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을 밟고 바람을 품으며
나는 나를 부르리라
이 작은 새벽 흙내음 묻은 바람이
가슴 깊이 흔들릴 때까지도
나는 기다림을 산다
구름은 한 점 먼 산 넘어 흘러가고
내 발목에 두른 쇠사슬 같은 어제의
무게를 나는 비로소 떨쳐내리라
누가 나를 묶었던가
누가 내 어깨에 먹구름을 얹었던가
한 줌 하늘 한 줄기 햇살
그 모든 것이 내 곁에 있다
산은 저 홀로 단단하되
바람은 자유롭게 흐르니
나는 산이면서 바람이어라
모든 것을 짊어진 채
그러나 가볍게 흩날릴 수 있으니
나는 말간 낯으로 다시 서리라
바위 틈 작은 풀잎처럼
뿌리 깊이 묻히고도 고운 꽃을 피우리라
어떤 발자국이 짓밟을지라도
나는 그 위에 더 푸르게 솟아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