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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행자 Aug 10. 2019

함께 걷기

#6. 한 명의 동등한 인격체 29/09/2018

아내를 따라하는 아이의 모습

아이가 조금씩 커가면서 부모를 온전히 의지해야만 무언가를 할 수 있었던 시기가 조금씩 지나가기 시작한다. 아직은 아쉬움보다는 대견함이 더 큰 단계이지만, 더 시간이 많이 흐르고 아이를 내 품에서 완전히 놓아주어야 할 시기가 왔을 땐 어쩌면 아쉬움이 더 클지도 모르겠다 라는 막연한 생각이 문득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부모 없이는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제대로 가지도 못하던 아이는 어느덧 별로 흘리지도 않고 먹고 싶은 걸 골라가며 먹을 수 있게 되었고, 높은 곳에 올라가 이것저것 바라보고 놀다가 잘도 내려온다. 또 잠긴 문을 쉽사리 열고 어디든 나갈 수 있게 되었고, 집에 돌아가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배웅하고 난 후 다시 직접 문을 닫고 잠그기까지 할 정도로 부쩍 커버렸다.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아이는 하나의 존중받아 마땅한 인격체가 되어있다. 아니 어쩌면 벌써부터 그랬는데 시간의 흐름을 바라보지 못하던 부모가 깨닫지 못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하루하루 아이는 커가고 이제 우리는 한 걸음씩 한 걸음씩 함께 걷기 시작한다. 보폭이 매우 좁고 아직은 불안 불안한 걸음걸이지만 서로 몸과 마음을 의지하고 사랑하며 함께 걷는다. 그걸로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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