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초에 미국 증시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으로 인한 경기 침체를 본능적으로 걱정하면서 2월 말부터 4월 초까지 고점 대비 20% 넘게 순식간에 하락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몇몇 전문가들은 "싸하거나 불길한 기분을 느꼈기에 2월부터 하락 포지션을 구축했다"라고 자랑스럽게 말하기도 했다. 이들은 폭락장을 조기에 알아봤다면서 의기양양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필자한테까지도 이런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려오곤 했는데, 이런 사람들은 자금의 일부를 하락 베팅하는 방식으로 해지했다고 하면서 마치 세상을 내다본 예언자가 된 것처럼 의기양양한 사람들의 모습인 듯했다. 그러나 폭락장을 조기에 알아봤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폭락장 이후에 나타나는 V자 반등에서 소외되었다. 왜냐하면 폭락장을 조기에 알아봤다고 생각하는 것은 운인 것이며 사람은 자신이 한번 예언에 성공했다고 생각하면 그 뒤에 자기 과신에 차서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게 되는 것이 보통의 경우이기 때문이다. 이들 중 대부분은 폭락장 이후에 V자로 반등하는 역사적인 기회를 놓쳤으며, 이들이 자랑스럽게 구축한 하락 베팅 포지션은 이들에게 다시는 회복 불가능한 손실로 다가왔다.
폭락장을 조기에 알아볼 수 있는 것은 운의 영역이다. 만약에 그것이 실력이었다면 V자 반등은 아무렇지 않게 당연하게 맞출 수 있어야 한다. 폭락장을 조기에 알아볼 수 없는 이유는 폭락장이 거의 모든 투자자가 본능적으로 경기 침체를 걱정하는 상황에서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투자자가 거의 모든 투자자들이 본능적으로 경기 침체를 걱정할지를 맞추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아무리 공포스러운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소수의 투자자가 경기 침체가 온다고 본능적으로 걱정하지 않는다면 '비교적 큰 조정'에 그치며 저점 매수의 기회로 여기는 소수의 투자자가 돈을 투입시키기에 미국 증시가 고점 대비 15% 넘게 하락하는 '하락장'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상당한 투자자들이 본능적으로 경기 침체가 올 것을 걱정했지만 폭락장이 오지 않았던 사례는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다. 2024년 8월 5일 미국 증시가 상당히 많이 하락했던 때가 있었다. 당시 미국 증시는 7월부터 8월 5일까지 10% 정도 급격하게 하락했는데, 투자자들의 주된 걱정거리는 '고용 지표 부진이 암시하는 경기 침체의 가능성'이었다. 당시 투자자들 중에는 분명히 본능적으로 '경기 침체'가 올 것을 걱정하는 투자자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거의 모든' 투자자가 '본능적으로 경기 침체를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기에 단기간에 급격하게 많이 하락한 것을 '매수의 기회'로 여기는 투자자들이 돈을 투입시키기 시작했고 미국 증시는 고점 대비 15% 넘게 하락하는 하락장으로 진행하지 않고 '비교적 큰 조정'에 그쳤으며 상승장은 계속되었다.
이처럼 폭락장을 조기에 알아보는 것은 거의 모든 투자자들이 '본능적으로 경기 침체를 걱정한다는 것'을 맞춰야 하는 것이기에 상당히 어려우며 사실상 운의 영역이다. 따라서 투자자는 폭락장을 조기에 알아보고자 해서는 안된다. 폭락장을 조기에 알아보고자 하다가, 상승장의 중간에 나타나는 '조정'에 포지션을 청산해 버리는 결과를 맞이하게 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하락장을 조기에 알아보지 못하더라도 '예상하는 것'이 아니라 '대응하는 방식'으로 실제로 하락장으로 이어지는 경우로부터 포지션을 어느 정도 지켜낼 수 있는 방식이 있긴 하다. 그리고 필자는 이에 대해서 <올 댓 아메리카>에서 다뤄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