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직장인들은 ‘상사병을 앓는다’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누군가가 그리워서 걸리는 상사병이 아닌, 직장인 10명 중 7명이 갖고 있다는 상사 스트레스를 지칭하는 새로운 의미의 ‘상사병’입니다.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직장 상사’를 입력하면 ‘직장 상사에게 복수하기’, ‘직장 상사 폭언’, ‘직장 상사 생존법’ 등 무수히 많은 부정적인 연관 검색어들이 등장하는데 이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상사로 인해 고민하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함께 일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좋은 상사는 존재하지 않는 걸까?
최근에 접한 또 다른 재미있는 소식은, 한 식품업체에서 출시한 ‘부장 껌’, ‘사장 껌’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껌입니다. 직장 상사를 씹으며 스트레스를 풀라는 의미이죠. 이쯤 되면 '함께 일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좋은 상사는 존재하지 않는 걸까?'라는 의문마저 듭니다.
한 취업 포털사이트에서 최악의 상사 유형 네 가지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첫 번째는 본인의 기분에 따라 팀 분위기를 좌지우지하는 ‘이기주의 상사 형’, 두 번째는 업무에 책임을 회피하는 ‘미꾸라지 형’, 세 번째는 이랬다 저랬다 마음을 바꾸는 ‘변덕쟁이 형’, 마지막은 자신과 코드가 맞으면 OK, 아니면 OUT인 ‘편 가르기 형’ 상사라고 합니다. 이런 상사가 이끄는 팀은 팀워크가 와해되고 결국 업무성과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번 칼럼에는 제가 그동안 팀원들과 함께 일하며 느낀 좋은 상사가 되는 방법들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나는 함께 일하는 후배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칠지를 생각해보고 좋은 상사가 되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해 보시기 바랍니다.
좋은 상사가 되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신뢰라고 생각합니다. 꼭 상사와 부하 사이가 아니라도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신뢰입니다. 업무적으로도 업무 외적으로도 앞으로 믿고 따를 만한 사람이라는 믿음을 주어야 합니다. 서로 신뢰가 있는 관계라면 질책을 받는 상황이더라도 내가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하는 쓴소리라고 받아들이지만 신뢰가 없다면 나쁜 감정만 쌓이게 됩니다.
서로 신뢰하지 않는 팀장과 팀원들이 함께 일하는 환경이라면 업무적인 성과도 좋을 리가 없습니다. 후배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상사의 뜻대로 따라와 주기 바라는 것은 큰 무리입니다. 이렇듯 중요한 신뢰는 단기간에 쌓이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어려운 부분입니다. 신뢰는 마일리지처럼 오랜 기간 쌓아야만 그 능력이 발휘됩니다.
직장 상사로서 신뢰라는 마일리지를 쌓는 가장 기본은 ‘말’을 조심하는 것입니다. 말이란 것은 한번 뱉으면 주워 담을 수 없죠. 지킬 수 없는 약속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합니다. 의미 없는 말들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신뢰를 높이는 길입니다. 이랬다가 저랬다가 말을 바꾸며 변덕을 부리는 것도 신뢰를 잃는 이유가 되죠.
상사와 부하는 회사에서 만나는 관계이지만 업무적으로만 커뮤니케이션하거나 상사가 부하에게 일방적으로 지시만 내린다면 그 관계는 발전되기 어렵습니다. 가끔은 선배가 후배들에게 먼저 다가가서 업무 외적인 이야기를 하며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의 경우, 제 자리에만 머물기보다는 제가 먼저 후배들의 자리로 가서 안부를 묻기도 하고 취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대화들을 나누다 보면 요즘 팀원들이 업무 외적으로 어떤 고민들을 하고 있는지, 요즘 가장 신경 쓰는 것은 무엇인지를 파악할 수 있고 팀원들의 마음속 걱정거리들을 알게 되면 팀의 업무 운영 방향도 팀원들의 현재 상황에 맞게 좀 더 최적화시킬 수 있습니다.
대화와 공감이 오랜 시간 쌓이게 되면 서로 허물없는 사이가 되기 마련이고 상사와 부하가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대화를 통해 서로에 대한 인간적인 이해도가 높아진다면 팀워크는 저절로 좋아질 겁니다. 다만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사적인 대화가 길어지면 필요하지 않은 얘기까지 이어져 실수가 되거나 혹은 자칫 상대방을 지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고 수위를 잘 조절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타인에 대한 험담이나 회사에 대한 일방적인 불평불만은 금물입니다.
회사에서 일을 하다 보면 경영진으로부터 업무가 내려오는 경우가 많은데, 단순히 자신의 상사로부터 내려온 업무를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그대로 인계하는 상사들이 있습니다. 좋은 상사가 되기 위해서는 내 상사가 얘기하는 그대로를 부하직원에게 전달하는 단순 전달자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후배들의 시각에서 불합리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되면 과감히 커트해 줄 수 있는 상사, 때로는 가족처럼 부하직원을 보호해 주는 상사가 좋은 상사로 평가받습니다. 위에서 하는 얘기를 전달만 한다거나 잔소리를 듣고 왔다고 해서 후배들에게 화풀이를 한다면 결코 좋은 상사가 아닙니다. 단순 전달자는 업무적인 면에서도 자신의 의지나 생각이 없는 무능한 상사로 인식되기 쉽습니다.
얼마 전에 운동선수 시절 알고 지내던 동기를 오래간만에 다시 만나 시간을 보냈습니다. 예전에 그 동기와 함께 운동하며 지낼 때 우리를 괴롭게 하던 선배가 있었는데 오랜만에 만난 그 동기가 이제는 그 선배의 위치가 되어 선배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더군요. 그 친구를 보며 혹시 나도 후배들이 피하고 싶은 상사가 되어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싫어하고 미워하던 예전 상사의 모습을 여러분도 모르게 닮아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좋은 상사가 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노력은 나 자신을 돌아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과거와 현재를 한 번쯤 돌아보며 함께 일하고 싶은 상사가 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