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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행자 Aug 12. 2019

쫄보 날다

#8. 아이는 비교의 대상이 아닌 사랑의 대상 12/08/2019

혼자 뛰어내리기를 성공하는 아이

아이가 처음으로 아무런 도움 없이 어느 정도의 높이에서 뛰어내렸다. 사실 어른의 무릎 정도밖에 안 되는 비교적 낮은 높이다. 남이 볼 땐 정말 별 일 아닌 것도 알고, 내가 지금 이 일을 주제로 삼아 글을 쓸 정도로 소란을 피우고 있다는 것도 잘 안다. 그래도 유아기부터 쫄보에 늘 조심성이 과한 아이에겐 오늘 일은 꽤나 큰 도약이고, 아빠에겐 큰 놀라움이다.

아이는 세 돌이 된 지금까지 자기 부주의로 어딘가에 부딪힌 적이 두어 차례밖에 없다. 그마저도 사실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다. 늘 뛰기 전엔 아무리 급한 일이어도 (심지어 선물은 받으러 달릴 때 조차도) 주변에 부딪힐 만한 것이 뭐가 있나 살핀 후 달리기를 시작하고, 조금이라도 위험할 것 같으며 애당초 근처에도 가지 않는 아이다.

그러던 얼마 전, 처음으로 바깥에서 맨땅에 넘어져 무릎에 피가 난 일이 있었다. 그 사건이 아이에게 적지 않는 충격으로 다가왔었는지 거의 2주를 매일매일 그런 일이 있었다며 위로를 구하는 불쌍한 표정으로 다가와 문득문득 안기곤 했다. 당일에는 집에 돌아와 놀이방에서 한참을 잘 놀다가 갑자기 무릎이 아프다며 걷지를 못하겠단다. 어떠한 위로의 말도 통하질 않아 결국 아이스크림으로 유도해 거실로 불러냈더니 그제야 놀이방에서부터 뒤뚱뒤뚱 오리걸음으로 나오는 아이의 모습이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럽던지. 끝까지 아파서 걷지는 못하겠단다. 진이나 영상을 안 찍어놓은 게 아쉽지만, 한참을 웃고 이곳저곳에 말하고 다녔던 일화다.

그런 아이가 내 도움 없이 어딘가에서 뛰어내렸다. 뿌듯하고 흐뭇하고 기쁘고, 오버스럽지만 돌이켜 생각하면 뭔가 뭉클하기까지 하다. 아이의 앞으로의 성장이 더 기대된다. 다가올 여름은 함께 달리기도 하고, 자전거도 타고, 트램펄린도 타는 그런 행복한 추억들이 가득할 것만 같다.

누가 보면 너무 사소한 일에 과하다 하겠지만 누가 보는 게 뭐 중요한가. 내 아이의 성장은 언제나 흐뭇함이고 행복인걸. 잊지 말자. 아이는 비교의 대상이 아닌 사랑의 대상이란 걸.


아빠와 공놀이 하며 즐거워하는 모습
사진 찍어준다고 포즈를 잡으랬더니. 1
사진 찍어준다고 포즈를 잡으랬더니.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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