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있는 삶에 관하여(2010.08.30)
# 1
그루누이,
그녀를, 그 궁극의 아름다움을 취하고자 나아간 이방인.
그는 이방인이다.
온전히 이방인이다.
우리는 세계를 보지만,
그는 세계를 맡는다.
그에게는 냄새가
세계가 자기 존재를 증명하는 유일한 길이자, 본질이다.
구분하지 않는다,
무엇이 좋은 냄새이고 나쁜 냄새인지.
그게 무에 중요하랴.
모든 것들과, 모든 이들이
그 냄새를 통해 내가 나임을 보여주고 있을진데,
# 2
그러다 그는 직면하다.
향기를, 그녀의 향기를.
그 향기는 그를 그녀에게로 이끌고,
그는 그 향기를, 그러니까 그녀를 취하기 위해 나아간다.
하지만 그게 어디 쉽게 될 일인가?
그는 첫 만남에서 미끄러지고,
그렇게 그녀의 향기는, 그녀는 사라져 간다.
떄문에, 그는 결심한다.
그녀와도, 그녀의 향기와도 같은, 그 궁극의 향기를 영원히 갖고야 말겠다고.
그리고 그 향기를 통해
자기 자신의 존재를 이 세상에 증명해 보이겠다고.
그 날 이후,
그것이 그의 삶의 목적이자 존재 이유가 된다.
# 3
인간의 욕망은 무섭다.
특히나 관계를 살아움직이게 하는 사랑이 결여되어있을 때
욕망에 사로잡힌 인간이 나아가는 길은 잔인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그루누이가 더 애처로워 보이는지도 모르겠다.
그는 이 사회에서 그 어떤 사랑도 받지 못했고,
때문에 관계를 위한 그 어떤 규칙도, 사랑도 내면화하지 못했다.
태어나면서 버려지고,
고아원에서는 이방인이라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하는 등,
그를 만난 그 어느 누구도
그를 진정으로 사랑으로써 대해주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자비를, 존중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때문에 그는
자기 욕망의 실현을 향해,
오직 그것만을 목표로 나아간다.
무지하다는 아무런 의식도 없이, 그토록 무자비하게.
그리고 수많은 시행착오와 위험을 넘어,
다른 수많은 이들의 죽음을 통해
그는 결국
그가 얻고자 했던 궁극의 향수를 얻어낸다.
그리고 그는 그 궁극의 아름다움을 통해
사람들에게 자신이 누구인가를 증명한다.
# 4
그러나 그것뿐이라.
그 향기를 지녔던 그녀와의 헤어짐은 되돌릴 수 없고,
이제 그것으로 자기 삶의 의미는 끝이 났다.
다른 이들이 환희에 젖어있을 때,
때문에 그의 두눈에서는 눈물이 흐르지 않을 수 없었다.
욕망의 실현은 순간의 환희를 낳고,
그와 동시에 자기 자신의 소멸을 낳듯이,
그루누이 또한 그러한 욕망의 길을 택했고,
결국 자기 자신의 태어난 바로 그곳에서
영원한 안식의 세계로의 여정을 떠난다.
# 5
그루누이를 보면 애처롭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히 그가 그 누구의 사랑도 받지 못한 채 삶을 살았기 때문이 아니라,
그의 삶의 여정이,
우리 자신의 모습의 일면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 것을 목표로 삼고,
그것에 여러 의미 부여를 하며,
묵묵히 그것을 실현하고자 나아간다.
그 설정한, 혹은 부여받은 목표를 간절히 욕망하면 욕망할수록,
그 과정은 치열해지며,
또 어떠한 의미에서 즐거움을 느낀다.
그러나 사실상,
그것이 성취되고 나면,
그리고 그로부터 오는 순간의 성취감이 나타나고 나면,
그 뒤에는 아무것도 남지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이미 성취해버린 일의 의미는 사라지고,
인간은 어디로가야할지 몰라 방황한다.
이 방황을 끝내고 다시 살아가기 위해서는,
다시 목표를 재설정해야한다.
마치 아편처럼,
목표와, 그것의 성취를 통해 살아가는 인간은,
다시 그것의 효능이 다했을 때
새로운 아편을 맞지 않으면 안되다.
단지, 그루누이는 지상에서의 궁극의 목표를 맞았기 떄문에,
더이상 새로운 목표를 설정할 수 없었고, 때문에 이 지상에서의 삶을 끝낼 수 밖에 없었을 뿐이다.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성취하고
다시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향해 나아가고,
그러한 인간의 삶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루누이에게는 죽음이 있었다.
우리가 의미있게 여기는 삶이,
사실은 그것을 실현하지 못했기에 그렇게 의미있다고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그것을 실현나고나면 실제로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이러한 생각이 미치자,
그의 죽음이, 그리고 우리 인간의 삶이 너무나 애처롭게 보인다.
삶의 의미란 그저 인간 스스로가 부여한 당위적 목표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기도하고,
어차피 삶이 그런 것이라면,
작은 목표를 이룬다고 아둥바둥 서로 싸울게 아니라,
서로 돕고 사랑해서, 두루두루 함께 행복하도록 살아가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