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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덕이 Dec 21. 2023

비공식 초등 상담일지 2
(ft.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가 다음 주라 

이번 주 상담 때는 귀엽고 재밌는 크리스마스 관련 활동을 하고 싶었다.

자주 참고하는 <따뜻한 리스너의 마음로그> 블로그에 

크리스마스 활동이 있길래 

샘스토리에서 활동지도 다운받았다.

활동지는 https://samstory.coolschool.co.kr/zone/story/listener/streams/90681에서 찾을 수 있다.


 

출처: https://samstory.coolschool.co.kr/zone/story/listener/streams/90681


산타 할아버지에게 받고 싶은 선물을 물어보며 학생의 욕구나 소망을 탐색하는 활동인데

역시나 학생들은 만만치 않다.....


1. "강남 건물이요."

이 대답을 하는 아이들이 하도 많아서 

산타할아버지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걸 주고 싶으시다고 하니까

(그리고 분명 관계 또는 상황 관련된 것도 좋다고 했는데)

그 다음에 들려오는 건...


"훈민정음 독재(?) 소유권이요."

"그럼 이제부터 한국어 쓰면 00한테 돈 내야 되는 거에요?"

"그렇죠. 5천만명한테 매일 100원만 받아도....그럼 얼마죠?"

"(문과생이어서 잠깐 버퍼링) 50억이지! 잠깐, 그러면 이제 사람들이 한국어 안 쓴다고 할 거 같은데?"

"다른 언어로 배우기 전까지 시간 걸리니까 그 동안 버는 거죠."

"....."


생각지도 못해봤는데 나도 그런게 가능하면 가지고 싶어졌다......


2. 소원을 쓰게 하는 것에서부터 이미 활동의 의도와 상당히 빗나가고 있었지만..

다음 단계는 소원을 현실로 하기 위해 본인이 할 수 있는 건 무엇이 있는지, 

가장 쉬운 1단계에서부터 

가장 어려운 4단계까지 적는 것이다.

첫 번째 활동에서 상황이나 관계적 측면에서 아동의 현재 욕구나 좌절된 욕구를 파악할 수 있다면

두 번째 활동에서는 현실치료적 접근을 가미하여 이러한 소망을 단계별로 가능한 액션 플랜을 통해

본인이 해결해 나가는 방법과 의지를 다지는데 도움이 될 꺼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두 번째 활동을 또 해보는데....


-훈민정음 독자적 소유권을 받겠다고 한 아이

"그럼 독자적 소유권을 현실로 하기 위해 00이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일은 무엇일까요?"

"변호사를 선임해요!"

"(이미 망했지만 갈 때까지 가보기로 결정) 그 다음에는요?" "법정에 가요!" "그 다음에는요?" "훈민정음이 제 꺼라고 주장해요!"

"(여기서부터 웃겨서 더이상 참지 못 함) 그럼 00이 꺼인 이유 하나만 얘기해 줄래요?" 

"그건 변호사가 얘기할 거에요!"


...초등 상담은 절대 예상한 대로 가는 법이 없다.


3. 같은 아이의 두 번째 소원

"또 다른 소원은 뭐가 있나요?"

"평화요."

"(오, 드디어 관계적 요소를 탐색할 수 있는 건가!) 그럼 00이는 누군가 싸우고 있거나 갈등이 있는 상황을 보면 좀 힘들어 하는 편인가요?"

"굳이 싸우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럼 평화를 00이의 반으로 좁혀서 생각해 볼게요. 평화로울 수 있도록 00이가 할 수 있는 첫 번째 단계는 무엇일까요?"

"초전도체를 발견해요."

"????????"


우리 잘 가고 있지 않았니.....



아이들의 어이없는 답변과

나름 진지하게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열변하는 모습과

장난치고 떠들고 웃는 순간에서

학교와 학원과 관계로 힘든 순간을 잠시나마 이겨내는 유머의 힘을 발견했길 바란다.

덕분에 나도 참 즐거운 상담이었다.

상담적 대화가 아닌 것처럼 느껴지지만

말보다는 그 순간에 느껴지는 인정, 지지, 애정, 유연성 등을 느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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