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에 많이들 읽지만, 어른이 되고 나서 보면 더 마음에 와 닿는다는 『어린 왕자』. 책 속의 어린 왕자는 사막여우 한 마리를 만납니다. 그 여우는 어린 왕자에게 이런 말을 하죠.
“사람들은 이미 길들인 것 외에는 아무것도 몰라.
그들은 지금 아무것도 알 틈이 없어.
그들은 상점에서 이미 만들어져 있는 것들을 사거든.
그런데 친구를 파는 상점은 없으니까 사람들은 이제 친구가 없는 거지.
친구를 가지고 싶다면 나를 길들여줘.”
친구. 참 익숙하면서도 편한 느낌을 주는 단어입니다. 그런데 막상 친구를 사귀는 일은 쉽지만은 않습니다. 친구는 집 앞 편의점에서, 자판기에서 쉽게 살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니까요.
더욱이 친구가 되어야 하는 대상이 낯선 사람이라면. 게다가 나와 취향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다면 어떨까요? 누군가는 이렇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것 자체에 피로감을 느껴 차라리 혼자 있는 것이 편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죠. 인간관계 형성은 어렵지만 우리는 살면서 계속해서 사람을 만납니다. 새로운 친구를 만나기도 하고, 비즈니스상 만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사회생활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어린 왕자』의 여우는 친구를 가지고 싶다면 자신을 길들여 달라고 했습니다.
저는 이 ‘길들이기’를 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소통이 아닐까 하는데요. 처음 만난 사람과, 혹은 기존에 알던 사람들 사이에서 좋은 소통을 하기 위한 팁을 공유해볼까 합니다.
소통에 필요한 팁이라면, 대부분 사람들을 만난 이후에 기억해야 할 사항들을 강조합니다. 그런데 정말 중요한 것은 누군가를 만나기 전에 스스로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입니다.
하나, 소통의 목적을 명확히 인지해라.
다른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 전, 내가 상대방에게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무엇인지에 대해 명확히 기억할 필요가 있답니다. 가볍고 재미있는 소재로 대화를 시작하더라도 소통을 시작한 본질적인 목표를 잊으면 안 되니까요. 비즈니스 미팅이나 대화에서는 소통의 목적을 명확히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업무를 위해 다른 사람을 만날 때는 내가 알고 있는 내용을 상대에게 설명하거나 상대를 설득해야 할 경우가 있죠. 그래서 소통을 하기 이전에 만남을 통해 달성해야 할 목적은 무엇인지, 자신이 설명하려는 내용에 대해 완벽히 숙지하고 있는지 한 번 더 확인해야 합니다.
비즈니스 미팅도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입니다. 때문에 소통을 할 때 상대방도 우리의 표정, 목소리, 제스처 등을 봅니다. 소통을 할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지 않다면 무의식 중에 목소리와 제스처 등에서 자신 없는 모습을 보이게 되고, 이런 상황에서는 소통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기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둘, 사람들의 성향에 맞는 소통법을 정리해라.
모든 사람은 각자의 성격, 외모, 취미를 갖고 있습니다. 때문에 아무리 소통을 위한 최선의 준비를 한다고 해도, 누군가는 내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도 있고 공감해주지 않을 수 있습니다.
1000명의 사람을 만난다고 해 봅시다. 그중 나와 정말로 잘 맞는다는 느낌이 드는 사람은 100명쯤 될 겁니다. 문제는 이 100명이 차례대로 줄지어서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 사람들은 결코 1번부터 100번, 혹은 301번부터 400번 순서로 준비하고 있지 않습니다. 나머지 900명의 사람들 틈에 불규칙적으로 섞여 있죠. 1000번째에 나와 가장 잘 맞는 사람이 나타날지도 모르는 일이고요.
때문에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나와 잘 맞도록 제작된 맞춤 양복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셔야 합니다.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고 소통하면서 그때그때 필요한 스스로의 행동을 정리해 나간다고 생각해 보세요.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의 특징을 잘 정리한 나만의 백과사전이 생기는 셈이죠. 그러면 대화 상대가 나와 성향이 맞든, 그렇지 않든 매 순간 최선을 다할 수 있게 됩니다.
스스로의 마음가짐 준비가 완료되었다면 이제 직접 소통을 해야겠죠!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대화를 리드하려면 상대방이 온전히 내게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소통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방법은 크게 3가지입니다.
하나, 질문을 많이 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스스로에 대해 말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특히 처음 보는 사람과 마주 앉은 상황에선 더욱 그렇습니다. 잠깐 상상의 나래를 펼쳐 소개팅을 한다고 생각해 볼까요? 상대방이 내가 관심 없는 분야의 이야기를 계속한다면 굉장히 지겹습니다. 어색하고 낯선 자리에선 차라리 이것저것 물어봐 주면서 편하게 말할 기회를 주는 사람이 더 매력적이죠.
때문에 낯선 사람과 처음 만나면, 상대방에게 스스로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를 주는 것이 좋습니다. 간단한 취미, 최근에 본 영화 등에 대해서 이야기하다 보면 공감대가 형성되죠. “여기까지 뭐 타고 오셨어요?”, “어떤 커피 좋아하세요?” 등의 가벼운 질문을 던져 보세요.
대화 상대에게 말할 기회를 주는 것은 어색한 분위기를 깨고 공감대 형성을 할 수 있어서 좋지만, 동시에 상대방에 대해 알아가는 계기이기도 합니다. 상대방이 하는 이야기를 듣는 동안, 우리는 상대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그 사람이 듣고 싶은 얘기를 꺼내기가 더 쉬워지고, 상대방은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죠.
둘,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추상적이고 전문적인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땐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하는 것이 좋습니다. 학창 시절 공부하던 영어 교과서에서 문법에 대해 한참 설명을 하다가 마지막에 예문을 보여주는 것과 같죠.
저는 주로 과거의 경험을 많이 활용합니다. 대화 상대가 저와 비슷한 특징을 가진 사람일수록 이런 더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26세 여성과 이야기를 나눈다고 해 볼까요? “나도 몇 년 전에는 20대였는데, 그때는 OO 한 경험을 했었다.”라고 얘기해 줍니다.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었던 제 경험을 공유하는 방법입니다.
만약 저와 전혀 다른 길을 걸어왔던 사람이거나 성별이 다른 사람의 경우엔 스스로의 경험 자체를 하나의 사례로 생각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당신이 10년 전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와 같은 질문을 활용해 보세요.
셋, 상대방이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소통이 이루어지는 장소는 굉장히 다양합니다. 시끄러운 길거리일 수도 있고, 조용한 카페일 수도 있습니다. 비즈니스 미팅일 경우엔 회사 안 사무실이 만남의 장소일 때도 있습니다. 이때 대화 상대가 온전히 나만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대방이 내게 집중하려면 나의 뒷배경이 산만하지 않아야 합니다. 즉, 상대가 나를 바라볼 때 뒤쪽으로 잡다한 물건이나 다른 사람들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때문에 저는 대화를 나눌 때 주로 벽 쪽에 제가 앉고, 그 맞은편에 상대방을 앉힙니다. 그러면 상대가 나를 바라볼 때 다른 복잡한 배경이 눈에 들어오지 않죠.
또, 중요한 비즈니스 미팅을 할 때는 귀걸이, 목걸이, 팔찌 등 액세서리의 착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습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액세서리가 대화 상대의 시선을 분산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내가 하려는 이야기가 상대에게 잘 들리지 않을 수밖에 없습니다.
다들 인스타그램, 혹은 페이스북 계정 갖고 계신가요? 점점 SNS에 가입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덩달아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죠.
디지털 시대에는 SNS나 온라인 메신저를 활용해 직접 만나지 않으면서도 소통을 하기가 쉬워졌습니다. 따라서 대면 소통만큼이나 온라인 소통에도 신경을 쓸 필요가 있습니다. 잘 활용하면 때로는 직접 만나는 것보다 더 좋은 커뮤니케이션이 될 때도 있고요.
저는 꾸준히 인스타그램에 회사에서 찍은 사진이나 일상의 모습을 찍어 업로드합니다. 지인들에게 제 소식을 전할 수도 있고, 실제로 만났을 때에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는 소재도 되기 때문입니다. 대화를 시작하기 전에 SNS에 업로드된 사진에 대해 언급해 보세요. “지난주 OO에 다녀왔더라? 좋았어?”라며 소통을 시작하면 상대에게 꾸준히 관심을 갖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죠.
SNS를 소통의 창구로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부지런해야 합니다. 다양한 콘텐츠를 접하면서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죠. 그래서 저는 매거진과 신문을 정기 구독하고, SNS 커뮤니티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바쁜 일상을 보내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매거진이나 기사와 같은 텍스트 위주의 오프라인 콘텐츠를 챙겨보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런 분들에게는 몇 번의 클릭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온라인 콘텐츠를 자주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콘텐츠 공유하기를 통해 소통에 바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죠. 저도 종종 SNS에 업로드된 좋은 콘텐츠가 있으면 지인에게 공유하며 안부를 전합니다. SNS 콘텐츠의 경우 주로 이미지나 영상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재미있고 편안한 분위기로 대화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글을 끝내기 전 다시 어린 왕자 이야기로 돌아가 볼까요? ‘길들이기’에 대해 여우와 이야기를 나눈 어린 왕자는 장미꽃을 찾아갑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죠.
“물론 나의 꽃은 지나가는 행인에겐 너희들과 똑같이 생긴 것으로 보이겠지.
하지만 그 꽃 한 송이가 내게는 너희들 모두보다도 더 중요해.
내가 그에게 물을 주었기 때문이지.
내가 병풍으로 보호해 준 것은 그 꽃이기 때문이지.
내가 벌레를 잡아 준 것도 그 꽃이기 때문이지.
내가 불평을 들어주고, 허풍을 들어주고,
때로는 침묵까지 들어준 내 꽃이기 때문이야.”
어린 왕자는 다시 여우를 찾아갑니다. 이때 여우는 어린 왕자에게 “너의 장미꽃을 그토록 소중하게 만든 건 그 꽃을 위해 네가 소비한 그 시간이란다.”라고 말합니다.
사람들 사이에서의 소통도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상대방에게 먼저 손을 내밀고, 더 많은 관심을 갖고 다가가려고 노력할수록, 그 사람은 제게 특별한 존재가 됩니다. 그때, 비로소 우리 자신도 그 사람에게 특별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는 것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