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린 어학연수 첫 날 지각한 이유와 구차한 변명거리들
구글 맵은 정말 간편하다. 스마트폰에서 위치 정보 설정 하나만으로 내가 어디에 있든 내 위치를 바로 알 수 있다. 심지어 반응 속도도 빠르기 때문에 여행자에게 구글 맵은 필수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정말 간편하다. 그런데 한 가지 엄청난 단점이 있다면, 그건 바로 내가 내려야 하는 버스 정류장의 이름이 실제 정류장의 이름과 매우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차 없는 뚜벅이 여행자들에게는 정말 치명적인 단점이 아닐 수 없다. 그 단점이 나의 어학연수 첫 날 지각에 한 몫을 했다. 물론 내가 조금 더 빨리 집을 나왔다면, 또 더블린의 아침은 거의 모든 도로가 교통체증이 심하다는 점을 미리 알았더라면 지각은 면했을수도 있지만… 그렇지만 몰랐다 (하하!)
우선 나의 홈스테이에서 DCU(더블린 시티 대학교)로 환승 없이 바로 가는 버스(220번, 나중에 알고보니 이 버스만 시간 맞춰서 잘 타면 정말 편하게 학교까지 갈 수 있었다.)가 있었는데, 그 버스를 코앞에서 놓쳤다. 그 후 환승 1번을 해야 하는 다른 버스를 탔는데, 구글 맵에 적힌 정류장의 이름과 버스 전광판에 나오는 정류장의 이름이 전혀 달라서 어디에서 내려야 하는지 전혀 감을 잡지 못했다. 결국 이상한 곳에서 내려서 또 다른 버스를 타고 한참 동안 다시 가야 하는 대참사가… 일어났다…
더블린의 날씨는 전형적인 해양성 기후에 비와 바람이 함께 올 때가 많다. 이 날만해도 아침에는 강풍을 동반한 비가 내렸다. 분명 일기예보에서 날씨가 ‘WINDY’라고 했는데, 그 강풍을 ‘WINDY’라고 표현했다는 건 바람이 더 심할 때가 훨씬 많다는 반증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무튼 버스도 놓쳤는데 길도 잃어버리고, 날씨까지 강풍에 비가 내리니 아침부터 정말 우울했다. 사실 지각하는 것 자체보다 구글 맵을 믿고 길을 나섰는데 길을 잃어버렸다는 것에 심란했다.
나중에 홈스테이로 돌아와서 홈맘(home mom, 홈스테이에서 나를 챙겨주는 주인 분)에게 ‘구글 맵에 나오는 정류장 이름이 실제 정류장 이름과 달라요... 정말 이상해요!! 왜 그런거죠?’라고 물어보았더니, ‘그거 원래 그래. 그래서 알아서 눈치보고 잘 내려야 한단다.’라는 신기한 답변이 돌아왔다. 사실 우리나라라면 지도와 실제 정류장 이름이 다른 건 여러 번의 피드백과 항의로 진작에 고쳐졌을 문제인데, (실제로 미국에서는 정류장 이름이 이 정도로 다르지는 않아서 원래 구글 맵은 언제나 정확한 줄 알았다.) 불편하면 불편한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곳엔 더 많다는 것이 느껴졌다. 아일랜드의 수도인 더블린이 이 정도라면, 아일랜드 내의 다른 도시나 지역은 더 심하지 않을까… 그래서 앞으로 버스 탈 때에는 구글 맵으로 내려야 하는 위치와 나의 위치를 비교 대조해가며 가기로 했다. 다행히 이 날 지각을 1시간이나 했지만 오리엔테이션 데이라서 출결에는 아무 타격이 없었다. 도착했을 때에도 오리엔테이션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일단 출결은 됐으니 구글 맵이 만사형통이라고 생각했던 과거의 정하... 반성하자. 세상에는 생각보다 믿을 게 별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