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온블리 May 03. 2021

팀카를 만들었다.(개카 x, 법카 x)

슬기로운 직장 생활


팀카란?

‘팀원을 위한 카드’의 줄임말로 팀원이 업무상 소소하게 드는 비용을 부담없이 쓸 수 있게 만든 카드입니다.


누가 쓸 수 있나요?

팀카는 오직 팀원을 위한 카드이며, 복지2과 팀원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쓸 수 있습니다.


세상에서 단 하나 뿐인 카드 '팀카'




나는 지금까지 네 번의 이직을 경험했다. 신기하게도 근무 지역이 모두 달랐다. 대구, 서울, 인천, 김제, 대도시와 농촌까지 다양한 지역, 조직, 문화, 사람을 경험했다. 믿고 따르고 싶은 상사, 건강한 조직도 있었지만, 나쁜 상사와 조직도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비상식적인 말과 행동, 비인격적인 모욕을 경험했다. 요즘 같으면 말도 안 되겠지만, 그땐 그저 바보처럼 참고 삼켜야 했다.



나쁜 상사 밑에서도 깨달은 것이 있다. 


그건 바로 반면교사였다. 나는 팀장이 되면 절대 저렇게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사실 다짐은 누구나 할 수 있으나 오래도록 그 마음을 지키는 것이 어렵다. 그래서 부단히 성찰하려고 노력했다.

     

세월이 흘러 나도 팀장이 되었다. 직원일 때와 달리 팀장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시작했다. 직원교육 시스템을 정착시키고 슈퍼비전 체계를 만들었다. 직원이 어려움을 호소하면 불편하더라도 윗사람과 직면했다. 자유로운 의사소통 구조를 만들기 위해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을 고민하고 제안했다. 자유로운 의사소통 구조는 조직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친다. 무엇보다 후배들이 사회사업 가치와 의미를 잃지 않길 바랐다. 가치 있고 의미 있게 실천하려면 조직 문화가 즐거워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팀카를 만든 이유


그 밖에도 팀장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고민하다 올해 1월에 팀카를 만들었다. 사회복지기관은 정부의 보조금과 후원금으로 운영된다. 일반 기업과 달리 쓸 수 있는 용도가 매우 까다롭고 제한적이어서 법인카드를 아무렇게나 쓸 수 없다.


일을 하다 보면 소소하게 개인 비용이 나갈 때가 있다. 홀로 사는 어르신을 방문하거나 다른 기관을 방문할 때 비용이 들기도 한다. 또, 사회복지사는 운전할 일이 많은데 원치 않는 교통사고가 나거나 벌금을 맞기도 한다. 이때 들어가는 본인 부담금도 개인의 몫이다.


그래서 만들었다. 업무와 관련이 있음에도 법인카드를 쓰기 애매할 땐 언제든 마음 편히 쓸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함이다. 적립금은 오직 팀장이 감당한다. 매월 급여에서 5만 원을 따로 떼어 통장에 적립하고 외부자문이나 강의로 발생한 수익금 일부를 팀카에 쓰기로 했다.


팀원은 팀카가 필요할 때 ‘팀카 씁니다.’ 한 마디면 된다. 어디에 쓰는지 이유는 묻지 않는다. 단, 개인용도로 쓰는 건 안 되고 본인 업무와 팀 업무에 필요할 때 가능하다. 이해를 돕기 위해 팀카 활용법을 만들어 직원들에게 설명했다.



[팀카 활용법]

1. 카드 사용처

1) 팀 회식(팀장 없이 우리끼리 모임도 얼마든지 가능)

2) 가정방문, 타 기관 방문 시 소소하게 드는 비용

3) 대학생 실습 지도에 드는 비용

4) 불법 주차, 교통신호 위반 등 벌금 납부(금액의 50%) - 스스로 법규를 지키도록 노력해요.

5) 기타 본인 업무 또는 팀 업무 진행에 필요한 경우(보조금 사용이 애매하면 언제든)     


2. 사용방법: '팀카 씁니다.' 한 마디면 끝

3. 예산출처: 팀장 급여에서 매월 5만 원씩 적립, 팀장의 외부자문, 강의 수익 일부를 적립

4. 기타안내: 잔액 부족 시 사용이 어려울 수 있음


          



1월부터 4월까지 350,000원을 적립했고, 팀 회식, 커피 원두 구매, 직원 골든벨 선물, 직원 교통 범칙금 50% 지원, 외부 손님 접대 등 사유로 330,000원을 지출했다.


사람들은 말한다. 조직을 바꾸는 것은 기관장의 몫이라고. 그 말도 맞다. 리더의 역할은 정말 중요하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신입이든 팀장이든 관장이든 조직은 각자 자리에서 자기 역할을 할 때 긍정적으로 변할 것이란 믿음이다.


현실이 어렵다고 현실만 탓하면 10년이 지나도 변하는 것은 없다. 어떤 상황에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방법론적 사고가 중요하다. 나의 작은 실천이 민들레 홀씨처럼 선한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이미 경험했기 때문이다.


작은 바람이 있다면, 어느 날 말도 없이 팀카를 가져가 쓰고 왔으면 좋겠다. 그만큼 부담 없이 편하게 쓴다는 방증일 테니까.


* 당부의 글

이 글을 쓴 이유는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자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럴 일 없길 바라지만, 제 글을 읽고 누군가를 불평 불만 시기 질투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각자 방식대로 할 수 있는 일을 실천하면 될 일입니다. 더 나은 조직 문화를 위해 힘 써주시길 바랄 뿐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이 생각하는 최고의 보상은 무엇입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