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부 브랜딩의 씨앗이 되다.
초기 스타트업 마케터라면 브랜드 마케팅을 하기 전에 꼭 정하고 넘어가야 할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브랜드의 컨셉‘. 브랜드의 모든 활동에 구심점이 될 브랜드의 핵심 정체성을 정하는 일이다.
필자가 5년 동안 마케팅을 했던 ‘카모아’라는 브랜드도 서비스 운영을 한 지 1년이 되었을 쯤이 과정을 거쳤고, 이때 고려해야 할 것은 바로 이 3가지였다. 2018년 합류하여 지난 2023년 3월 퇴사한 지금, 그 과정을 글로 정리해 본다.
2019년 당시 카모아는 후발주자였다. 물론 시장에 압도적인 Player는 없었지만 제주도와 같이 특정 지역 위주의 서비스로 점차 인지도를 확장하고 있는 브랜드는 있었다. 그런 그들을 제치고 선두주자가 되는 게 당연한 도달점이었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How)에 대한 답이 필요했다.
이 답을 정하기 위해 그 당시(2019년) 카모아의 경쟁자들을 정의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먼저 언급된 건 카모아 같이 전국의 렌트카 업체의 차량을 모아서 보여주는 서비스였지만, ‘렌트카’ 하면 떠오르는 롯데렌터카, sk렌터카, 쏘카와 같은 차량을 소유한 기업도 포함이었다. (유저 입장에서는 브랜드가 차를 소유하고 있던 아니던, 빌릴 수 있는 시간의 차이가 있던 없던 언급한 모든 브랜드들이 '차를 빌릴 수 있는 곳'이라는 하나의 기준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전자는 기업의 규모가 크지 않았지만, 후자(롯데렌터카, 쏘카 등)는 아니었다. 소위 '대기업 렌트카'로 불리는 곳과 스타트업으로 시작했지만 카모아와 체격 차이가 큰 곳이었기에, 이런 상황을 고려한, 돌파구가 될만한 브랜드의 컨셉이 필요했다.
특히 후자 기업들을 대상으로 정면돌파는 당연히 불가능했다. 하지만 크나큰 차이점은 있었다. 바로 카모아는 차를 소유하지 않고도 서비스를 확장해 나갈 수 있다는 점. 그렇기에 롯데렌터카, 쏘카 같은 서비스도 얼마든지 입점할 수 있다는 서비스였다는 점이었다. 즉, '플랫폼' 서비스였다. 고객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가격의 중소 렌트카 업체부터, 부모님과의 여행과 같이 고급화된 서비스가 필요할 땐 롯데렌터카를, 그리고 일상에서 1~2시간만 짧게 필요할 땐 카셰어링을 이용할 수 있는 '렌트카 통합 플랫폼'의 형태가 더 편리하고, 자사 입장에서도 이러한 플랫폼 전략이 더 유효한 전략일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당시에는 물론 '예측'뿐이었지만, 현재 결과를 보면 '충분히 전략적이었다'라고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카모아는 서비스 초 인지도가 14배나 차이 났던 서비스를 23년을 기점으로 앞질렀고, 현재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지역도 서비스하는 유일한 렌트카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물론 컨셉 정한 것 하나로 이런 성장을 거두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 컨셉을 중심으로 내부 구성원들의 일을 하는 방향에 나름의 일관성이 생겼고, 고객 커뮤니케이션 메시지에도 일관성이 생기기 시작했다. 즉, 내외부 브랜딩의 시작의 씨앗이 생긴 것이다. 그 일관성의 구체적인 Action은 다음과 같다.
1) 컨셉을 컨셉답게 - '가격비교'가 의미 있어지도록
'가격비교 플랫폼' 컨셉을 정하고 난 후 회사에서는 차량수, 차종수, 지역 커버리지를 넓히는 등 플랫폼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 다양한 노력들을 진행했다. 그 결과 다양한 스펙트럼의 차종, 가격을 비교할 수 있는 전국 최다 차량 보유 플랫폼이 되었고, 뿐만 아니라, 리뷰, 차량 옵션, 자차보험 등 렌트카 선택에 꼭 필요한 요소들이 잘 비교될 수 있도록 서비스 단에서 많은 신경을 썼다. 대표적인 게 차량을 비교하는 차량리스트 페이지였고, 해당 페이지는 지속적으로 고도화되었다.
2) 앱의 첫 화면
1번과 같은 연장 선상에서 '가격비교' 컨셉을 다양한 곳에서 유저가 느끼도록 전달하는 것이 필요했다. 당시 차량 공유 서비스들은 흔히 차를 부를 수 있는 곳을 빠르게 선택하게 하기 위해 '지도' 화면이 처음으로 나왔지만 카모아는 그러지 않았다. '가격비교' 서비스의 정체성을 느낄 수 있도록 한눈에 그 행동이 가능한 차량 리스트 가격비교 VIEW를 첫 화면으로 유지했다. 첫인상만큼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2023년에는 서비스 확장으로 바뀐 것으로 알고 있다)
3) 슬로건, 옥외광고
서비스가 준비를 마치고 나서는 이제 고객과의 접점에서도 컨셉이 드러나도록 집중했다. 서비스가 가장 많이 노출되는 순간인 서비스명 옆에도 '렌트카 가격비교 1등 앱'이라는 슬로건을 통해 '렌트카 플랫폼'임을 알렸고, 그것을 옥외광고에서도 반복해서 말해줌으로써 브랜드의 목소리를 더 공고히 해나갔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고객들이 카모아에 대해 '좋다'라고 입모아 말하는 이유에도 '비교', '가격비교'라는 키워드가 빠지지 않고 꼭 나오게 되었다.
이렇게 하나의 브랜드의 형태를 잡고, 그것이 무너지지 않게 하며, 나아가 대중들한테도 인지시키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길고 지난한 과정이며 대대적인 브랜드 광고를 하기 전까지 이 작업들은 실은 티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브랜드 컨셉을 정하고 이것을 외부로 드러나게 하는 것은 초기 브랜드가 거쳐야 할 필수 과정이다. 앞서 말했듯 내외부 브랜딩의 시작이 되기 때문이다. 이 글이 초기 브랜드를 담당하는 마케터 분들한테 도움이 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