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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연애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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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비 Oct 16. 2017

헤어진 이유

연애일기 #1

끝없이 행복할 줄 알았던 첫 남자 친구와의 이별 후 영화 속에나 나오는 영원한 사랑은 이제 믿지 않기로 했다. 서로가 그렇게 소중했던 순간들도, 나중에는 내지 우지못하는 추억의 한 페이지로만 남을 뿐이었다. 반짝 빛나고 사라질 감정 때문에 모든 것을 쏟는 일은 더 이상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앞으로 만나게 될 사람이 있다면 절대 이별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누군가 다가오면 더 경계했고 상처받지 않으려고 가볍게 행동하기도 했다.

헤어지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이었다면 그냥 처음부터 만나지 말 걸... 시간이 지나도 무뎌지지 않는 슬픔에 지쳐가고 있었다.


닫힌 마음을 다시 열 수 없을 것만 같았는데, 그 때 내 앞에 나보다 더 조심스러운 그가 앉아있었다.

 

모든 사랑은 첫사랑이다
당신과 그 사람이 만나 서로를 사랑하는 일
분명 그 사랑은 이 세상에 처음으로 있는 일이다

- 에쿠니 가오리


그에게는 자꾸만 내 얘기를 하고 싶었고 그는 그 얘기를 모두 들어주었다. 조급하지 않은 그와 이야기를 할 때면 천천히 마음이 열리게 되었다.

새로운 연애를 할 수 없을 불안감에서 출발해서였는지 모르겠지만 그 옆에서는 한 없이 편안해졌고 이렇게 좋아도 되나 하는 행복감도 느꼈다.


퇴근길 그와의 통화는 전화와 이메일에 시달린 아무것도 아닌 하루도 다시 떠올리고 싶은 날로 만들어 주었고, 평범한 밥집도 그와 함께하면 또 가고 싶은 맛집이 되었다.

가끔 이 사랑도 언젠가 끝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기도 했지만 그와 보내는 순간들의  즐거 상상 속 불행한 미래를 덮어 주었다. 죽을 만큼 영원히 사랑하자는 호들갑은 없어도 크고 작은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면서 서로 가장 소중한 존재가 되어 갔다.  


'결혼은 영원한 사랑의 시작이 될 수 있을?'

...

그와 고민해 볼 무렵, 이별이 찾아왔다.


영화 <우리는 사랑일까>


마음을 여는데 걸렸던 오랜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헤은 너무나 빨랐다. 


며칠이 지나도 매일 아침 나보다 먼저 일어나서 출근하던 그의 메시지가 오지 않고, 하염없이 전화기를 만지작거려도 그와는 연락할 수 없다는 게 이별을 실감 나게 했다.


오늘 회사에서 되게 많이 힘들었는데... 고생 많았다고 말해주는 그가 없었고, 가을이 벌써 끝난 건지 부쩍 추워진 날씨 탓에 겨울 옷도 사러 가야 하는데... 새 옷 입지 않아도 예쁘다고 말려 줄 그가 없게 되었다. 빵을 좋아하던 그를 데려오면 기뻐할 베이커리를 발견해버린 게 먹먹하기만 했고, 하루 종일 그와 함께 보내던 주말이 오는 게 싫어졌다.


그런데 지금도, 집 앞 주차장에는 헤어짐이 아쉽다는 나를 바래다주던 그가 있다. 기념일에 찾아간 근사한 레스토랑을 지날 때면 그를 보고 세상 행복하게 웃는 내가 보였다. 여름휴가를 함께 보냈던 그곳에서는 아직도 우리가 잊지 못할 추억을 남기고 있었다.


그는 어디에나 있었지만, 어디에도 없었다.


 

함께한 기억들로 채워진 일상을 혼자서 감당해 보려다가 결국에는 흘러가는 시간만 넉 놓고 기다리는 나를 발견하게 다.


나는 그 없이도 잘 살 수 있을까... 아니 그는 나 없이 잘 지내고 있는 걸까. 하루에도 똑같은 생각을 몇 번씩 되풀이하다 보면 이별의 순간 눈덩이처럼  헤어진 이유는 그리움에 흐려져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 버린. 그리고 조금만 더 이해해 볼 걸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붙잡을 걸 그랬나...'



그러나 이내, 헤어질 그만큼만 서 사랑했음을 다시 한번 깨달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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