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의 특별한 매력
여행을 하다 보면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특정한 풍경이 이상하리만큼 잊히지 않는 경우가 있다. 다른 기억은 흐려지는 데도 그 장면만큼은 선명하게 남아 시간이 흘러서는 당시의 여행을 상징하는 이미지가 되기도 한다.
필자는 베이징에서 한 학기 동안 어학연수를 하며 여행을 했다. 10여 년 전의 일이지만 여전히 베이징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바로 흰색 불탑이다. 버스를 타고 자금성 앞을 지나가던 어느 날, 차창 밖을 구경하다 보게 된 자금성과 그 뒤에 우뚝 솟은 백탑, 그리고 떨어지는 노을이 지금까지도 잊히지를 않는다.
백탑은 다보탑처럼 직육면체를 쌓아 올린 모양이 아니었고 마치 종처럼 곡선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방콕에서 비슷한 모양의 탑을 본 적이 있지만 하얀색은 아니었다. 처음 본 모습이라 더욱 뇌리에서 잊히지 않는 듯했다.
일반적으로 백탑은 라마교의 불탑으로 알려져 있다. 라마교하면 보통 티베트를 떠올리기 쉽지만, 베이징은 한족이 아닌 타민족의 왕조(원나라, 청나라)의 수도였던 기간이 꽤 길었기 때문에 라마교의 영향을 받았다.
그래서 베이징(과 근교)에는 의외로 라마교와 관련된 유적지가 많다. 중국과 티베트의 건축 양식을 혼합한 용화궁(雍和宫) 사원과 청나라 황제들이 무더위를 피해 기거하던 승덕(承德)의 사원들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베이징 관광국에 따르면 현재 베이징에는 백탑이 총 6개가 있다. 그중 관광객이 갈만한 곳으로는 두 군데를 꼽는다. 하나는 묘응사 백탑(妙应寺)으로 중국에서 가장 오래되었으면서도 규모도 가장 크다. 원나라 시기에 세워졌으며 높이가 50미터에 달한다.
다른 하나는 영안사 백탑(永安寺)이다. 위치는 자금성 뒤에 조성된 황실 정원인 북해공원 안이다. 북해공원은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는 곳이라 베이징의 랜드마크이기도 하다. (아마 필자가 버스에서 봤던 백탑은 위치상 영안사 백탑이었을 것이다.) 두 탑 모두 시내 중심부에 있어 접근성이 좋은 편이다.
베이징이라는 도시의 매력은 중국의 정치수도로써 중원을 두고 한족과 타민족이 경쟁하던 치열한 역사가 도시 곳곳에 녹아있다는 데 있다. 그중에서도 백탑은 독특한 색감과 모양으로 인해 시각적으로 매력이 잘 드러나는 곳이다. 따라서 베이징을 여행한다면 백탑을 만나봐야 한다. 굳이 찾아갈 필요도 없다. 높게 솟아 있는지라 여행하다 보면 어느새 눈앞에 펼쳐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