+ 학점의 조건을 보고(2015.12.16)

무엇을 배우느냐만큼 중요한 것이 어떻게 배우느냐다.

배움의 궁극적 목적이,
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고,
그 세상에서 스스로에게 필요한 지식을 능동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생각의 주체로서 거듭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면,
어떻게 배우느냐는 더더욱 중요한 문제일 수 밖에 없다....
 
기존의 지식을 요약/암기하는 일은,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기 위한 주요한 과정 중 하나다.
그러나 그것은 말 그대로 과정이므로,
만약 거기에서 배움의 과정을 멈춰선다면, 
그 학생은 거의 아무것도 배우지 않은 것과 다를 바가 없다.
특히나 온전히 참인 지식으로 증명될 수 있는 것이 그 어느 것도 있을 수 없는 인문 사회 과학에서,
그와 같은 학습은 삶의 낭비요, 사회적 자원 낭비다.
우리 사회는, 학생들은 얼마나 많은 자원/삶을 낭비하고 있는 건지,
나는 가늠조차 할 수가 없다.
 
문과를 졸업한 학생들은 취직이 안된다고들 말한다.
문과를 졸업한 많은 학생들이, 자신이 선택한 전공을 후회한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대학에서는 기업들의 수요에 비해 문과 졸업생들이 과잉 공급되고 있다며, 문과 비중을 줄이고자 한다.
여기서 한가지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이러한 현상이, 인문 사회 과학이, 시장에서 갖는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것은 현재 한국의 인문 사회 과학 교육이 얼마나 잘못되어 왔고, 잘못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일 뿐이다.
 
문과 졸업 학생들이 취업이 안되는 것은,
그들이 인문 사회 과학을 공부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그를 제대로 공부하지 못했기 때문이며, 
학교에서 그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결코 인문 사회 과학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사실 인문 사회 과학만큼, 능동적 사유의 힘을 기르기 좋은 과목들도 없다.
인문 사회 과학의 상당수 지식들은 참과 거짓이 분명하지 않다.
분명하지 않기에 단순히 이해하고 암기하는 것을 넘어 분석해야 하고, 
그 지식들의 논리적 정합성과 현실성을 따져봐야 하며,
그 습득한 지식들을 숙주로 삼아, 더 나은 자기 지식을 만들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분석력, 비판적 사고력, 인문/사회과학적 상상력을 길러질 수 있다.
Catch-up단계를 이미 십수년 전에 끝낸 한국 사회에서, 
이 사회의 기업들은 점점 더 이러한 능력을 갖춘 인재들을 필요로 해 왔다.
인문 사회 과학이 시장 경쟁력이 없다는 명제는 타당하지 않다.
한국의 교단에서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인문 사회 과학이,
시장 경쟁력이 없다는 명제가 보다 적합한 표현일 것이다.
 
적으면 40명, 많으면 200명 가까이의 학생들을 교실에 빽빽히 채워놓고,
고등학교 수업에서나 있을 법한, 단순 지식의 암기를 강요하는 지금의 수많은 대학 수업들을,
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도대체 그렇게 학습한 지식들이, 
학점으로 환원되는 것 이외의, 각자의 삶의 지점에서 무슨 의미가 있을 수 있을까?
단순 지식의 습득은, 
강의가 아니라 독해를 통해서 가장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으므로,
그런 대학 수업과, 그 수업을 지행하는 강사는 존재 이유가 없다.
 '가만히 있으라'라는 말은 세월호 승무원들만 했던 얘기는 아닌 것 같다.
배는 가라앉고 있는데, 승무원들은 아이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말함으로써, 아무런 생존 수단도 없는 그들을 차가운 바닷 속 한 가운데로 밀어넣었다.
세계는 변화하고 있는데, 선생들은 학생들에게 자신이 가르친 지식의 세계에서 가만히 머물러 있으라고 말함으로써, 그들을 아무런 경쟁력도 없이, 냉혹한 시장의 세계로 밀쳐내고 있다.
기업들이 노동력을 구하는 것은, 사람들의 삶을 보장해주기 위함이 아니라, 기업 자체의 생존을 위함이므로,
그렇게 밀쳐진 이들을 구해주진 않을 것이다.
 
한국 최고의 지성들이 모인 서울대학교에서조차
 높은 학점을 받는 비결이, 교수의 말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잘 받아 적는 것에 있다라고 하는 사실은,
비극적이 일이다.
그러한 비결은, 중고등학교에서 그 맥이 끊기기를 나는 진심으로 바랬다.
한국 사회 최고 엘리트가 받는 교육 수준이 그러하다면,
한국 사회의 현재 교육에서, 희망은 없다.
그리고 이 교육의 비극은, 
결코 교육의 영역에서만 그칠 수 없다는 사실이,
한국 사회의 전망을 더욱 우울하게 만든다.
 
자기 논문이 하나도 없는 사람이 교육부 장관 후보로 올라가고,
이름만 바꿔서 책을 출판하는 현직 교수들이 부지기수로 고소가 되는 이 교육계의 현실에서,
과연 누가 이 비극을 멈춰줄 수 있을까.
이러한 현실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시험을 끝마치고,
생각이 깊어지는 밤이다.


관련 블로그 링크 : http://ebsstory.blog.me/22057551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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