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한 지 1주일 만에 갔습니다, 껄껄
독립을 하게 되고, 이사를 하면서 굳건하게 마음먹었던 것 중 하나는 바로 '본가에는 최소 1달 뒤에 가야지'였다. 그런데 이게 웬걸, 나는 이사를 간 바로 다음 주에 본가로 향했다. 나는 기본적인 요리도 할 줄 아는 편이고, 이 혼자 생활을 고대하고 또 고대한 사람이었다. 그런 내가 그렇게 빨리 본가로 향한 건 할머니와 엄마의 밥이 그리워서, 독립이 무섭거나 싫어서 간 건 아니고, 바로 일주일도 안돼서 '주말에 올 거지?(�)' 하고 간절한 눈빛을 쏘는 부모님 때문이었다.
첫 고비는 잘 넘겼다. 처음은 카톡으로 그런 말씀을 하셔서 나는 정리할 것도 있고 약속도 있어서 못 간다고 잘 말씀드렸고, 그렇게 넘어가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주말에 올 수 있냐는 말씀을 또 한 번 하시는 것이다. 아차차, 나는 여기까지는 굳은 마음을 먹지 못했다. 나를 감사하게도 끔찍이도 사랑하는 가족들 덕분에 그렇게 나는 독립한 지 6일 만에 본가로 갔다. 그 주 평일 근무가 다 끝난 금요일이었다.
그렇게 온 본가. 집을 나오기 전의 걱정과 달리 세 분의 표정은 좋았고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내가 가서 표정이 좋으셨던 것 같기도 하다) 집은 참- 넓고 좋았다. 너무 좋았다. 7평 남짓 방 한 칸짜리에 쌓인 짐들과 함께 10보 내로 걸으며 살다가, 방에서 거실 저 끝 편한 소파까지 15보, 거기서 부엌 다용도실까지 또 12보를 걸으니 본가 집은 너무 대궐 같았다. 무더운 여름, 우리 집은 더 시원했고 비교가 안 되는 크기에 마음마저 시원했다.
겨우 6일 만에 갔지만 우리 집은 참 편하고 좋았다. 할머니와 엄마가 맛있는 밥을 지어주셨고, 밤에 잠들 때도 편안하게 눈을 감았다. 복도에 누가 왔다 갔다 거리는지, 옆 방에서 어떤 소리를 내는지 신경을 곤두세울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부모님이 사주신 침대는 참 폭신하고 좋았다. 무엇보다 나를 예전보다 더 소중히 대해 주시는 가족들을 보고 '이래서 어떤 관계든 거리가 필요해' 라는 생각이 역시 맞나 싶었다. 나의 친오빠는 직장 때문에, 이전에는 군대 때문에 집을 떠나 있곤 했는데 가끔 오는 날이면 항상 옆에 있는 나보다 극진한 대우와 상차림을 받는 게 못내 질투가 났는데(막내만의 특권이랄까?;) ) 내가 이번에 가니 그런 환대를 받았기 때문이다, 후훗. 이래서 집 나가면 개고생인가 싶은 생각이 절로 들었던 주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