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윤혜 Apr 07. 2019

아빠가 너는 대체 무슨 일을 하냐고 물었다.

미디어 스타트업에서 첫 커리어를 쌓고 있습니다만


"엄마 나 이번에 라이브 방송했다?"

"어디에 나왔는데?"

"유튜브랑 페이스북!"

"그거 방송 아니잖아?"

"..."


작년에 헤이스타트업에서 라이브를 진행한 뒤 엄마한테 자랑하려고 전화했다가 그저 말문이 막혔던 적이 있습니다. 방송이라면 자고로 거실 TV에서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엄마에게 유튜브와 페이스북은 낯선 세계인 거겠지요. 뉴미디어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스타트업 종사자들이 이런 고충 아닌 고충을 겪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P2P금융 스타트업에 다니는 선배가 있는데, 부모님은 대부업 회사 다니는 걸로 알고 있다고...하핳)


그런데 최근에 유튜브를 조금씩 보기 시작한 아빠가 저한테 묻더라고요. 너는 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고, 너네 회사는 어떻게 돈을 버냐고.

사실 회사의 형태를 띠게 된 것도 얼마 되지 않아 팀이라는 단어가 더 편하지만, 이번에는 아빠한테 정말 잘 설명을 해드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빠들의 술자리에서 딸 자랑만큼 신나는 일이 또 없으니까요.




태용의 ㅌㅇ이 EO가 되고 EO는 Entrepreneurship&Opportunities 가 되었다


저는 지금 EO라는 미디어 스타트업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EO에 대해서는 대부분 잘 모르고, 스타트업 종사자라면 '태용' 채널, 'ㅌㅇ', '스타트업 전문 크리에이터 태용'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을 거예요. 네, 그분이 저희 팀 대표입니다. 그분의 상당한 팬이었던 저는 작년 5월 말부터 미국에서의 리얼밸리 시즌2 촬영 작업을 시작으로 인연을 맺게 되었고(⭐️성덕⭐️) 조금씩 팀원이 늘어나면서 현재 6명이 한 사무실에서 함께 일하며 어느 정도 팀으로서의 체계를 갖추어나가게 되었습니다. 아직 페이스북과 유튜브의 채널명은 '태용'이지만 조만간 EO라는 이름으로 정식 리브랜딩 될 예정이에요-!


1인 크리에이터로서 채널을 운영하다가 팀이 된 만큼 저희는 미디어로서의 역할을 더 확대해나가려고 합니다. 그런데 미디어라는 거, 정말 어려운 것 같습니다. 최근에 대표한테 미디어 스타트업의 어려움에 대해 털어놓은 적이 있어요. 스타트업이라는 게 어떤 고객들의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해주는 거라고 정의한다면, 우리에게는 명확한 고객이 보이지 않는다고요. 기존의 무언가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고객이 존재하는 게 아니라, 다수가 모인 집단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대중'을 상대해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즉, 1+1=2가 아니라 1+1=2+a의 개념인 거죠. 고객 한 명 한 명이 느끼는 불편함이나 문제점을 해결하는 걸 넘어서 저희가 먼저 대중들에게 기존에 없던 새로운 가치와 문화를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고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저희 팀에서 미션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에 제가 가장 와 닿았던 건 바로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정보와 네트워크의 격차를 해소하고 개인의 성취를 돕는다' 였는데요. 저희는 이를 위해 스타트업 문화를 확산하고, 사람들의 다양한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고 있습니다.


저는 특히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한 콘텐츠에 집중하고 '커뮤니티 디벨로퍼'라는 이름을 명함에 새기게 되었는데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저희의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모여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이를 발전시켜 스타트업 문화를 확산하겠다는 포부를 담았습니다. 최근에 오프라인 행사 <태용의 더 리얼>을 기획했고 2회까지 진행했는데 행사가 끝날 때마다 매번 울컥하고 온라인 콘텐츠 조회수가 터지는 것과는 또 다른 의미로 전율을 느끼고 있는 요즘이랍니다.


1회는 열정에 기름붓기 표시형 대표와, 2회는 아마존에서 12년 동안 근무한 박정준 님과 함께 했다.


"근데 영상으로는 어떻게 돈을 벌어?"


유튜브라는 공짜 서비스에서 볼 수 있는 영상을 만드는데 딸이 매달 월급을 받는다고 하니, 아빠가 제일 궁금해했을 부분입니다. 저희는 여러 기업 및 공공기관과 협업을 하고 있어요. 저희 채널의 독자들이 스타트업 및 IT/테크 업계 종사자이다 보니 이들에게 브랜드를 노출시키고 싶은 곳에서 저희에게 연락을 합니다. '리얼밸리', 'voyage' 시리즈와 같은 저희 채널의 오리지널 콘텐츠와 비슷한 형태로 인터뷰를 제작해달라는 의뢰가 많아요. 그럼 저희는 인터뷰를 진행하고 collaboration with ### 라는 타이틀과 함께 저희 채널에 영상을 업로드하게 됩니다.


콜라보레이션 콘텐츠를 만들면서 배운 건, 예전엔 '광고는 다 사람들이 싫어하는 거 아냐?' 였는데 이제는 '콘텐츠로서 유익하다면 그들은 광고인 걸 알아도 재밌게 본다' 라는 거예요. 덕분에 더욱 더 독자들이 원하는 건 무엇일까 고민하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미디어 스타트업을 하면서도 먹고살 수 있겠다 라는 확신을 갖게 된 부분이기도 하고요. 사실 영상 업계는 워낙 빠르게 크고 있고 인터뷰 영상을 만들 수 있는 프로덕션이야 많겠지만 저희 채널과 같은 독자들을 보유한 곳은 하나도 없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엄청난 차별점을 가진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저희도 독자들의 수준에 부합하는 전문적인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요.


노트북을 열어 아빠한테 저희 채널의 영상들을 보여주며 한참을 설명드렸더니 아빠가 꽤 흥미로웠나봐요. 인터뷰 진행을 한다고 했던 날 저녁에 인터뷰는 잘 끝났는지 궁금해서 전화를 하셨더라고요. 제가 열정을 쏟고 있는 이 일의 의미를 아빠가 조금은 알게 된 것 같아서 마음 한편이 든든해지는 그런 저녁이었습니다.




사실 스타트업에서 첫 커리어를 시작하면서 한동안은 불안감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게 사실입니다. 언론고시도 준비했었고, 대형 신문사에서 인턴 경험을 하면서 타이틀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채 한 번 제대로 쓰지 않고 스타트업을 선택한 이유는 바로 조직과 함께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것 때문입니다. 내가 행동하는 게 곧 우리 팀의 행동이 되고, 그 작은 행동들이 모여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순간의 연속이거든요. 그만큼 책임감도 막중하고 내가 하는 이 선택이 옳은 것일까 하는 불안함도 항상 존재하지만 극한의 압박 속에서 저는 더욱 더 최고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다고 믿으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부딪히고 깨지는 중이랍니다.


저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얼마나 성장할 수 있었을까요. 리얼밸리 시즌2를 찍으러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건너갔던 게 5월 말이니 벌써 10개월이 넘었더라고요. 그동안 정말 많은 일을 했고 매번 새로운 것들 투성이었습니다. 다음번에는 10개월 동안 스타트업 주니어도 아닌 쭈구리로서 제가 겪었던 숱한 시행착오들에 대해 적어보려고 합니다. 눈물 없이는 못 쓸 것 같지만... 저와 같은 스타트업 쭈구리들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글로 남겨보도록 하겠습니다 :-)


부족한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오늘도 고군분투 중일 스타트업 주니어들 화이팅-!!



우리 팀 콘텐츠 정말 잘 만들어요! >> 태용 채널 둘러보기

제가 기획하고 있는 스타트업 토크쇼 <태용의 더 리얼> 소식이 궁금하다면? >> 소식 구독 신청하기

작가의 이전글 우리가 관계를 찾아 헤매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