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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하 Oct 11. 2020

교과서에 나온대로 되는 세상

예전 교과서에 심심찮게 등장한 재택 근무 하는 직딩 그림 = 2020년

마지막 학기를 집에서 꼼짝없이 보내는 중이다. 그렇게 집에서 매일 매일 인생에서 가장 재미없는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다. 올해 3월, 1학기 첫 온라인 수업이 기억난다. 그 때는 분명 일시적으로 온라인 수업을 할 것이며, 학교는 곧 개강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대체 왜 떨렸을까) zoom 강의실에 입장한 기억이 있다. 한 때 zoom 회사가 중국 소유라 개인정보 유출 때문에 시끌벅적했을 때가 있었는데, 그 논란이 무색하듯 이제 초, 중, 고등학교는 물론이고 대학교 수업까지 zoom 강의실이 점령한 것 같다.


IT 계열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재택 근무를 많이 하는 듯하다. 사실 컴퓨터와 인터넷 연결만 있으면 IT 계열의 무슨 업무든 못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인지, IT 계열의 업종은 코로나 시대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지 않은 유일한 직업군이기도 하다. 이 부분이 당연해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지금과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 접근성이 굉장히 불균형하다고 느낀다. 직접 만나야 해결되는 일이 세상에는 생각보다 많다. 꼭 직접 만나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직접 만나서 서로 소통하는 것이 너무 당연하고 더 좋은 일들도 많다. 그런데 지금은 불가피하게 그 좋은 것이 모두의 이익에서 한참 밀리는 시대가 되었다.

oops...(그 와중에 여성 분은 미동도 안하고 말함) 재택근무 중 대참사 gif

학교 다닐 때 교과서에서 미래 사회의 모습이라며 나오는 '재택 근무'를 하는 직딩들의 모습이 설마 지금을 예견한건가? 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 (물론 이렇게 되면 갑자기 엄청난 음모론이 탄생한다) 물론, 재택 근무는 코로나 시대 이전에도 존재했다. 예전부터 디지털 노마드가 유행한 것도, 언제 어디에서나 일하는 노마딕(nomadic)한 삶을 살 수 있는 것도, 모두 재택 근무가 가능한 환경이 이미 만들어져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내 주변에는 재택 근무가 일상이 아니었던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재택 근무를 할 수 있지만 하지 않았던 회사가 더 많지 않았을까. 그런데 회사를 나가지 않고도 집에서 일을 할 수 있으니 재택 근무제를 택한 것일 것이다.


언제 나올지 모르는 백신이 나온 다음에는 어떻게 될까? "자, 세상 사람들~ 백신이 나왔으니 이제부터 다시 '원래 일상'으로 돌아갑시다! 모두 밖으로 나오세요." 라고 말하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지 모르겠다. 학교를 가지 않고 온라인 수업으로 수업 시간을 채워도, 회사를 나가지 않고 화상 회의에 참여해도 학교나 회사가 잘 굴러가며 학위나 월급을 받는데 별 지장이 없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알았다. 이 상태에서 다시 그 이전으로 온전히 돌아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 않을까. 그렇다면, 이 다음은 무엇일까?



* 참고자료

https://www.theguardian.com/commentisfree/2020/apr/25/covid-19-pandemic-shines-a-light-on-a-new-kind-of-class-divide-and-its-inequal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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