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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nder Jung Oct 24. 2020

영화 '수영장'의 배경 호시하나 빌리지

태국-치앙마이

큰 파도없이 고여있는 수영장의 물처럼 잔잔한 영화가 있다.


'수영장 Pool'




언뜻보면 영화 '카모메 식당', '안경' 의 내용과 비슷한 스타일이어서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영화라고 해도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것 같은데

이 영화는 '오오모리 미카' 감독의 작품이다. 세 영화의 주연과 조연은 같은 배우이고 심지어 두 감독의 이름도 비슷하게 느껴지고 나이도 같다.


처음 '카모메 식당'을 보며 '무언가 심심하고 싱거운거 같은데 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네' 라고 생각했는데 '안경'을 보게 되고 결국 '수영장'까지 보게되었다. 이 맛에 사람들이 심심한 맛의 평양냉면(?)에 빠지게 되는 걸까? (사실 나는 평양냉면은 두번 도전 후 포기했다.)


그리고 영화의 배경이 가상의 공간이 아닌 실제로 존재하는 곳이라는 정보를 입수한 순간 그곳은 나의 여행하고 싶은곳 목록에 자리하게 되었다.


다행이 그곳은 내가 좋아하는 '치앙마이'에 있다고 했다. 다만 위치가 도심에서 제법 떨어져 있어서 최대한 많은 곳을 도보로 여행할 수 있는 곳을 최적의 숙소의 조건으로 삼는 내 여행스타일과는 맞지 않지만 위시리스트에 있는 곳이니 꼭 가보고 싶었다.


첫 방문때의 치앙마이에서는 언제나 그렇듯 욕심을 부려서 많은 곳을 가고 많은 것을 했었다. 그리고 2016년 5월 연휴의 길지 않은 여행을 고민하다가 영화의 배경이 된 '호시하나 빌리지'가 떠올랐다. 짧은 여행이니 욕심부리지 말고 도심과 떨어진 그곳에서 쉬다가 와야겠다 생각했다.


여느때와 같이 비행기표를 예매하고 숙소를 예매하려고 확인하니 '호시하나 빌리지'는 호텔예약시스템에도 없었고 홈페이지에서 예약을 할 수도 없었다. 홈페이지에서 각 방에 대한 정보를 보고 메일로 원하는 날짜 예약을 요청하면 확인해서 그날에 먼저 예약된게 없어야 가능한 시스템이었다.


사실 그 영화를 아는 사람 아니면 그런곳이 있는지도 모를 곳이었지만 워낙 방의 갯수가 적었고 일본과 우리나라의 연휴인 5월이었기 때문에 경쟁률이 높았던 것 같다. 무려 1월에 예약을 시도한 것이었는데 보기좋게 낙방해 버렸다. 할 수 없이 그때는 치앙마이의 올드시티에 방을 얻고 낮에는 땡볕을 피해 호텔 수영장에 숨어지내고 밤이 되면 어슬렁 거리며 올드시티 골목 탐방을 하며 지내다 왔다.


그리고 2019년.


다시 치앙마이 여행을 계획했다. 이번엔 여행기간이 길었기에 빌리지의 빈 날짜에 내 여행일정을 맞췄다. 첫 실패후 3년만의 성공이었다.

가격은 방의 형태에 따라 달라지지만 치앙마이의 일반적인 숙박비에서는 평균 이상이라고 할 수 있다. 거기에 자연 친화적 환경 덕분에 모기와 벌레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지리적 불편함까지 갖추고 있다.


그래도 사진이나 분위기로 보기엔 아주 멋지기에 그걸 보여주기 위한 사람들에게는 괜찮은 곳일수도 있다.


그리고 그동안 호시하나 빌리지의 예약 시스템도 한층 업그레이드 되었다.

무려 홈페이지에서 빈 날짜를 보고 바로 예약할 수 있게 되었다. 방의 갯수도 더 늘었다.


하나 더하면 시내에서 제법 떨어져 있어서 그전에 갔다면 택시비를 제법 지불해야 했는데 이제는 공유차량서비스 '그랩' 같은 서비스까지 생겨서 교통비도 절감할 수 있다.

거기에 하나 더 더하면 그 외곽에도 분위기 있고 뷰가 좋아 인스타그래머(?) 들이 좋아할 곳들도 생겨져 있어서 외딴곳의 무료함을 한껏 덜어줄 수 있다.

참참참 하나 더 더하면 치앙마이 최고의 워터파크(?)인 '그랜드캐년'도 바로 근처에 있다.


실제로 이곳에 도착하면 시간은 마치 '수영장' 영화처럼 흘러간다. 작은 갈등, 작은 사건 들이 조용히 영화를 이끌어 가듯이 각 방의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어 조용하기 그지없는 이곳에서 어슬렁 거리는 고양이와 놀아주거나 수영을 하고 책을 보고 낮잠을 자며 지내게 된다.


자극적인 속세와 인간관계에 지쳐있다면 한번쯤 가볼만한 곳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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