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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행자 Aug 09. 2019

따라쟁이

#5. 아이에게 배우는 책임감 01/09/2018


부모는 아이의 거울이라는 말이 자주 실감 나는 요즘이다. 부쩍부쩍 커가고 금세 금세 많은 걸 배워가는 아이의 모습은 부모로 하여금 더 조심하고, 먼저 본이 될 수 있도록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며 발전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아이는 별다른 계산 없이 부모를 따라 한다.

웃으면 따라서 웃고
먹으면 따라서 먹고
노래하면 따라서 노래하고
춤추면 따라서 춤을 춘다.

어쩌다 별생각 없이 쉽게 내뱉은 말 한마디와 행동 하나에 순간 뜨끔해서 아이의 눈치를 살피며 뒤늦게 조심하는 순간들도 잦아진다.

반면 뜬금없이 나와 아내에게 다가와 “사랑해”라는 말을 하는 아이를 보고 있자면, 평소에 늘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게 정말 잘하는 거구나 싶다. 사랑도 받아 본 사람이 한다고 하지 않나.

바보 같은 생각인 거 뻔히 알지만 부모의 좋은 모습은 닮고 좋지 않은 모습은 잊어주길 바라본다.

며칠 전,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니 아이가 거실에 보이지 않는다. 안방에서부터 들려오는 반가운 목소리에 몰래 가서 슬쩍 보니 무언가 하느라 분주하고 정신이 없어 보인다. 자세히 보니 아이는 엄마를 따라 열심히 화초를 닦느라 바쁘다.

문틈 사이로 빼꼼 얼굴을 내민 아빠를 발견한 아이는 마치 대단한 일이라도 설명하는 듯 자랑스럽게 큰 목소리로 얘기를 시작한다. “아빠! 먼지가 많아서 닦는 거야! 엄마는 저기 멀리 닦고 있잖아!”

입꼬리가 올라간다. 웃음이 터진다. 순수하고 귀여운 모습에 어떠한 부정적인 마음도 머무르지 못하고 떠나가버린다. 아이의 손길이 지나가며 닦여나간 화초의 먼지처럼 내 마음의 먼지들도 아이의 말 한마디, 표정 하나, 손길 하나에 닦여져 나간다.

조건 없이 재지 않고 그저 사랑하는 아빠와 엄마의 모습을 그대로 따라 하는 아이는 부모에게 책임감을 가르치고 있는 거다. 부담이 전혀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이 가르침은 용기와 결단을 함께 불러일으킨다.

두 살 밖에 안 된, 아직도 한없이 어리기만 한 아이는 부모와 서로 가르치고 배우며 오늘도 조금씩 성장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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