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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룩켓매거진 Jan 13. 2023

옷태기, 옷과 나의 권태기

애정으로 극뽁!

패션 뉴스레터를 만드는 사람은

옷 입는 게 항상 즐거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시즌오프가 한창인 요즘, 갖고 싶었던 아이템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임에도 불구하고 쇼핑하고 싶은 생각까지 오프가 된 느낌. 이 마음을 대변해 줄 노래를 찾았다.


사라져, 아니 사라지지 마.

네 맘을 보여줘 아니 보여주지 마.


볼빨간 사춘기 <썸 탈거야>


이거 입을까, 저거 입을까 그러다 갑자기 옷 입기가 부질없다 느껴지니 하다 하다 옷이랑 썸 타는 지경에 이르렀다. 문제는 썸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셀프 밀당의 귀재가 된다는 점, 애정이 식어도 애써 다시 좋아지려 부단히 노력한다. 옷태기 극복에 앞서 애정이 떨어진 이유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당장 필요한 게 없어서, 마음에 드는 게 없어서, 계절이 애매해서 등 구매를 안 하게 되는 경우는 많지만 구경은 습관인데 보는 것까지 뜸해지는 건,


①실질적으로 옷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

②취향이 변했는데 옷장이 업데이트되지 않았다


이 두 가지 원인으로 관심사에서 밀린 것이다.


‘그럼 그냥 안 보고 안 사면 되는 거 아닌가.’


사랑과 기침은 감출 방법이 없다. 즉, 옷에 대한 애정이 잠시 식을 순 있어도 사라지진 않는다. 사랑은 이렇게 생기는 게 아니던가! 옷을 향한 마음을 다시 당겨야 한다.



'취향도 한 번씩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여기서 말하는 레퍼런스는 착장을 똑같이 따라 할 사진 한 장을 말하는 게 아니다. 어떤 레퍼런스든 똑같이 따라 한다고 절대 내 것이 되지 않는 법, 말 그대로 내가 되고자 하는 스타일에 참고가 될만한 사람을 찾는 것을 말한다. 실존 인물이어도 좋고, 극 중 캐릭터여도 좋으니 라이프 스타일이나 마인드를 닮고 싶은 입체적인 대상을 떠올려보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레퍼런스 인물을 찾고 어떻게 패션을 바라보는 데에 활용하는지는 아래의 두 가지 에피소드에서 다룬 적이 있으니 참고 바란다.

ep18. 힙(Hip)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ep3. 나는 너가 줏대있게 인생 살았으면 좋겠어



'업데이트된 취향을 널리 퍼뜨리자!'

알고리즘을 컨트롤한다니 대단히 프로그래머라도 된 것 같지만 실은 아주 간단한 방법이다.


①쇼핑 앱에서 원하는 카테고리를 하나 정하고 들어가서 제품을 최신순으로 정렬한다.

②괜찮아 보이는 것마다 좋아요를 남발한다.

그 결과 나는 3가지 앱에서만 약 3700개의 좋아요를 남발했다

레퍼런스로 취향을 업데이트했으니 쇼핑하는 곳에 ‘내 취향은 이거’라며 좋아한다고 사방팔방에 외친다. 나의 외침을 들은 알고리즘이 어련히 알아서 내 취향의 제품을 떠먹여 줄 때까지. 어차피 지배당할 거 제대로 지배하라고 알고리즘에게 정답을 알려준 결과물이 점점 나를 간파한다. 덕분에 새로운 브랜드를 알게 되기도 하고, 스쳐 지나갔던 제품이 다시 보이기도 하는데 당장 구매할 것이 아니어도 언젠가 도움이 된다.



취향 업데이트에도 옷과의 권태기가 지속된다면, 질린 게 아니라 옷장 정리가 시급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알고 보니 안 입는 옷을 정리하면 되는 간단한 문제였던 것이다. 안 보이던 옷이 보이고 → 코디 짜기가 쉬워지고 → 착장이 마음에 들고 → 다음날은 또 어떻게 입을지 기대하게 되는 선순환으로 옷태기 극복해 보자.



‘옷 입는 데에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있을 것 아니에요.’
(출처 : 귀에 맞으신다면.)

드라마 속 대사를 빌려, 좋아하는 마음을 맘껏 내비치지 않으면 스스로 감동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서 그 마음이 사라져 버린다고 한다. 그래서 팔불출을 자처해서라도 옷을 좋아하는 이 마음을 오래 간직하고 싶다. ‘왜냐면, 내가 옷을 많이 좋아하기 때문에.’





<원문>

@looketmag_of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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