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캐롤 Jan 30. 2024

46. 그 때도 '이 엄마', '이 집'이었어?


6살 내 딸이 입양을 알아가는 방식.


짧은 제 삶을 돌이켜보며 그 추억들이 '이 엄마','이 아빠'와 '이 집'에서 있었던 것인지 묻고 확인하는 일. 그 때도 내 옆에 이 가족이 함께였는지 궁금한 모양이다. 


"엄마, 사랑이가 처음 걸었을 때 엄마도 봤어? 그 때도 '이 엄마'였어?"

"엄마, 사랑이도 여기 와 봤는데? 그때도 '이 아빠'였지?"

"엄마, 사랑이도 아기 때 저런 침대에서 잤지? 그 때도 '이 집'이었지?"


딸아이의 갑작스런 질문들에 눈빛이 흔들리는 남편을 보며 잽싸게 "그럼~, 그때도 이 엄마였지. 엄마가 진짜 박수 많이 쳐 줬지. 동영상도 찍어놨어~., 엄마가 바빠서 사랑이랑 아빠랑 둘이 왔었지? 이번엔 같이 왔네? 여기 좋지?, 사랑이도 저런 침대 집에 있었어. 색깔은 다르네. 사랑이껀 핑크였는데. 기억나? "답해둔다. 솔직하게, 유쾌하게, 무엇보다 덤덤하게.


이럴 때 엄마가 정신을 야무지게 챙겨야한다. 내딸을 위해서 감상에 빠져 슬픈 눈으로 아이를 쳐다보지 말자고  강해지자고 남편을 토닥인다. 

이 질문은 여기서 끝날 일이 아니다. 사랑이의 평생을 안고 갈 풀리지 않을 의문. 그 질문이 시작되었을 뿐이라고 생각하자. 그래도 우리에게 이렇게 물어주는 게 어디야. 감사하지. 우리가 슬퍼하고 괴로운 표정을 보이면 아이는 더 이상 묻지 않을테니까. 내딸이 속으로 끙끙 앓는 꼴은 못 보지. 널 외롭게 두고 싶지 않으니까. 널 위해 입양을 이야기하는 게 자연스러운 가정으로 만들 거야. 쉽지 않을거라고? 누가 그래? 안 될 건 또 뭐야.


얼마 전, 육아 프로그램에서 배우 조윤희가 딸과 놀면서 이혼한 남편(아빠)에 대한 이야기를 아이와 자연스럽게 하는 장면을 보았다. 패널들이 흠칫 놀라는 모습을 보였지만 오히려 조윤희는 아빠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하는 게 아이에게 더 낫다고 생각했다고 인터뷰했다. '그래, 저거야!' 난 그녀의 말에 100% 공감했다.


 이혼도 입양도 아이의 잘못은 아니다. 가정에서 금기시되는 이야기가 있으면 그건 상처가 되고 상처는 끝내 곪는다. 당장은 아픈 상처를 드러내는 것처럼 보여도 자주 들여다보고 소독도 하고 반창고도 바꿔주고 깊은 상처의 고름은 짜내야 새 살이 돋는 법이다. 입양이 내겐 한없는 기쁨이지만 내 아이에게도 입양이 마냥 기쁨일거라 기대하진 않는다. 분명 상처다. 이걸 먼저 인정해야 한다. 그래도 점점 곪아 손도  수 없고 아이를 갉아 먹는 상처가 되게 두진 않겠다. 상처를 잘 돌보면 흉터가 된다. 물론 흉터야 남겠지만 난 이 상처를 잘 돌보아 볼 셈이다.

사랑아, 네게 입양을 평소엔 잊고 살다 '아, 여기 이런 게 있었지' 하고 가끔 들여다보면 기억나는 흉터로 만드는 게 엄마의 목표야. 

엄마가 해 줄게. 네 삶을 함께 궁금해해주는 일. 네 외로움을 안는 일. 네 뒤를 든든하게 지키는 일. 엄만 자신 있어. '이 엄마'만 믿고 가 보자. 내 딸. 사랑해.



사랑이는 입양을 조금씩 알아가면서 밝게 잘 크고 있습니다.

잠시 내려놓고 있었는데 그 사이 입양말하기 관련 이야기가 좀 늘었습니다. 브런치도 브런치지만 기록해두어야 미래의 사랑이에게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 부지런히 써보겠습니다. 또, 다른 입양가정, 입양준비 가정들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테고요.


항상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응원해주시는 구독과 라이킷이 힘이 많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