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포옹
그럭저럭 복잡다단하게 한 주가 흘렀고, 월요일 아침 모나에 왔다. 바나나 머핀이 나올 시간을 기다렸다가, 사장님의 인스타를 주시하고 9시 15분에 나온다는 바나나머핀과 함께 라테를 주문해야지 마음먹으면서. 이렇게까지 계획적인 사람은 아닌데, 어떤 날은 이런 계획이 나를 움직인다. 가라앉은 마음 바닥에 더 가까이 가고자 하는 마음에 살살 물결을 일으킨다. 마음이 부유하기를 기다리며 머릿속 그림을 그린다. 모나에 가자, 바나나머핀과 함께 따뜻한 커피를 마시자. 분명 기분이 나아질 거야.
예전에 어느 구술사 선생님이 말하길 가족은 자연재해 라고 했다. 맞닥뜨린 재난 상황 앞에서 어찌 됐든, 물을 퍼 나르든 집 밖으로 뛰쳐나가든 혹은 기둥을 붙잡고 있든 뭐든 해야 하니까 가만히 있다가는 가라앉고 마니까, 나는 나를 스스로 구하기 위해 애써야 한다. 그런 류의 일이 지난주에 길고도 지리하게 나를 휘감았고 폭풍이 지나간 자리가 그렇듯이 남은 건 폐허였다. 어떤 폐허 속에도 바람은 분다. 그러니 불어오는 바람을 맞아야지. 뭐든 지나간다. 그게 나를 잘 돌봐야 하는 이유가 된다. 잘 지나가야 하는 나를 위해.
청소기를 돌리고 빨래를 개고 정리하고 대강의 정돈을 마치고 모나에 왔다. 유산지 위로 봉긋하게 솟은 바나나 머핀을 포크로 잘라 한 입 크게 벌려 입에 넣었다. 폭신하게 부푼 달콤함이 입안에 가득 담긴다. 겨울 이불속에 머물고 싶은 온기만큼 따뜻함이 입 속에 머문다. 지쳐있던 마음, 곯았던 마음의 허기가 달래진다. 갓 지은 밥 한 숟갈 같다. 한 입 가득 넣으면 쏟아지는 눈물을 꿀떡 삼킨다. 마음이 차가운 날은 따뜻한 뭔가를 먹어주면 좋다. 식도를 타고 흘러들어 가는 무엇이 마음을 데워준다. 무엇은, 사정 모르는 위로와 위안이다. 어떤 충고와 조언, 가치가 섞이지 않은 순정한 위로, 끄덕임, 등 두드려 주고 손 잡아 주는 온기.
나는 오늘도 모나에서 그런 담요 하나 품고 간다. 온기와 온기가 더해져 더는 떨리지 않는 손으로 이 글을 쓰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