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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방의 공돌이 Dec 23. 2022

별로 어려울 거 없는

나는 엔지니어이지만 글쓰기 실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경력이든 신입이든 채용 시에는 영어실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현실이지만, 실제로 일할 때 그 사람의 업무 능력을 빛나게 하는 건 바로 글쓰기 실력이라는 걸 자주 목격한다.

보고서나 기술문서를 쓸 때 구성력이 필요하다. 한두 장 정도의 짧은 보고서를 쓸 때도 마찬가지다. 숫자 몇 개를 나열하고 만 보고서와 그 숫자들이 뭘 의미하는지 알기 쉽게 표현한 보고서는 천지차이다. 그러나 엔지니어에게 요구되는 글쓰기 실력이라고 해봐야 목적에 맞게 자기 생각과 의사를 명확히 표현할 줄 알면 되는 거지, 대단히 창의적이거나 문학적인 표현력을 원하는 게 아니다. 평소에 뭘 읽고 쓰는 연습을 한 사람이라면 별로 어려울 거 없다고 생각한다.

별로 어려울 거 없는 그 역량을 아무나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목적에 맞게 글로 표현할 줄 아는 건 중요한 경쟁력이다. 실무자에서 관리자로, 더 실력 있는 실무자로, 더 실력 있는 관리자로 거듭나려면 무엇보다 글쓰기 역량이 중요하다.

글쓰기 역량을 키우는 데 읽기는 필수다. 읽기가 쓰기 실력을 보장하는 건 아니지만, 평소에 뭘 읽지 않는 사람이 글을 잘 쓰는 사례는 거의 목격하지 못했다. 여기서 말하는 글이라는 건 글만을 이야기 하는 게 아니다. 중요한 건 맥락을 아는 것이다. 맥락을 알아야 그에 맞게 그림도 그리고 숫자도 넣고 글도 쓴다. 하물며 이메일을 쓰고 통화를 할 때도 그렇다. 맥락을 아는 자만이 업무를 디테일하고 매끄럽게 처리한다.

맥락을 아는 것 역시 읽기가 선행된 사람이 좀 더 탁월하다고 생각한다. 읽기는 직장인이 갖춰야 할 기본적인 역량의 출발점이다. 그리고 완료시점이 없다. 

나는 좀 더 나아가 <읽는 사람>이 멋진 코드, 멋진 제품, 멋진 아이디어를 만들어낸다고 믿는 편이다. 그걸 업무능력으로 발현하고 평가받는 건 쉽지 않다. 그냥 일을 할 때 추구하는 개인적인 취향 정도라고 여기고, 발전시켜 나가고 싶을 뿐이다. 누구라도 자신만의 믿음과 방향이 있기 마련 아닌가.

읽는 사람이 드문 시대에 읽는 사람으로 남는다는 건 희귀종으로 사는 것이기도 하다. 모든 것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하지만 누구도 하지 않는 그것. 바로 “읽기”야 말로 현대인이 가져야 할 희귀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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