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장준 Nov 13. 2017

좋은 멘토, 나쁜 멘토가 모두 필요한 이유

‘멘토(Mento)’라는 말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오디세우스의 친구 멘토르(Mentor)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에 나가 싸우는 동안 집안일과 아들의 교육을 그의 조언자이자 친구인 멘토르에게 맡겼고, 이후 사람들은 ‘현명하고 성실한 조언자’를 ‘멘토’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많은 여성들이 멘토로 삼고 있는 미국 대통령 후보자였던 힐러리 클린턴은 본인의 자서전에서 좋은 멘토와 나쁜 멘토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멘토가 있다. …… 멘토에는 좋은 멘토와 나쁜 멘토가 있다. 좋은 멘토는 나의 현재보다 미래를 보는 사람이다. 또 나를 신뢰한다. …… 나쁜 멘토는 나의 과거와 현재를 보는 사람이다. 나쁜 멘토는 나를 신뢰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를 자신보다 열등한 존재로 보고, 실제로 그렇게 대한다.”

<여자라면 힐러리처럼 中>


좋은 멘토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 보셨겠지만 나쁜 멘토란 무엇을 의미할까요? 힐러리 클린턴이 말하는 나쁜 멘토란, 멘토들 중에서도 썩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을 일컫습니다. 그러니 멀리하는 것이 상책이겠지요.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나쁜 멘토’는 조금 의미가 다릅니다. 저에게 있어서 ‘나쁜 멘토’란 일명 반면교사의 대상을 의미합니다.


인생에 있어서 좋은 롤모델로 삼을 수 있는 멘토가 있다면 분명 많은 도움이 되겠죠. 직장 생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좋은 멘토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직장에서 인정받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본인과 가치관이 다르다면 장기적으로 멘토로 삼기엔 힘들거든요. 그래서 저는 생각을 조금 바꿔봤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부딪히는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조금씩이라도 배울 점이 있다면, 이들을 좋은 멘토뿐만 아니라 혹은 나쁜 멘토로도 삼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다시 말해, 마치 등대처럼 내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해주는 좋은 멘토와 함께 ‘저렇게 해선 안 되겠구나’의 반면교사의 교훈을 주는 나쁜 멘토도 함께 찾아보기로 한 거죠! 그렇다면, 직장 생활에서 왜 멘토가 필요한지, 어떻게 하면 멘토를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해 노하우를 공유해드리겠습니다.


왜 좋은 멘토가 필요할까?


한 취업 포털 설문 조사에 따르면, 직장 내 멘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직장인이 94%에 이른다고 합니다. 멘토가 필요한 가장 큰 이유로는 ‘업무 처리에 어려움을 느낄 때’라는 답변이 가장 많지만, 이 외에도 ‘업무 스트레스를 누군가와 함께 공유’하고 싶거나 ‘업무 외 다른 고민거리를 털어놓을 누군가가 필요해서’라는 답변도 꽤 많았습니다.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누구나 어려움을 맞닥뜨리게 되는데요. 혼자서도 척척 문제 해결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좋은 멘토가 있어 언제든지 조언을 구할 수 있다면 혼자 할 때보다는 더 수월하게 결정을 내릴 수 있겠죠. 멘토가 있는 사람의 태도와 목표를 설정하는 방법은 멘토가 없는 사람과 분명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좋은 멘토이고,
어떻게 하면 좋은 멘토를 찾을 수 있을까요?


많은 회사에서 멘토-멘티 매칭 프로그램도 운영한다고 하던데요. 이런 프로그램을 활용하기 쉽지 않다면, 우선 주변에서 현실적으로 찾을 수 있는 사람을 멘토로 삼으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본인과 업무 스타일이나 가치관이 전혀 다른 사람보다는 어느 정도 공통점이 있는 사람이면 좋겠죠.


멘토로 삼을 만한 사람을 찾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내가 ‘멘토에게 얻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입니다. 멘토의 ‘모든 것’을 배워 가기에는 너무 포괄적이고 목표도 분명하지 않아 흐지부지 될 수 있거든요. 아주 세부적으로 설정해도 좋습니다. 예를 들어 '발표 자료 만들기 능력', '영업 능력', '위기관리 능력' 등 어떤 것이라도 좋습니다. 이후 멘토에게 본인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어필하면 더욱 효과적인 멘토링이 가능하겠죠.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세요. 나름대로 시간을 내서 멘티에게 조언을 해주는데, 상대가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면 멘토 입장에서도 멘토링을 해주는 의미를 찾을 수 없겠죠.

때로는 굳이 ‘제 멘토가 되어주세요!’라고 말하며 다가가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며 마치 어린아이가 부모의 행동을 흉내 내며 성장하듯이 멘토의 행동을 따라 하는 것만으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상사의 스피치 능력에 반해 그를 멘토로 삼고자 한다면, 평소 말을 할 때는 어떤 톤으로 말을 하는지, 누군가를 설득할 때 어떤 논리를 활용하는지 면밀히 살펴보고 연습하면 좋겠죠. 특히 스피치나 발표 능력은 흉내 내는 것만으로도 역량이 크게 성장할 수 있는 분야입니다.


그래서 저는 인생의 멘토가 아닌 직장 생활의 멘토는 되도록이면 주변에서 찾을 것을 추천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작가, 위인, 연예인 등 유명인들을 멘토로 많이 삼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살면서 좋은 기운을 받을 수 있고 우리의 가치관에 영향을 줄 수 있으나, 직장 생활에 있어서 실질적인 조언을 구하기는 어려우니까요.

꼭 직장 안에서 멘토를 구할 필요는 없습니다. 요즘에는 직장 밖에서도 충분히 좋은 멘토를 찾을 수 있습니다. 저는 이직하기 전 회사 동료나, 지금 회사를 퇴사한 상사들도 좋은 멘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 이상 직속 상사나 동료가 아니니 편하게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거든요. 업무 능력 향상을 위한 멘토라면, 비슷한 업종끼리 모이는 커뮤니티를 활용해도 좋습니다. 정 사람과의 만남이 부담스럽거나 주변에서 찾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책이나 온라인 커뮤니티도 좋은 멘토가 될 수 있죠. 특히 새벽 시간이나 늦은 저녁,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을 활용하며 책을 읽다 보면 나름대로의 답이 떠오르기도 하니까요. 


나쁜 멘토가 필요한 이유는?


앞서 좋은 멘토뿐만 아니라 ‘나쁜 멘토’도 필요하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좋은 멘토와 더불어 나쁜 멘토까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이유는 나쁜 멘토는 좋은 멘토와는 다른 자극제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들을 타산지석으로 삼는 것 역시 직장 생활에서는 좋은 멘토를 흉내 내는 것 못지않게 큰 도움이 되거든요.


회사를 6개월 이상 다니며 어느 정도 적응을 하면 주변 사람들의 평판이 귀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일을 아주 잘한다고 칭송받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매번 주변인들을 난감하게 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죠. 혹은 눈에 띄게 상사에게 혼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럴 때, 눈치껏 그 사람들의 어떤 행동들이 주변인의 눈엣가시가 되었는지를 파악해보세요. 물론 직접적으로 사람들에게 캐묻고 다니는 행동은 반감을 살 수 있으니 주의하시고요!


기억에 남는 저의 ‘나쁜 멘토’는 야근을 밥 먹듯이 하던 한 상사였습니다. 일을 못하는 분은 아니었지만, 정해진 업무 시간에 집중하지 않고 꼭 남아서 야근을 하는 습관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처음에는 ‘어떻게 하든 주어진 일을 다 처리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했는데, 주변 동료들은 일과 시간에 여유를 부리는 그의 모습을 보고 일이 별로 없는 사람으로 여기더군요. 그런 모습을 보며 저는 되도록 이유 없는 야근은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었죠.


추가로 팁을 드리자면, 나쁜 멘토라고 해서 꼭 단점만 캐낼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회사에서 평판이 좋지 않아 단점투성이로 비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회사에서 오래 버틸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도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하지만 나쁜 멘토를 만들고 나서 주의해야 할 점은 좋은 멘토와는 다르게 너무 깊이 나쁜 멘토를 관찰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계속 누군가를 살피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그들의 행동 양식이 몸에 익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혹은 ‘나는 저 사람보다는 나으니까 이 정도면 괜찮아’ 식의 합리화를 하며 안주하게 될 수도 있고요. 때문에 좋은 멘토와는 반대로, 나쁜 멘토는 배울 점을 빠르게 캐치하고 난 후 끊어낼 줄 알아야 합니다.


저는 지금까지 다양한 멘토들을 두었고 덕분에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아직도 직장 생활을 하면서 어려움에 부딪히거나 고민이 생기면 조언을 얻을 수 있는 멘토 분들이 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고맙게도 많은 후배들이 저에게 멘토링을 요청하기도 합니다. 멘토링을 진행하면서 제가 모르는 부분이 생기면, 부족함을 보완하기 위해 제 멘토에게 다시 조언을 구하기도 하죠.

멘토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많이들 알고 계셨겠지만, ‘어떻게 직장 생활의 멘토를 찾을 수 있을까?’ 고민만 하셨다면 너무 어렵게 접근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멘토를 찾는 저만의 기준을 알려드리자면, 저는 가장 좋은 멘토는 ‘제 마음을 움직이는 사람’이라고 정했습니다. 마음 깊이 ‘저 사람은 정말 멋있는 분이다!’라고 생각이 들어 그분을 멘토로 삼으면, 어느새 제가 멘토의 멋있는 부분을 많이 닮아 있는 순간이 오더군요. 여러분들도 여러분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멘토를 만나, 직장 생활의 한 줄기 빛이 되는 등대로 삼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