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주요 도시에 있지만 그곳에 허투루 존재하지 않는 '츠타야 서점', 예전에 들은 브랜딩 강의에서 ‘브랜딩을 몸소 느끼고 싶다면 가볼 만한 곳’으로 추천받았었는데, 이번 도쿄 여행 때 드디어 방문했다. 사실 가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도 흔히 하나쯤 있는 ‘복합문화공간’ 정도로 생각을 했다. 하지만 직접 방문해 보니 이런 대형 오프라인 매장이 왜 일본에 1000개 넘게 있을 수 있는지 조금은 이해가 된 시간이었다.
츠타야 서점은 방문객 입장에서 정말 ’ 편안한’ 공간이었다.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가 쓴 책, '지적자본론'에서 그가 언급하듯 츠타야는 고객이 ’ 편안함‘을 느끼도록 설계되었고 그 느낌이 나에게도 성큼 다가왔다.
대표적으로, 음식을 소개하는 서적 주위엔 그 책에서 다루는 그릇과 술 등이 있었고 패션 잡지 뒤로는 옷을 판매하였다. 책에서 읽은 내용을 손에 잡히는 현실에서도 접하면서, 독서 중 생긴 궁금증을 바로 앞에서 해소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음악/영화 구역에는 단순히 영화와 음반에 대한 홍보뿐만 아니라 판매 중인 음반을 그 자리에서 들을 수 있는 CD 플레이어와 영화의 예고편을 볼 수 있는 디스플레이가 설치되어 바로 상품을 체험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곳의 근본인 ‘서점’이라는 타이틀에 맞게 책을 꺼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카페와 라운지 공간이 한 층의 반 혹은 한 층 전부를 통해 제공되었고 나 또한 그곳에서 좋아하는 위스키와 함께 읽던 책을 다 읽어냈다.
단순히 책장에 꽂힌 책의 판매를 기다리는 일반 서점과는 달리 고객에게 필요한 혹은 관심 있을만한 것들을 숨 가쁘게 제안하며 ’ 살아 숨 쉬고 있구나 ‘라는 느낌을 받았던 츠타야 서점. 이곳에 가니, 마케터인 나도 '브랜딩'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즉, 츠타야 서점은 '고객에게 좋은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는 브랜드의 미션을 고객이 느낄 수 있도록 설계해두었다. 말만 번지르르한 선언이 아니라 고객이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둔 것이다. 앞서 예를 들었던 것처럼 음식 서적을 책장에 단순히 표지도 보이지 않게 꽂아만 두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여 책에 나온 것들을 손으로 만져보고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더 나아가 책에 나온 음식과 어울릴만한 와인도 판매하며 고객의 경험이 '책'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무한대로 커져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나의 경우에도 당시 재즈에 대한 관심이 막 생기던 찰나였는데, 츠타야 서점에 있는 CD를 보는 것뿐만 아니라 그곳에 설치된 청음 시설 덕분에 그 CD를 구매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한국이, 아니 우리 집에라도 CD 플레이어가 있었다면 샀을 것이다) 즉, 브랜드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고객이 피부에 와닿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브랜딩'임을 다시 한번 몸소 깨달았다.
물론 모든 것을 만지고 냄새도 맡을 수 있는 오프라인이기에 이러한 일련의 브랜딩이 온라인에 비해 비교적 쉽게 느껴질 수는 있다. 하지만 온라인이라고 어려울 것도 없다. 작가는 온라인 서비스 위주의 마케팅/브랜딩을 해왔는데, 돌이켜보면 온라인 또한 고객이 우리 앱 혹은 홈페이지에 들어와서 맞닥뜨리는 모든 순간에 브랜드가 전하고자 하는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설계하면 그것이 바로 '브랜딩'을 제대로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커머스라 할지라도 고객이 원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다양하게 갖출 것, 그것을 구매할 때의 과정이 편리할 것, 그리고 계속 새롭고 즐거운 경험을 제공할 것. 원리는 명료하고 단순하다.
'브랜딩' 결국엔 '일관성'과 '성실함'이 답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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