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저 할머니 폼 미쳤다
인간 생활의 3대 요소인 ‘의식주(衣食住)’에서 당당하게 한자리 차지하고 있는 ‘의(衣)’. 그러니까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죽을 때까지 덥거나 추운 날씨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옷을 입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평생 해야 하는 일을 매일 고민한다.
'오늘 뭐 입지?'
생각해 보면 다음날 입을 옷을 고민할 필요가 없던 시절에도 매일 아침 옷장 앞을 한참 서성이곤 했다.'교복 안에 반소매는?', '교복 셔츠에 걸칠 후드는?' 그때도, 어제도, 오늘도, 심지어 최근에는 메타버스 캐릭터 옷 입히기까지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니 이쯤이면 우린 모두…
마음 한구석에
매 순간 스타일리시하고픈 바람을
품고 사는 게 아닐까?
이 바람의 유효기간은 아마 평생일 것 같다. 그래서 최종 목표는 꼭 멋쟁이 할머니 타이틀을 다는 것. 이왕이면 글로벌하게 <코리안 힙스터 그랜마>라고나 할까.
이렇게 생각하니 지금부터 아이템 하나하나 정성스레 선택해야 할 것만 같은 느낌. 구매를 할 때에도 조금 더 취향에 맞는 것을 찾기 위해 신중하고, 외출 시에는 간단하게 룩을 사진으로 남기는 것도 잊지 않고. 혹시 나중에 '할머니는 언제부터 그렇게 멋졌나요?'라고 물으면 '원래부터요!'라고 대답하면서 보여줄 사진이 필요할 테니까.
진정 힙하게 나이 든다는 건…
단순히 옷이 많은 것? 명품을 온몸에 휘두르는 것? 동안을 유지하는 것?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는 것?
진짜 스타일리시함은 나답게 살려고 꾸준히 노력하면 자연스럽게 묻어 나오는 게 아닐까. 무언갈 계속한다는 건 그 자체로 흐릿함을 뚜렷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속도가 아주 느리고 성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아도. 고유번호 +82의 나라에 태어난 8282의 민족이지만 나 자신을 탐구하는 건 침착하고 꾸준하게, 나만의 색으로 빛날 때까지 아주 깊이 있게 고민하는 것만큼 힙한 건 없을 테니까.
그래서 나는 취향껏 기록하는 룩북을 계속하고 있다. 그 과정이 가끔 잘 안 풀릴 땐 스트레스받기도 하지만 이것이 멋쟁이 할머니가 되는 길이라면, 카페인의 힘을 빌려서라도 이겨내야지. 지금은 그럴싸해 보이지만 먼 훗날 진짜 근사해질 거니까.
패션과 나이가 상관이 없다고 해서 기저귀를 차겠다는 건 아니고, 누군가 y2k의 재림을 보고 1020세대가 부모의 옷장에서 옷을 꺼내 입는다고 표현한 걸 본 적이 있다. 과거의 것이 현재 힙해졌기 때문이다. 미래에도 유행이 돌아온다면, 나는 옷장을 열어 현재의 내가 입었던 옷을 다시 꺼내 입지 않을까.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휘황찬란한 그래픽과 깔 맞춤을 사랑하는 할머니가 되어있을 테니.
멋쟁이 할머니, 아니 진정한 <코리안 힙스터 그랜마>가 되어 언젠가 패션 아카이빙 계정에 내가 포스팅 한 칸 차지하는 날,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가 옆 칸에 있었으면 좋겠다. 그때까지 함께, 스타일리시하게, 잘 살아봅시다. 우리 모두.
<취향껏 기록하는 룩북>
<패션 아카이빙 계정>
<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