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온블리 Mar 15. 2021

엄마가 수술한 사실을 다음날 알게 되었다.

부모는 그렇다




'뚜루루루'

'찰칵'

'여보세요? 아버지, 엄마가 전화를 안 받으시네요. 어디 가셨어요?'

'엄마가 말을 안 했나 보네..'


어머니가 수술했다는 사실을 수술한 다음 날 알게 되었습니다. 굳이 묻지 않아도 알 것 같았습니다. 자식들 걱정할까 하는 마음이었겠지요.


어머니께 전화를 걸어 당장 내려가겠다고 했더니 굳이 올 필요 없다며 오지 말라 하셨습니다. 먼 걸음 하는 걸 미안해하셨습니다. 평생을 자식을 위해 사셨음에도 뭐가 그리도 미안하신지….


저도 두 딸이 있습니다. 아이가 아프거나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당장 휴가를 내고 달려갑니다. 우리 부모님도 분명 그랬을 테고 세상 모든 부모 마음이 같을 겁니다.


한사코 말리는 어머니의 말을 듣지 않고 곧장 시골 부모님 댁으로 내려갔습니다. 어머니는 병원에서 치료 중이었고, 아버지는 홀로 끼니를 챙겨 드시고 있었습니다. 그새 냄비도 하나 태우셨습니다. 막내아들 찾아오니 그리도 반가우셨는지 아이처럼 좋아하셨습니다.

다음 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아버지 아침밥을 차려드렸습니다. 전날이 아버지 생신이어서 간편식이지만 미역국을 끓였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커피도 한 잔 했습니다. 부자지간 마주보며 차를 마신 게 얼마 만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습니다. 아버지와 단 둘이 마주앉아 꽤 긴 시간을 이야기 나눴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어머니가 좋아하는 과일과 간식을 가득 사들고 병원에 찾아뵈었습니다. 고생한다고 오지 말라던 어머니, 우리 막내아들 왔다며 병실 사람들에게 아들 자랑하기 바쁘셨습니다.


한평생 자식 걱정으로 사는 삶,

한평생 자식 자랑하는 낙으로 사는 삶,

부모는 그런 존재인가 봅니다.


* 3주 전 일입니다. 어머니는 다행히 어제 퇴원하셨습니다. 어머니 입원해 있는 동안 매일 아침저녁으로 아버지와 어머니께 전화했습니다. 그렇게 고마워하셨고, 그렇게 좋아하셨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