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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방의 공돌이 Sep 13. 2020

글쓰기, 여전히 빛나고 있는 현재의 일

6년 동안 자영업을 하다가 폐업 후 지금까지 무엇을 하였느냐고 묻는다면, 난 모든 걸 실패했다고 말하겠다. 생업의 바깥에 존재하던 일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해보자고 생각했었다. 지금은 별 볼일 없는 작가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를 생업의 영역으로 조금 더 끌고 오기 위한 시도를 했다. 그리고 실패했다. 마지막으로 출간한 책은 시장에서 너무도 조용하여 세상에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겠고, 두 번째 장편소설은 완성한 것만으로 만족하는 수준으로 끝낸 후 한 웹 소설 플랫폼에 박제해 놓았다. 독립출판한 책은 서점에 입점하기도 힘들고, 홍보도 힘들었다. 독자와의 접점을 찾기 위해 다른 작가들처럼 마이크를 잡고 여러 사람 앞에도 몇 번 서 보았지만 어색하고 민망했다. 무엇보다 나 스스로에게 그런 자격이 있음을 인정할 수 없었다. 사람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하는 말이 어떤 무게와 책임을 가져야 하는지를 알기에 마음이 결코 가볍지도, 즐겁지도 않았다.


모든 걸 실패했다. 나는 몇 권의 책을 출간한 작가이지만, 내가 작가라는 사실 그 이상으로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 했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 주는 작품을 쓰지 못 했고, 사람들 앞에서 매력을 발산하는 엔터테이너 작가의 자질도 발견하지 못 했다.


수많은 이야기 속에 좌절과 고난을 이겨내고 꿈을 이루는 성공담이 있다. 그들의 이야기는 영화로, 드라마로, 소설로 만들어지고 그걸 본 많은 사람들이 감동한다. 그러나 꿈을 이루지 못 한 사람은 그 누구도 조명해 주지 않는다. 조명하지 않는다는 건 특별한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대부분의 사람은 꿈을 이루지 못 한다. 그저 꿈을 향한 여정에서 쌓이는 충만감과 경험이 지금까지 향하던 곳과는 다른 방향으로 그를 인도한다.


한 번도 조명 받지 못 한 자들과 그들의 잊힌 꿈들을 생각한다. 끝내 뭐가 되지 못 한 수많은 사람들을. 그리고 주인 잃은 영혼처럼 떠도는 수많은 꿈들을. 비록 잊혔으나 분명 어딘가에서 빛나고 있다가 언젠가 다시 꺼낼 수 있기를.


나 역시 끝내 뭐가 되지 못 했지만, 글쓰기는 빛을 잃어버린 지난날의 추억이 아니다. 그저 중심부에서 조금 밀려났을 뿐 나는 여전히 글쓰기와 창작의 과정 속에 살고 있다. 내 인생에서 글쓰기는 지금도 여전히 빛나고 있는 현재의 일이다. 이 세상에는 내 작품을 좋아해 주는 독자가 분명 몇 명쯤은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창작물을 내놓으면 세상에서 1명 이상은 내 작품을 좋아해 준다. 내 작품을 좋아해주지 않는 다수의 사람을 신경 쓰기보다는 좋아해주는 소수의 독자를 위해 작품을 써야 한다. 하지만 그걸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마음은 자주 반대로 움직인다.


심장 밑바닥에 우울을 깔고 사는 것이 창작자의 일생이라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수시로 빠져드는 질퍽한 우울의 늪에 오래 머물지 않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해 보인다. 나에게 관심 없는 다수를 향한 구애보다는 나를 바라보는 소수의 독자를 위해 작품을 쓰는 것이다. 그리고 독자로부터 온 메시지, 댓글, 하트, 서평, 소개 하나하나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다. 그런 것들이 나의 뼈와 피가 되어 창작의 욕구를 지탱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내 삶은 언제까지나 창작의 과정 속에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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