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시선

마을 어귀의 당산나무는 자취를 감췄어

by 권씀

마을에 큰일이 생길 때면 사람들은

곧잘 나무를 찾아 손을 모아 정성을 들였지


누군간 미신이라며 손가락질해댔지만

절실한 마음을 대자연에 기대는 마음은 누구도 뭐라 할 수 없었어

사람들은 그저 예전부터 내려온 신앙을 따르는 것뿐


하지만 어느샌가 머리 긴 사내를 따르는 이들이 늘어났고

생경한 음악 소리가 들려오면서 나무를 찾는 이들은 줄었어

시대의 흐름이라지만 나무를 보살피던 이들도 손가락질받기 시작했지

나와는 다른 믿음이고 구닥다리라는 이유로 말이야


굳이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을 하지 않아도

나무에 치성을 드리며 사람들과 음식을 나누고

일손이 필요하면 내 손을 기꺼이 내어주던 사람들은

당산나무와 함께 종적을 감추었어


오방색 천을 감고 마을의 안녕과 사람들의 건강을 기원하던

품 넓은 당산나무는 그렇게 자취를 감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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