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필요하다.
제목은 뭔가 깨달음을 주는 것처럼 생겼지만 사실 올 한 해를 마무리하는 회고글입니다. 스타트업에서 개발자를 그만둔 후 1년에 대해 호기심이 생기신다면 재미있게 읽어주시길 비나이다.
(주의 :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 그랩의 1년 수익 목표 및 달성 금액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새해가 다가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목표를 세운다. 그리고 나 또한 2020년 1월 1일 집 앞 카페에서 1년 계획을 세웠다. 회사로 돌아갈 생각은 없었고 계속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도전하려 했다.
내가 세운 목표는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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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력으로 1억 벌기
바디 프로필 찍기
온라인 강의 1개 이상 찍기
블로그 방문자 수 20만 이상 찍기
현재 12월 31일을 기점으로 봤을 때, 대부분의 목표를 달성했다.
1. 성공적으로 바디 프로필을 촬영했다. 준비하는 과정이 많이 힘들었다. 그리고 먹고 싶은 걸 못 먹으면 성격이 변한다는 걸 깨달았다. 지금은 27년의 관성에 의해 돌아가는 중
2. 총 3개의 강의를 런칭했다(런칭 대기 1개 포함). 클래스 101에 '개발자가 되고 싶은 당신을 위해, 개발자가 되는 로드맵 A to Z' 강의를 런칭했고, 인프런에 'IT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한 개발 지식 A to Z' 강의를 런칭했다. 그리고 풀스택(웹,서버,모바일,머신러닝) 개발 강의가 12월 런칭 예정이었으나 1월 초로 밀릴 듯하다.
3. 운영하는 Tistory, 노션 블로그의 조회수 합이 22만을 넘겼다. 스테디셀러 아티클 몇 개와 비개발 직군인 사람들에게 바이럴이 된 개발 지식 아티클이 큰 도움이 되었다.
이 외에도 뉴스레터 구독자 1200명 달성, 책 기고 등의 이벤트들이 있었으나 생략하겠다.
이쯤 하면 자랑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어느 정도 맞다(...?) 내 기준 2020년은 정말 열심히 살았으니까. 이 정도의 인정 욕구는 빼꼼히 드러낼 수 있지 않은가.
다만 첫 번째 목표는 예상대로 달성하지 못했다. 내 손으로 벌었던 돈을 계산해보니 8천 가까이 벌었더라. 사실 이 금액도 초반 아웃소싱과 현재 컨설팅 그룹 '해킹 그로스'에서 급여를 받는 걸 제외하면 더 떨어진다.
1억 원을 내 손으로 다 벌 수 있을 것이라 크게 기대하진 않았다. 다만 내 경제 활동을 책임지는 KR도 있어야 했고, 나태한 나를 채찍질하기에 정말 좋은 목표였다. 그런데 지금 돌이켜보면 잘못된 목표를 세워 아쉬움이 남는다. 올 해는 퀀텀 점프를 위해 기를 모으고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기간이었지 내가 쌓은 능력을 발산하여 재화를 벌어들일 때는 아니었다.
나는 보통 1주 단위로 단기 목표를 세워 리소스 플래닝을 한다. 보통 리소스의 대부분은 내 업무 성장과 관련이 깊다. 개발뿐만 아니라 글을 쓰고 강의를 하는 등 도전하는 영역이 늘어나는 만큼 하루의 대부분은 일로 가득 찼다.
사실 나는 취미가 별로 없는 워커 홀릭이다. 운동(헬스, 농구), 사교 활동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은 노트북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내가 성장한다는 것에 굉장히 희열을 느낀다. 작년의 나를 돌아봤을 때 "어렸었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 뭔가 묘한 느낌이다. 그래서 일을 한다는 것은 내겐 숨 쉬듯이 일상이다. 항상 높은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기 위해 치밀하게 생활한다.
그런데 최근 들어 곰곰이 생각을 해보자니 내가 생각했던 목표대로 잘 흘러가지 않았다. 연초에는 1년간 디지털 노마딩을 하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자고 다짐했었으며, 잘 될 것이라 예상했던 일들은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새로운 기회를 잡을 때 내 힘으로 잡은 것보단 주변 사람들과 운을 통해 잡은 것이 많았다.
그래서 문뜩 한 번 목표를 정하고 나면 경주마처럼 옆을 보지 않고 달리는 내 모습을 반성하기 시작했다. 성장과 목표만을 향해 살아간다면 '내가 틀렸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할 순간들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열심히 이 목표를 달성했으니 잘하고 있는 걸 거야", "예전에 못했던 것들을 이제는 잘하게 됐으니 난 성장했어" 언제부턴가 이를 통해 자기만족에 그쳐있었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고 강하게 느낌이 왔다.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만나고 싶은 사람들과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하거나, 몰입할 수 있는 취미 생활을 찾고 주변 사람들과 함께 한다거나 같은 다양한 활동은 자연스럽게 나를 객관화하고 돌아볼 수 있는 순간을 마련해줄 것이다.
나 자신의 프레임에 갇힌 채 최선을 다했고 성장했다는 오만함을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다.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뭘 하고 있는지 혼란스러울 때가 많았다. 개발자이나 개발을 거의 하지 않았다. 글을 쓰고 있으나 필력이 좋지 않으며, 강의를 찍고 있으나 강사만큼 전문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 현재는 회사를 성장시키는 Growth 전략에 관심이 많지만, 앞으로도 그 분야로 전문성을 채워나갈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사실 어느 순간부터 내 개발 커리어에 있어 자존감이 낮아지고 있더라. 다른 개발자 친구들은 1년간 개발 실력을 키우며 성장하고 있을 텐데, 나는 제자리걸음이었다. 개발을 엄청 잘하는 것도 아니고 글을 잘 쓰는 것도 아니고 딱 특출 나 보이는 게 있어 보이지 않았다. 그럴수록 나는 제네럴 리스트다 라는 위안을 삼으며 외로움을 꿀꺽 삼켰었다.
그런데 진짜 다재다능한 사람들을 보면서 제네럴 리스트는 다재다능에 가까운 용어지 다해봤다능(ㅋ)이 아니었다. 얕고 넓게 건드려보는 것은 이미 전문 분야를 부러뜨려야 이를 레버리지 삼아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습득이 가능하다는 것.
개발 공부를 안 하면서 개발자라고 이야기하고 글을 잘 쓰는 것도 아닌데 작가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한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채 연결성이 있는 다른 분야에 도전해보자. 이게 개발이 될지 글이 될지 강의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간단하다. 올해 느낀 걸 내년에 적용하면 된다.
1. 성장 모멘텀을 만들기 위한 전문성을 키워나가되
2. 여유를 가지고 주변을 둘러보며
3. 주변 사람들에게 항상 감사해하자.
가끔은 틀리고 잘못돼도 괜찮다 이를 양분 삼을 수만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