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상의 모든 것들에게 빚을 졌다. 그저 오는 것은 없었지. 고맙다, 덕분이에요, 좋아질 거다, 괜찮아 질거야, 힘내라는 그 숱한 말들. 하물며 해와 달, 별, 바람, 비 등등 자연도 비록 스칠지언정 그저 오진 않았다. 누군간 그 말들을 흔하게 치이는 말이라 했고 또 누군간 매일 스쳐가는 것들은 당연하게 받아들이라 했다. 감사의 습관도 어쩌면 감정의 낭비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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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일은 여간하지가 않아 나와 스쳐가는 모든 것들에 신경이 곤두서곤 했다. 걱정과 염려 혹은 오지랖에 가까운 것들을 내가 보는 것들에 쏟아내며, 어쩌면 내 자신에 대한 불안감을 지워내려 했는지도 모른다. 내 존재의 이유를 내가 아닌 모든 것에서 찾으려 한 것이다. 어찌됐든 오는 만큼 돌려주기도 하고 때론 그 이상의 것을 하기도 했지. 이런 걸 부채의식이라고 하면 맞으려나. 다소 계산적인 걸수도 있겠다. 내어놓은만큼은 아니라도 어느 정돈 내게 뭔가 왔으면 하는 바람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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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내가 빚을 진 것이 훨씬 많다. 살아오면서 난 얼마나 많은 고마움을 표했을까. 때론 인색하리라만큼 당연하게 여겨왔지. 사람에게서든 자연에게서든. 그래서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말을 달고 살기 시작했다. 물론 열심히 사는 걸로 다 할 순 없겠지만, 그럼에도 열심히 살아 내가 할 수 있을만큼의 빚갈이를 해야한다고 다짐을 한다. 스쳐가는 별에게도 마음을 쓸 수 있다면 기꺼이 내어놓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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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오늘도 나에게 주어진 모든 계절에 걸쳐 할부를 갚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