招牌玫瑰豉油鸡 (로즈와인과 간장으로 조리한 간판 닭요리)
상하이 중산공원역 근처에 있는 동파따오(东发道)라는 이름의 홍콩 식당을 찾았다. 여기도 중국 맛집 어플인 大众点评에서 평점이 높았던 곳이다. 한편 네이버에서도 ‘상하이 홍콩 식당’으로 검색했을 때 가장 상단에 노출된다.
상하이 주요 번화가마다 지점이 있는 걸로 보아 상하이에서는 꽤나 유명한 프랜차이즈인 듯한데, 정작 홍콩 지점은 검색이 안 되는 걸로 봐선 상하이 로컬 브랜드인 듯했다. 참고로 중국은 대륙의 크기답게 한 도시에는 즐비한 프랜차이즈라도 다른 도시에는 하나조차 찾아보기 힘든 경우가 많다. 동파따오 역시 베이징 등 다른 대도시에선 찾아보기가 힘들다. 그래서 중국 여행에서는 프랜차이즈를 선택하더라도 독특한 경험이 될 수 있다..
중국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 상하이에서는 다양한 지역의 중화요리를 맛볼 수 있지만, 유독 홍콩 요리의 강세가 두드러지는 느낌이다. 베이징과 비교해 봐도 확실히 홍콩 식당이 많았던 것 같다. 인터넷발 카더라로는 홍콩 요리나 상하이 요리 모두 단맛이 강하다는 유사성이 있어 인기가 많다고 하는데,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두 도시에서 유독 단맛이 강한 음식을 많이 접했던 건 사실이다. 심지어 지리적으로도 가까우니 여러모로 식문화의 교류가 높지 않았을까 하는 개인적인 추측도 들었다.
어쨌든 식당은 대형 쇼핑몰 안에 입점해 있었다. 방문한 시간이 이른 저녁시간(오후 4시 반)이라 사람은 거의 없었다. 종업원이 아무 데나 앉아도 된다고 해서 주방 쪽으로 자리를 잡았다. 인테리어에선 홍콩영화에서나 볼 법한 모던하면서도 빈티지한 감성이 느껴졌다. 시각적인 부분에서부터 확실히 홍콩을 테마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주문은 역시나 QR코드로 진행하였다. 메뉴가 많아 무엇을 골라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이럴 때마다 팀호완, 딘타이펑 등 한국에 들어온 딤섬 가게에서 못 먹어볼 음식을 생각하며 선택지를 좁혀나간다. 일단 만두류는 모두 제외하였고, 배가 부른 상태라 탄수화물이 적은 메뉴를 찾다 보니 招牌玫瑰豉油鸡라는 닭 요리가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닭고기만 먹기에는 아쉬워서 파인애플빵(鲜油菠萝包)과 레몬차(冰柠檬茶)도 같이 주문했다. (탄수화물이 적은 음식을 찾아놓고 탄수화물 그 자체인 빵을 주문하는 모순)
招牌玫瑰豉油鸡의 한자를 하나하나 설명하자면 招牌는 간판, 玫瑰는 장미, 豉油는 간장, 鸡는 닭이다. 한자만 보면 왠지 요리에 장미 꽃잎이 들어갈 것 같지만, 실제로는 로즈 와인이라는 조리용 맛술이 들어가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로즈와인과 간장이 들어간 간판 닭 요리쯤으로 번역할 수 있겠다.
주문하고 얼마 되지 않아 요리가 나왔다. 비주얼은 베이징덕과 비슷하지만, 접시에 간장과 기름이 자작하게 깔려 있었다. 하지만 느끼함을 걱정하기도 잠시 노릇한 닭고기의 향이 후각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맛있었다. 무엇보다 닭고기의 촉촉한 식감이 아주 인상 깊었다. 중화요리는 간의 세기나 향신료에서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어도 식감은 언제나 만족스럽다. 불과 기름을 아낌없이 쓰기 때문일 테다. 맛도 간장의 짭조름함이 전반적으로 간을 잘 잡아주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이 요리는 다른 음식과 함께 곁들이면 더욱 맛있을 텐데, 혼자라서 그렇게 하지 못한 점이다. 아무래도 음식이 기름지다 보니 나중에는 살짝 물리기는 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