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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꺼 Apr 28. 2024

 나를 귀찮게 하는 절차들

상상을 초월했던 중국 복수비자 발급의 귀찮음


오랫만에 상하이로 여행 다녀왔다. 계기는 서울에서 3년 정도 함께 살던 중국인 룸메이트가 상하이에서 자리를 잡았다고 하여, 어떻게 사는지 구경도 할 겸 놀러가게 되었다.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가는 중국이라 모든 게 낯설게 느껴졌지만, 가장 먼저 와닿았던 것은 비자를 발급받는 일이었다. 


중국은 예전부터 비자를 발급받아야 하긴 했지만, 코로나 이후 입국 장벽이 높아져 발급이 더욱 까다로워진 느낌이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알아본 바로는 불과 몇 개월까지만 해도 일회성의 단수 비자도 지문등록을 해야했었다고 한다. (최근에는 복수비자만 지문등록을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심지어 비자 발급비용도 많이 비싸졌다. 단수비자를 만드는 데만 해도 대행업체를 이용하면 10만원이 훌쩍 넘었다.  


그럼에도 올해에는 중국을 방문해야 하는 일이 몇 차례 있어서 복수비자를 받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이거... 생각보다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었다. 


첫 번째 난관은 복수비자 조건을 충족하는 일이었다. 복수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과거에 중국을 방문하기 위해 몇 차례 비자를 발급받은 이력을 증명해야 한다. 증명하는 방법은 여권에 남아있는 비자 기록인데, 문제는 코로나 이후에 여권을 새로 발급 받아서 신여권에는 비자 기록이 남아있지 않은 것이었다. 이전 여권에라도 기록이 남아있으면 된다고 하지만, 새로 여권을 받으면서 구여권을 폐기했는지도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다행이도 방구석에 쳐박아 둔 옛날 여권을 발견하여 조건은 만족하게 되었다.


다음 문제는 비자사진이었다. 중국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여권과는 별개로 새로운 사진을 찍어야 했다. 이미 비자 발급 비용으로 생각치 못한 지출이 발생한 상황에서 사진까지 돈 주고 찍을 생각을 하니 은근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비자발급 대행사에서 핸드폰 사진으로도 사진 보정을 해준다고 한다. (물론 추가비용은 발생하지만 사진관보단 저렴하다) 마침 사진관에 가는 것도 귀찮았던 찰나에 잘됐다 싶어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 보냈다. 사진과 함께 신청서도 작성해야 했는데, 문항이 많아 꽤나 번거로웠다. 다만 이건 미국 ESTA나 다른 국가 비자 발급받을 때도 마찬가지여서 그러려니 했다.


사실 가장 곤란하게 했던 절차는 지문등록이었다. 단수비자와는 달리 복수비자의 경우에는 지문을 등록해야 하는데, 대행사에서 정해준 날짜와장소에서 진행을 해야 했다. 대사관이 주말에는 쉬기 때문에 평일에 가야하며, 장소 역시 서울 충무로에 비자 발급센터였다. 나처럼 수도권에 사는 사람에게는 연차를 쓰지 않고서는 시간을 내기 쉽지 않은 부분이다. 실제로 같이 여행을 고민하던 부산 친구는 서울까지 올라와 지문등록을 해야한다는 사실에 GG를 쳤다. 근래 10년 만에 거의 처음으로 서울과의 인프라 격차를 체감한 순간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지문을 등록하고 비자발급이 완료되었다는 연락까지 받았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발급받은 비자를 우편으로 받았는데, 우체국에서는 개인정보가 담긴 여권이기 때문에 반드시 본인이 수령을 해야한다고 했다. 집에 가족이 있어도 대리 수령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9 to 5 생활을 하는 직장인이 무슨 수로 9시에 문을 여는 우체국을 방문할 수 있을지 막막했다. 결국은 반반차를 써서 우체국을 다녀왔지만 휴가 직전에 쌓인(혹은 쌓아둔) 일을 처리하느라 바쁜 와중에 연차를 쓰는 게 살짝은 눈치가 보였다. 


복수비자를 발급받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휴가 사용이 자유롭지 직장인은 꿈도 못꾸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여행을 다니면서 이 정도로 사전에 티를 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이 꽤나 불편했다. 뭐 어쨌든 비자가 발급되었으니 이제 떠날 일만 남았다.


TIP. 앞서 소개한 문제들을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수도 있으니, 발급 대행사에 충분히 물어보고 비자 발급을 진행하는 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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