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벌써 2년?! 시간이 정말 빠르지? 짧은 시간이 절대 아닌데 너무나 순식간에 지나가 버려서 엄마 아빠는 우리가 어떤 부모였을지 충분히 돌아보지도 못한 채 어느덧 2년이라는 소중한 시간이 흘러가버렸어. 너에겐 지난 2년 간이 어땠을까? 우린 너에게 어떤 부모였을까? 언뜻 돌이켜 생각해봐도 엄마 아빠는 주아에게 더 좋은 부모가 되지 못함이 아쉽고 또 아쉽지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우리 주아는 엄마 아빠에게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정도로 최고의 딸이야.
며칠 전 잠들어 있는 너를 바라보며 엄마와 두런두런 얘기를 나눴었어. 물론 대부분의 부모가 자기 자식을 바라보며 비슷한 생각을 하겠지만 너를 보고 있으면 그저 감사함이 가장 먼저 차오르는 거 같아. 하나님께서 엄마와 아빠를 통해서 나올 수 있는 가장 최고의 딸을 선물로 주셨구나. 어떻게 이런 아이가 우리에게 왔을까. 자는 모습뿐만 아니라 언제 봐도 너무나 천사 같고 사랑스러운데. 조금만 더 천천히 컸으면 좋겠다. 너무 감사하다. 참 행복하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런 이야기들을 나누다가 너무 늦어져서 부랴부랴 잠자리에 들었더랬어.
우리 주아가 앞으로 자라며 어떻게 클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의 너는 정말 매우 키우기 쉬운 아이였단다. 아마도 엄마 아빠가 너무 부족하니까 하나님께서 너무 힘들지 말라고 주아를 주신 걸지도 모르겠어. 인터넷과 주변의 많은 이야기들을 보고 듣고 있자면 공감이 가지 않은 부분이 너무 많아서 아이를 키우는 게 정말 그렇게 힘든 일인가?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거든. 언젠가 주아 동생을 갖게 되면 조금씩 알게 될지도 모르겠다.
아빠가 기억하는 선에서 넌 그 흔한 토도 거의 하지 않았고, 심지어 침도 흘리지 않는 아기였어. 잠은 교과서처럼 6주에는 6시간, 7주에는 7시간, 8주에는 8시간을 통잠으로 자는 아기였고, 갓난아기 때부터 모빌이나 스윙 같은 곳에 놔두면 한참이고 혼자도 잘 노는 아기였어. 자는 걸 깨우면 늘 웃으며 엄마 아빠를 반겨줬고, 먼저 깨더라도 혼자 모빌이나 인형을 보며 잘 놀고 있어서 언제 깼는지 모를 정도로 순한 아기였지. 심지어 울어야 할 상황에서도 잘 울지도 않고 울음 끝이 너무 짧아서 아빠가 “주아야 울어도 괜찮아”라고 말했던 적도 자주 있었단다.
한 번은 뭐 때문인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너가 울고 있는 걸 보고 아빠가 달래주기는 커녕 “그래, 주아야 더 울어. 괜찮아. 그렇게 우는 거야.” 라면서 미소 지으며 잠시간 그냥 바라보고 있을 때가 있을 정도였지. 또 한 번은 너를 데리고 친구들과 식당에 갔는데, 아빠 한쪽 무릎에 앉혀놓고 한동안 얘기를 나누다가 문득 아빠 친구들이 너가 있는지 순간 까먹었다고 할 정도였으니 너가 얼마나 순한 아이였는지 더 말할 필요도 없겠지?
넌 단순히 순하고 조용한 것뿐 아니라 웃음과 미소가 끊이지 않는 아기였어. 1년 정도 전에 너와 한국에서 돌 촬영을 한 적이 있었는데, 몇 번이나 옷을 바꿔 입고 컨셉을 바꿔가며 촬영을 하는데도 한 번도 막힘없이 시종일관 웃으며 순조롭게 모든 게 진행되었었어. 오히려 매번 너무 웃어서 얼굴이 찌그러진다고 사진작가님과 도우미 이모가 되려 덜 웃는 사진을 찍으려고 노력할 정도였지. 촬영은 50분도 걸리지 않았고 수고로운 느낌보다는 잠깐 놀러 갔다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여전히 우리 주아는 엄마 아빠에게 늘 감사함이 넘치게 하는 딸이고, 웃음과 미소가 넘치는 순하고 키우기 쉬운 딸이야. 두 살이 되면서 표현도 많아지고, 행동반경도 넓어지고, 자기주장도 강해졌지만 그런 모든 것들이 온전한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것 일 뿐, 엄마 아빠에게 힘듬으로 다가오거나 그랬던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아. 오히려 너가 하나둘씩 새로운 말과 행동들을 배워갈수록 엄마 아빠에겐 더 큰 감동과 기쁨이 넘치더라.
주아가 앞으로의 삶 속에서 어떠한 모습으로 성장하더라도 엄마 아빠는 지금보다 더 깊은 마음으로 주아를 사랑할 거야. 오늘 아빠가 편지로 주아가 아기 때 얼마나 착하고 순한 아이였다는 걸 쭈욱 나열한 걸 나중에라도 보고 어떠한 조금의 강박도 갖지 않았으면 해. 아빠는 단지 우리가 너로 인해 얼마나 기뻤는지, 행복했는지,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걸 알려주기 위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쓴 거야. 엄마와 아빠는 너가 순한 아기가 아녔다고 해도 지금과 똑같이 너를 사랑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아. 주아는 주아니까. 엄마 아빠 딸이니까.
주아야. 엄마와 아빠에게 와줘서 정말 고마워. 2년이 지나도 여전히 엄마와 아빠는 부족하고 못난 부모지만, 너를 통해 사랑을 배우고, 너를 통해 부모님의 마음을 알게 되고, 너를 통해 하나님의 은혜를 깨닫게 된단다. 서로 함께 커가면서 하나님께서 주신 놀라운 사랑을 우리 가정 안에서만 간직하지 말고, 밖으로 이웃으로 세상으로 흘려보내는 주님 보시기 합당한 가정으로 성장해 나아가자. 사랑한다 우리 딸.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2018년. 아빠가.
P.S. 이 편지는 어디까지나 아빠의 관점이란다. 엄마는 기본적으로 아빠와 같은 생각이지만 아빠는 겪지 못한 힘듬을 겪었거든. 출산이라던가 모유수유라던가 주아로 인해 생긴 값지고 피와 땀이 되는 경험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아빠가 이야기해줄게. 엄마에게 늘 감사하렴.
P.S.2. 참, 주아 생일 당일에 우린 행복한 추억들을 많이 만들었어. 아침부터 엄마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 모두 다 함께 시간을 보냈지. 엄마는 주아를 위해서 딸기 케이크를 만들고 미역국을 끓였고, 아빠와 함께 전날 밤부터 주아가 제일 좋아하는 페파 피그 풍선으로 집을 꾸몄었어. 아침에 일어나 함께 카페에 가서 할머니 할아버지를 만나 맛있는 브런치를 먹었는데 우리 주아는 이 날 코코아와 감자 칩스, 그리고 핫도그까지 너무너무 맛있게 먹었단다.
집에 와서는 준비돼있던 서프라이즈 파티를 했어. 너가 집에 들어오자마자 케이크를 먼저 발견하고는 “사랑하는 페파의~” 라며 노래를 했는데 얼마나 귀엽고 이쁘던지. 조촐한 가족끼리의 파티였지만 행복이 넘치는 시간들이었단다. 그리고는 외할아버지/외할머니, 친할아버지/친할머니가 다 함께 준비해주신 하페 주방놀이 세트를 선물로 받았는데 너가 정말 정말 좋아했어. 지금도 매일매일 이거 가지고 노느라 정신없는 널 보는 재미가 얼마나 쏠쏠한지 몰라.
매일이 생일 같았으면 좋겠다. 그렇지? 우리 그런 나날들을 함께 살아가자. 늘 특별한 맛있는 걸 먹고, 늘 많은 선물을 받지는 못하겠지만. 이 날처럼 가족이 늘 함께 시간을 보내고 추억을 만들고 웃음꽃이 넘치는 하루하루를 만들어가자. 다시 한번 사랑해 우리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