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은 누군가의 부주의를 탓하지 않고
아침까지도 제 모습을 남긴다
밤의 장막에 가려진 채
은빛 침묵으로 우리를 감싸던 그 빛
그 빛은 어둠 속에서조차
내내 작고 고요히 울고 있었으리라
눈에 담지 못한 채 스쳐 간
희미한 아름다움은
바람결에 흔들리는 이파리처럼
언제나 곁에 있건만
아침이 와서야 비로소 깨닫는다
빛의 흔적 아래 선명해진 그 모습
눈부시지 않아 더 깊은 위로를 건네는
그 한 조각 은하의 평온을
나 또한 누군가의 어두운 밤에
그런 달빛이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