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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넛버터 Jun 01. 2021

디테일에 사로잡히면 놓치는 것들

완벽주의를 내려놓기

개인적으로 리더십과 가장 상극인 성격은 완벽주의라고 생각한다. 내가 정의하는 리더십은 복잡다단한 현실에서 과감하게 우선순위를 정하고 그에 따른 리스크를 짊어지는 능력인 반면, 완벽주의는 조금도 실수하고 싶지 않다는 방어적인 태도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완벽한 현실은 없다. 때문에 우리는 어떤 면에서는 타협하고, 어떤 면은 차마 포기하지 못할 수 없음을 발견하며 스스로에 대해서 잘 알게 된다.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부분을 발견하면 나머지 부분은 그럭저럭 너그럽게 보아줄 수 있는 법이다. 그러나 조금의 흠도 용납하지 않는 지나친 완벽주의는 우선순위 자체를 의미없게 만든다. 


살면서 다양한 사람을 보아왔고, 여러 동료와 협업했지만 상급자가 완벽주의자인 때만큼 골치 아플 때는 없었다. 팀원들은 미세한 실수에도 신경이 곤두서는 상급자 때문에 의견 개진을 주저하게 되었고, 상급자 본인이 디테일을 놓친 경우에도 정보를 공유하지 않게 되었다. 결국 회사 전체의 네트워크에서 소외당한 상급자는 더더욱 예민해졌다. 악순환이었다.


현실은 복잡하고, 유기적이기 때문에 나 하나가 잘한다고 모든 일을 완벽하게 처리할 수는 없다. 때로는 마지막 순간에 변경된 일정을 공유받지 못해 실수할 수도 있고, 문화 차이로 인해 같은 내용을 다르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 나는 이제까지 살면서 실수를 하지 않는 사람을 한 명도 보지 못했다. 모든 실수에 날카롭게 반응할수록, 소외되는 것은 잘못한 당사자가 아니라 이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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