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의 노력과 손님의 허리 통증이 만들어낸 ‘고객감동’
일본 여행에서의 10번째 식사를 하는 날이었다. 조식과 운 좋게 웨이팅을 피한 한 곳을 제외하면 모든 식사를 위해 웨이팅을 했더니 기다림에 익숙해졌고, 이 날은 앞에 7,8팀이 있는데도 대수롭지 않아 하며 줄을 섰다.
물론 웨이팅을 한 곳들의 음식은 모두 만족스러웠다. 스시를 제외하고 한국에서 먹어본 모든 일식의 맛을 뛰어넘었는데(일본에서는 중저가 체인에 갔기 때문이다), 그러다 문득 웨이팅 후 들어간 텐동집의 튀김 하나를 집어 깨어문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일본의 많은 가게는 웨이팅이 필요할까?‘
내가 기다린 음식점들의 공통점에는 이런 것들이 있었다. 가게의 크기가 작고, 음식의 맛이 훌륭했다. 음식 맛에 대해 부연설명 해보자면 단순히 맛있다는 설명으로 부족한, 처음 느껴보는 ‘섬세한 맛의 조합’이었다. 예를 들어 콩나물국 하나를 끓여도 맹물로 끓이는 것과 멸치•다시마 육수로 끓이는 것은 천지차이다. 전자와 후자를 비교해 보면 후자가 전자에 비해 훨씬 촘촘한 맛의 세계를 가지고 있는데, 일본의 음식도 그런 느낌이었다. 특히 일본에서 먹은 텐동은 달랐다. '튀김은 바삭해야 해'라는 공식을 깨고 튀김에 간장이 적절히 베어 밥과 잘 어우러졌다.
어쨌든 정리해 보자면, 음식이 맛있는 가게마다 웨이팅이 많은 이유는 당연히 음식이 맛이 중요한 이유이겠지만, 동시에 음식의 퀄리티를 지키면서 손님 회전을 컨트롤 가능한 수준으로 만들기 위해 유지하는 가게의 작은 크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가게 확장이야 어느 정도 자본이 모이면 할 수 있을 텐데도 말이다.
가게를 확장하면 가게 입장에서는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손님을 받을 수 있어 좋지만, 신경 쓸 손님이 많아지다 보니 손님 입장에선 더 섬세한 서비스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비유를 해보자면 5:1 그룹 필라테스와 1:1 개인 필라테스?) 웨이팅이 있는 일본 가게의 주인은 '맛'과 '서비스'라는 음식점 본질에 집중하는 '장인정신'을 발휘하여 현상유지를 선택하지 않았나라고 생각해 본다.
여기에 손님 입장에서도 자신의 수고를 들여 먹은 음식에 더 맛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고생 끝에 낙이 온다'라는 말도 있지 않나. 나도 날이 궂은데도 대기를 하면서 먹은 규카츠가, 나 또한 음식을 위해 웨이팅이라는 노력을 했기 때문에 가장 기억에 남는 메뉴가 되었다.
그래서 이 모든 것들을 종합해 일본의 장인정신을 이렇게 설명하고 싶었다. 장인정신이란, 가게의 '맛에 대한 고집스러운 노력'과 손님의 '대기'라는 또 하나의 노력들이 모여 만들어지는 '고객감동'이라고. 요즘 많은 기업들에서도 고객 참여형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고객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주고 있는 것처럼, 장인정신도 그런 맥락이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