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처음으로 아무런 도움 없이 어느 정도의 높이에서 뛰어내렸다. 사실 어른의 무릎 정도밖에 안 되는 비교적 낮은 높이다. 남이 볼 땐 정말 별 일 아닌 것도 알고, 내가 지금 이 일을 주제로 삼아 글을 쓸 정도로 소란을 피우고 있다는 것도 잘 안다. 그래도 유아기부터 쫄보에 늘 조심성이 과한 아이에겐 오늘 일은 꽤나 큰 도약이고, 아빠에겐 큰 놀라움이다.
아이는 세 돌이 된 지금까지 자기 부주의로 어딘가에 부딪힌 적이 두어 차례밖에 없다. 그마저도 사실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다. 늘 뛰기 전엔 아무리 급한 일이어도 (심지어 선물은 받으러 달릴 때 조차도) 주변에 부딪힐 만한 것이 뭐가 있나 살핀 후 달리기를 시작하고, 조금이라도 위험할 것 같으며 애당초 근처에도 가지 않는 아이다.
그러던 얼마 전, 처음으로 바깥에서 맨땅에 넘어져 무릎에 피가 난 일이 있었다. 그 사건이 아이에게 적지 않는 충격으로 다가왔었는지 거의 2주를 매일매일 그런 일이 있었다며 위로를 구하는 불쌍한 표정으로 다가와 문득문득 안기곤 했다. 당일에는 집에 돌아와 놀이방에서 한참을 잘 놀다가 갑자기 무릎이 아프다며 걷지를 못하겠단다. 어떠한 위로의 말도 통하질 않아 결국 아이스크림으로 유도해 거실로 불러냈더니 그제야 놀이방에서부터 뒤뚱뒤뚱 오리걸음으로 나오는 아이의 모습이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럽던지. 끝까지아파서 걷지는 못하겠단다.사진이나 영상을 안 찍어놓은 게 아쉽지만, 한참을 웃고 이곳저곳에 말하고 다녔던 일화다.
그런 아이가 내 도움 없이 어딘가에서 뛰어내렸다. 뿌듯하고 흐뭇하고 기쁘고, 오버스럽지만 돌이켜 생각하면 뭔가 뭉클하기까지 하다. 아이의 앞으로의 성장이 더 기대된다. 다가올 여름은 함께 달리기도 하고, 자전거도 타고, 트램펄린도 타는 그런 행복한 추억들이 가득할 것만 같다.
누가 보면 너무 사소한 일에 과하다 하겠지만 누가 보는 게 뭐 중요한가. 내 아이의 성장은 언제나 흐뭇함이고 행복인걸. 잊지 말자. 아이는 비교의 대상이 아닌 사랑의 대상이란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