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는 먼저 어린이집에 등록하고 적응차 3일간을 하루에 1시간씩 연습을 했었다. 하루는 엄마가 멀찌감치에서, 하루는 할아버지가 멀찌감치에서, 또 마지막 하루는 아이 혼자 놔두고 왔었는데 생각보다 잘 적응하고 좋아하는 것 같아서 은근 기대도 되면서 여전히 걱정도 되고 여러 마음이 교차했었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처음으로 혼자 무려 오전 타임 4시간을 엄마나 할아버지, 할머니도 없이 다녀온 거다. 기대만발. 걱정만땅. 일하면서도 계속 핸드폰에만 눈이 간다.
어떻게 하고 있을까? 울지는 않을까? 많이 힘들겠지? 그래도 버려졌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겠지? 적응도 조금 했고 선생님도 익숙해졌으니까 괜찮을 거야. 우리 주아는 씩씩하니까 괜찮을 거야. 그래도 갑자기 4시간은 너무 긴 거 아닌가? 1시간씩만 늘리는 게 나았을까?
초보 아빠 티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일이 손에 잡힐 리 만무하다. 대범한 척하다가 쫄보가 되어 버린다.
늘 느끼는 거지만 이럴 때 보면 아내가 나보다 더 대범하고 결단력 있다. 멀찌감치에서 같이 있거나 차에서 기다리면서 왔다 갔다 할까 했었다는데, 문득 아이가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인사하고 두고 나왔단다. 나라면 못했을 텐데.. 물론 집에 와선 너무 걱정되고 이상하고 허전하고 그랬다지만, 아이를 믿어주고 이끌어주는 아내의 모습은 참 존경스럽고 멋져 보인다.
그렇게 4시간이라는 시간이 더디고 천천히 흐른다. 그리고 12시 반. 오매불망 연락만 기다리는 못난 아빠의 핸드폰이 울리고.
아이는 아빠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너무 잘 있었단다. 한두 번 징징거리고 울기도 했다지만, 선생님이 잘 토닥거려주고 놀아주니 금방 시선을 돌리더란다. 여러 장난감과 노래, 춤 그리고 무엇보다 책을 정말 좋아했다고 한다. 모래놀이도 하고 어린이집에서 주는 점심도 생각보다 잘 먹었다고.
엄마가 도착했더니 잠깐 반갑게, 생각보다는 덜 반갑게, 맞아주고선 더 놀겠다고. 집에 안 간다고. 내일도 또 오겠다고. 재밌었다고 하더란다. 뭐지.. 나만 바보 된 것 같은 이 기분은 ㅎㅎ 그래도 얼마나 감사한지.
남들 다 겪는 별 것 아닌 일에 이만큼 호들갑 떨어놓고 의연하게 잘 해내는 아이의 모습을 보니 조금은 뻘쭘하지만 그 이상으로 훨씬 더 뿌듯하고 내심 자랑스럽고 기분이 너무 좋다.
이렇게 처음으로 학부모가 되는 연습을 시작한다. 학부모라는 단어가 나에게 쓰인다는 것이 많이 생소하고 어색하고 쑥스럽지만, 왠지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는 게 싫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