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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하 Jan 11. 2020

첫 날 지각한 사람...

더블린 어학연수 첫 날 지각한 이유와 구차한 변명거리들

구글 맵은 정말 간편하다. 스마트폰에서 위치 정보 설정 하나만으로 내가 어디에 있든 내 위치를 바로 알 수 있다. 심지어 반응 속도도 빠르기 때문에 여행자에게 구글 맵은 필수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정말 간편하다. 그런데 한 가지 엄청난 단점이 있다면, 그건 바로 내가 내려야 하는 버스 정류장의 이름이 실제 정류장의 이름과 매우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차 없는 뚜벅이 여행자들에게는 정말 치명적인 단점이 아닐 수 없다. 그 단점이 나의 어학연수 첫 날 지각에 한 몫을 했다. 물론 내가 조금 더 빨리 집을 나왔다면, 또 더블린의 아침은 거의 모든 도로가 교통체증이 심하다는 점을 미리 알았더라면 지각은 면했을수도 있지만… 그렇지만 몰랐다 (하하!) 


우선 나의 홈스테이에서 DCU(더블린 시티 대학교)로 환승 없이 바로 가는 버스(220번, 나중에 알고보니 이 버스만 시간 맞춰서 잘 타면 정말 편하게 학교까지 갈 수 있었다.)가 있었는데, 그 버스를 코앞에서 놓쳤다. 그 후 환승 1번을 해야 하는 다른 버스를 탔는데, 구글 맵에 적힌 정류장의 이름과 버스 전광판에 나오는 정류장의 이름이 전혀 달라서 어디에서 내려야 하는지 전혀 감을 잡지 못했다. 결국 이상한 곳에서 내려서 또 다른 버스를 타고 한참 동안 다시 가야 하는 대참사가… 일어났다…


더블린의 날씨는 전형적인 해양성 기후에 비와 바람이 함께 올 때가 많다. 이 날만해도 아침에는 강풍을 동반한 비가 내렸다. 분명 일기예보에서 날씨가 ‘WINDY’라고 했는데, 그 강풍을 ‘WINDY’라고 표현했다는 건 바람이 더 심할 때가 훨씬 많다는 반증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무튼 버스도 놓쳤는데 길도 잃어버리고, 날씨까지 강풍에 비가 내리니 아침부터 정말 우울했다. 사실 지각하는 것 자체보다 구글 맵을 믿고 길을 나섰는데 길을 잃어버렸다는 것에 심란했다. 

버스 놓치고 우울하고 날씨도 꿀꿀해서 셀카나 찍어봤음(사진 제목: 지금 내 기분 마치 더블린 날씨...^^)

나중에 홈스테이로 돌아와서 홈맘(home mom, 홈스테이에서 나를 챙겨주는 주인 분)에게 ‘구글 맵에 나오는 정류장 이름이 실제 정류장 이름과 달라요... 정말 이상해요!! 왜 그런거죠?’라고 물어보았더니, ‘그거 원래 그래. 그래서 알아서 눈치보고 잘 내려야 한단다.’라는 신기한 답변이 돌아왔다. 사실 우리나라라면 지도와 실제 정류장 이름이 다른 건 여러 번의 피드백과 항의로 진작에 고쳐졌을 문제인데, (실제로 미국에서는 정류장 이름이 이 정도로 다르지는 않아서 원래 구글 맵은 언제나 정확한 줄 알았다.) 불편하면 불편한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곳엔 더 많다는 것이 느껴졌다. 아일랜드의 수도인 더블린이 이 정도라면, 아일랜드 내의 다른 도시나 지역은 더 심하지 않을까… 그래서 앞으로 버스 탈 때에는 구글 맵으로 내려야 하는 위치와 나의 위치를 비교 대조해가며 가기로 했다. 다행히 이 날 지각을 1시간이나 했지만 오리엔테이션 데이라서 출결에는 아무 타격이 없었다. 도착했을 때에도 오리엔테이션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일단 출결은 됐으니 구글 맵이 만사형통이라고 생각했던 과거의 정하... 반성하자. 세상에는 생각보다 믿을 게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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