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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키 May 23. 2021

타고난 기질을 갈고 닦는다는 것

막 뻔뻔하고 당당한 거, 그거 어떻게 하는 건가요?

최근 큰 프로젝트를 두 개 진행하며 일어난 일이었다. 하나는 광고 집행을 하며 생긴 일인데, 우리는 특정 시기에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광고를 진행한다. 이때 해당 분야에 전문인 대행사를 섭외하여 업무를 진행하는데, 이전에 계약을 한 대행사는 같이 할 수 없게 되어 새로운 대행사와 일을 하게 되었다.


이슈는 여기서 발생하였다. 대행사로부터 광고 크리에이티브를 제안 받았고 메시지는 모르겠지만 디자인 측면에서 이전 대행사보다 괜찮은 안을 가지고 왔다. 그런데 얼마 후 걸려오는 전화, 크리에이티브 제안 및 제작에 대해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물론, 뒤늦게 알려준 것 부터가 잘못되었다고 본다) 크리에이티브 제작은 그렇다 쳐도,  그 비용 내역에는 통상적으로 무료로 진행되는 업무 범위도 있었다. 어차피 금액이나 내역에 대한 조율이 있을테니까 대행사에서는 모두 포함하여 보낸 듯 보였다. 캠페인 일정이 촉박한데 이런 이슈가 일어난 것도 멘붕이었지만,  내가 대행사의 업무 범위를 몰랐다는 점과 무엇보다 통상적으로 무상으로 진행이 되는 업무 진행에 대한 요청을 어려워하는 내 자신 때문이었다.


나는 본래 조심스러운 성격을 가졌다. 그래서 무언가를 요구해서 얻어내야 하는 것이 참 어려웠고 싸우거나 언쟁을 하는 건 무조건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편이었다. 고등학교 때의 일이 내가 더 조심스러워지게 만든 데 더 큰 기여를 한 것 같지만, 이외에도 우리 가족들 성격과 내 성격을 보면 가족을 성격으로 찾아보라 하면 백이면 백 다 찾을 수 있을 정도로 비슷하다 - 모태 성격인 것이다.  그래서 회사에서 이야기를 할 때도 '쿠션어'를 많이 사용하는 편이고 당당함이 필수인 협상의 순간이 늘 어려웠던 나였다.


그래도 회사 생활을 4년째 하고 한 팀을 담당하고 부딪히며 전에 못하던 강도로 강하게 혹은 단호하게 말하는 것은 이제 잘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고 이번 일을 마주하면서 든 생각은 '넘어야 할 또 하나의 산이 내 앞에 왔구나' 였다. 게다가 이것이 나의 타고난 기질과 성격에는 들어있지 않는 부분을 만들어서 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막막했다. 물론 상사의 가이드라인 덕분에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또 한 번 배웠지만, 자신에게 없는 능력을 만들어내는 건 정말 힘들다는 것을 또 한 번 느꼈다. (게다가  나에게 없는 기질을 발휘해야 하는 유사한 이슈가 다른 업무에서도 발생해서 멘붕에, 멘붕이었다.)


해당 두 이슈들은, 대행사의 업무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특정 계약 조건은 미리 따져보아야 하거나 클레임을 걸어도 법적으로도 유리하다던지 등의 "지식"이 많았다면 더 수월하게 지나갔을 거라고 생각이 든다. 하지만 모든 것을 어떻게 미리 알고 있겠는가. 이제 회사 생활에서 어려운 것이 지나갔다는 생각을 작년을 정리하면서 했는데, 아직 그렇지 않다는 긴장감이 생기고 그리고 모든 것은 직접 부딪혀야만 알 수 있음을 깨닫게 해준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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