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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씨걸 Jul 20. 2022

67kg에서 시작하기

120일 남았는데 바프 가능?

폭식이 이어진 이후론 다이어트 결심만 수차례. 그럴 때마다 나는 트레이너 선생님에게 각오를 다졌다. 매일같이 폭식을 하던 습관은 비교적 잦아들었지만 여전히 완벽하게 고쳐진 건 아닌지라 평일엔 열심히 운동과 식단을 병행해도 주말이 되면 늘 음식을 찾았다. 그리고 주말 폭식의 결과는 스스로를 '양심 없음'이란 감옥 속에 가두는 형태로 나타났다. 그리고 그 감옥 속에서 나를 꺼내 주는 건 늘 선생님이었고.


이 때 선생님 네이밍은 악쿠마였다.


고맙게도 선생님은 내가 뻔뻔함을 내세우며 다짐을 내뱉을 때마다 용기와 희망은 주었다. 지난 몇 달을 함께 운동해오고 나의 다이어트 패턴을 이미 파악한 사람으로서 이 회원에게 어떤 방식으로 이 프로젝트에 임하게 해야 할지 이미 결정한 것 같았다. 그러니 주말의 나의 식생활은 선생님에겐 이미 안 봐도 비디오였고 오프라인에서는 적절한 채찍으로 온라인에서는 꽤 괜찮은 당근으로 다이어트 의지를 불태워주었다. 이를테면 수업 시간엔 거센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도록 운동을 시켜도 수업이 끝나면 체지방율이 20% 아래로 떨어지는 날엔  선물을 주겠다는 방식으로. 그는 날 잘 알았다.


그러나 선생님의 다부진 노력에도 불구하고 조건들이 그다지 매력적인 건 아니었는지 주말에 음식을 완벽히 조절하기란 쉽지 않았다. 월요일 아침이 되면 늘 잔소리를 들었다.


"아니, 왜 주말만 지나면 살이 쪄서 오냐고~!"

결국 나에게 필요했던 건 충격요법이었다. 인바디 충격요법.


"저 오늘 인바디 잴게요."
"오늘 안 재도 될 텐데요."
"아니요. 저 충격요법이 좀 필요해요."


속은 매우 긴장했지만 티 나는 건 또 싫어서 아주 당당하게 말했다. 그리고 아주 신성한 의식처럼 양말을 벗고 애플 워치를 뺐다.


"아니, 뭐 그렇게까지 해? 애플 워치 그거 얼마나 나간다고요ㅎㅎ"
"정확하게 해야죠~!"


정확하게 한 게 66.9kg. 나는 67kg였다. 충격이다.


인바디 애플리케이션을 들어가 보면 그동안 나의 인바디 데이터가 축적되어 있다. 운동을 처음 시작하던 과거에 비하면 66.9kg라는 무게는 꽤나 성공적인 결괏값이지만 최근 한 달을 돌이켜보면 난 5kg 이상이 불어나버렸다. 비상사태. 정말 비상사태다.


코로나로 헬스장의 문을 닫은 6주간 제법 유지에 성공했다. 다시 문을 열었을 땐 분명 최저 몸무게인 61.6kg. 조금만 노력하면 50kg 대 진입이 코앞이었다. 그런데 67kg?????... 원래 속도라면 지금쯤 체지방율이 25% 이하로 떨어졌어야 하는 건데, 거의 다 온 건데 내가 망친 거구나. 선생님이 하나하나 분석해주는 내용이 귀에 들어오지 않은지 오래. 내 눈엔 66.9만 보일 뿐이었다.


"선생님 120일 남았는데 진짜 가능한 걸까요?"


이 질문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르겠다. 수도 없이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동안에도 선생님은 "할 수 있어요. 대신 열심히 해야죠."라고 같은 대답을 해주었다. 일반적으로 바디 프로필을 찍는 여성들의 인바디 수치가 체중은 50kg 초반대, 체지방율은 16~18%대이니까 나는 앞으로 20kg 가까이를 감량해야 하는 셈이었다. 아니, 그런 게 이게 가능한 게 맞냐고. 그 짧은 순간에 이만큼의 생각이 머릿속을 휘젓는 중이라 선생님의 멘트에서는 내가 듣고 싶은 말인 "할 수 있어요"만 입력이 되었다.


눈치가 있는 사람이라면 아무리 듣고 싶은 대로 들었어도 말의 무게가 내가 삭제해버린 "대신 열심히 해야죠"  실려있다는  알고 있을 . 나도 그랬다. 그런데 아무렴 어때. 일단 가능하다는 거잖아. 그럼 그냥 해보자. 뱉은 말엔 책임을 져야 하니까.


이렇게 시작바디 프로필 여정. 이 여정의 끝엔 뭐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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