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것.
치열해야 삶이 되는 것이 아니다.
하늘하늘 봄날처럼 따뜻한 삶도 삶이다.
그것이 진짜 삶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칼날처럼 날카롭게 벼려진 삶이
진짜 삶인 줄 알고 살았다.
그래서 봄날처럼 길가에 피어난 작은 꽃처럼
한들한들한 삶을 살 줄 모른다.
그 삶이 더 어려울 수도 있다는 걸 알지만
그리 살면 안 될 것 같아서 옷깃을 여미고
더 칼날을 비벼 날카롭게 만든다.
내가 신께 기도하기를...
그렇게 칼날처럼 살다가 무뎌져
녹이 슬어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면
나를 녹여 다시 흐물흐물한 녹물로 만들어
이제 무엇이든 담을 수 있는
놋그릇이 되게 해달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