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천성호 Jun 13. 2023

불안을 베어먹고 있습니다

셀프 불안치료

불안의 상황은 한꺼번에 없애려들수록 도리어 더 막막해진다.

한 때 로또 복권에 온 힘을 기울이던 나는 매일같이 여러 유튜브와 블로그를 살피며 열렬히 당첨 번호를 분석해나갔지만, 정작 나에게 돌아온 건 비당첨된 삶의 허탈과 상실감이었다.

베스트셀러 작가를 꿈꾸며 당차게 회사를 나왔지만, 녹록지않은 출판계에 좌절하며 다시 회사원이 되어야했고, 그 후로 오랜 시간 패배의식에 빠져 나아갈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불안이란 것이 언제부터 이 삶에 찾아와 깊게 자리했는지 모르지만, 이 불안이란 녀석은 한 번에 떨쳐내고 내보내기가 쉽지 않아서, 요즘에 들어서는 이 불안을 조금씩 베어 먹고 있는 중이다.

나의 불안은 보통 조급함으로부터 비롯되었다. 내 주변과 이상향에 비해 현저히 뒤쳐지고 있다는 생각이 나를 초조하게 만들었고, 걸음걸이는 갈수록 빨라지는 데 반해 호흡은 계속해서 뒤로 밀려만 가 가쁜 숨을 내쉬어야 했다.


그러니 이제는 그 호흡을 가다듬어 한 걸음씩 보폭을 옮길 때.


하루 딱 30분이라도 일찍 일어나는 아주 사소한 실천으로부터 내가 놓치고 하지 않았던 일들을 하나씩, 하루씩, 한 달씩. 마치 사과를 깨물어 먹듯 하루하루에 쌓인 과제와 목표치를 먹어치운다면, 언젠가 지금 가진 이 불안의 덩어리가 말끔히 사라지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물론 불안은 감기와도 같아서 수시로 나를 찾아와 기관지를 막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 바이러스로부터 나를 지킬 자가면역을 키워야하며, 그 면역력은 작은 실행과 소기의 목표달성으로부터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다

불안의 움츠린 나 자신이여, 이제는 더 이상 나를 태우러 올 비행기를 기다리지 말자. 그냥 걷자. 걸어보자. 걷다보면 발이 퉁퉁 붓기도 하고, 물집으로 살갗이 찢기기도 하겠지만 그 의지의 굳은살이 분명 나를 성장케 할 것이다


천천히, 그렇지만 단단하게.


작가의 이전글 일반화의 오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