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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씨걸 Dec 28. 2022

12월의 편지

안녕하세요. 여러분. 수지입니다.

다들 크리스마스 잘 보내셨나요?


저는 12월 말이 한 해를 결산하는 시간을 갖고는 합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12월 28일, 삼성동의 어느 카페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러니 저는 당신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며 한 해를 마무리하는 셈이네요.


올해의



올해의 인물 : ?

저는 매년 저에게 가장 영향을 미친 한 명을 '올해의 인물'로 꼽습니다. 제가 성장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했던 분 한 명을요. 2019년엔 이전 직장의 동료였던 마니형, 2020년엔 대표였던 차니동이 그랬고 2021년엔 저의 헬스 선생님이었죠. 아쉽게도 올해는 한 사람을 꼽진 못했는데요. 대신 다양한 사람들이 조금씩 나누어 그 역할을 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올해의 이벤트 : 이직

아무래도 현재의 회사에 이직하게 된 일 아닐까요. 이전에도 '공유'서비스 회사에 있었기 때문에 '공유'에는 오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허허. 그런데 입사 지원서를 넣고 1,2차 인터뷰를 통과하면서 어느 한순간도 예사롭지 않았어요. 운이 좋은 건지 좋은 팀장님과 동료들을 만나서 감사하게 6개월을 보냈습니다. 시간이 참 빠르죠. 저는 커뮤니티 매니저로 지점에 상주하며 지점 관리 및 그중에서도 주로 지점 내 이벤트를 기획하는 PM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삼성동 지점 전체 멤버들을 대상으로 연말 이벤트를 마쳤는데요. 3,000명 규모의 이벤트는 저도 처음인지라 우당탕탕의 연속이었지만 찐 팀워크를 제대로 경험하면서 감사하게 12월을 마무리했습니다.



올해의 단어 : 투명

저를 표현하는 단어 중, 가장 정확하지만 참신하다고 생각한 올해의 단어는 '투명'입니다. 이전에 보낸 9월의 편지 도입부에 "수지는 누구보다 도움이 필요할 땐 잘 요청할 줄 알고, 처음엔 낯을 가려서 진입장벽이 좀 높을 수 있지만 친해지면 엄청 투명해. 열심히 살고 커리어우먼처럼 보이는 것도 정말 그렇게 되고 싶은 마음이 진심이라서, 투명해서 그래." 이런 말을 적은 적이 있었죠. 이 말이 꽤 마음에 들었나 봐요. 한동안은 '이렇게 솔직하면 안 되는 건가?' 생각에 바꿔보려고 시도도 해보았는데, 누군가 그러더라고요. "어차피 그렇게 못해. 거짓말하면 다 티나. 그러니까 생긴 대로 살아." 네, 그 말이 맞아요. 그게 저예요.


올해의 브런치 : 쿳사

외식을 할 때 기분을 내고 싶다면, 꼭 소문난 브런치 집을 선택합니다. 좋은 분위기에서 좋은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를 것보다 행복은 없으니까요. 올해 발견한 브런치 가게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은 호주식 브런치를 만드는 "쿳사"입니다. 연희동에 본점이 있고 최근엔 숙명여대에 2호점을 오픈했습니다. 먹어본 모든 메뉴가 실패가 없었을뿐더러 함께 한 이들 모두가 만족스러운 경험을 했습니다. 함께한 이 중 한 명은 "지금까지 먹어본 적 없는 브런치, 모든 게 맛있었다."라고 코멘트를 남겨주었는데요. 역시 믿먹수. (믿고 먹는 수지 맛집) 분위기는 두말할 것도 없고요.


올해의 카페 : 텅 / 심재

올해 가장 많이 갔던 카페가 두 곳 있는데요. 하나는 서촌에 "텅" 다른 한 곳은 삼성동 "심재"입니다.
무엇을 해도 편한 친구를 만나는 날엔 거의 서촌을 선택합니다. 가장 무난하면서도 가장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안국역에서 친구를 만나 서촌에서 삼청동 그리고 경복궁역을 돌아 다시 서촌으로 돌아오는 코스는 매번 가도 매번 좋으니까요. 그 길목에 있는 카페 '텅'. (저녁엔 '비어있는 삶' 와인봐) 양 옆에 크게 뚫린 창 너머의 풍경은 봄, 여름, 가을, 겨울 내내 눈을 뗄 수가 없어요.
삼성동의 심재는 회사 바로 옆 건물에 오픈한 카페인데요. 공사를 시작할 때부터 '언제 들어오나' 목이 빠지게 기다렸는데 어느새 꽤 근사한 카페가 들어와 있더라고요. 왜 가끔 그런 날 있잖아요. 일 하다가도 내게 좋은 커피 한 잔 사주고 싶을 때. 그럴 땐 꼭 이곳에서 테이크아웃을 합니다. 지금도 바로 이곳, 심재에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삼성동에 오시면 팟타이-심재 코스로 데려가 드립니다.)


올해의 소비 : 스위치 랩탑 브리프 케이스

올해 가장 잘 샀다고 생각한 건, 바로 스위치의 랩탑 브리프 케이스. 말이 어렵지만 노트북 가방이요! 하루에 이동 시간이 길어지면서 항상 맥북을 들고 출퇴근을 해야 했어요. 노트북 가방 항상 고민하던 차에 무신사 블랙 프라이데이 때 30% 할인된 가격에 구매를 했습니다. 새 가방을 들고 출근하던 날 회의시간에 만난 팀원들에게 얼마나 자랑했는지 몰라요. 이렇게 예쁜데, 합리적으로, 잘 샀다고 말이죠!

https://www.sweetch.co.kr/Cityboys/?idx=544


올해의 물건 : 아로마티카 돌고래 괄사

아로마티카의 돌고래 괄사는 왓츠인마이백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물건이에요. 일과를 마치고 바디 오일 바르면서 괄사로 몸을 마사지하는 시간은 하루 중 가장 애정하는 시간입니다.

https://www.aromatica.co.kr/product/detail.html?product_no=1511&cate_no=915&display_group=1


올해의 옷 : 아르켓 화이트 케이블 니트

저는 데님을 정말 좋아합니다. 할머니가 되어서도 청바지 입고 다니고 싶은 사람이니까요. 청바지에 가장 잘 어울리는 룩은 화이트 케이블 니트라고 생각합니다. 군더더기 없고 깔끔 그 자체. 저는 성별에 상관없이 누구나 제일 예쁜 건 '청순함' 이라는데 완전히 동의해요. 화이트 케이블 니트와 데님 조합은 청순 그 자체. 그래서 올 가을 아르켓 신제품이 나왔을 때 2년을 찾아 헤매도 발견하지 못했던 맘에 쏙 드는 케이블 니트를 샀습니다.


올해의 모먼트 : 이상형

여름 언젠가 버스를 타고 집에 가던 길에, 갑자기 이런 생각이 떠올랐어요. '와, 나는 나를 헷갈리게 하는 사람을 만나면 안 되겠다.' 지금까지 이상형이라곤 없던 제가 어느 날 이상형이란 게 생긴 거죠. 이 날의 감각은 너무 또렷해서 강렬하게 남아 있어요. 그리고 신이 나서 친구에게 전화를 했더랬죠. " 여진아, 나 이상형 생김."


올해의 감사 : 오히려 좋아

2022년의 다이어리를 처음 펼쳤을 때, 가장 먼저 적었던 글은 잠언 16장 9절의 말씀이었습니다. "사람이 마음으로 아무리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 그리고 정말 신기하게도 제가 계획한 대로 된 것은 단 한 개도 없었습니다. 상반기엔 예상외로 이직 준비 기간이 길어져서 인생의 쓴 맛을 호되게 보았고,  중간중간 직면한 관계의 문제에서도 제 뜻대로 되는 건 없었습니다. 9월의 편지에서 야심 차게 계획했던 브런치북 프로젝트에 실패했고요. 남은 2022년에 운동을 열심히 하겠다던 포부마저도.. 대신에 기다림 끝에 합격한 회사에서는 챌린지 할 수 있는 기회들이 주어졌고, 누군가는 떠나보내야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제게 와 주어서 깊은 우정을 누렸습니다. 글을 쓰는 시간은 줄었지만 대신 친구들과 많은 추억을 쌓았고 헬스장에 출근 도장 찍는 횟수는 줄었어도 기도하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그러니 결국엔 제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아서 오히려 좋은 거죠. 저는 그게 가장 감사해요 올 한 해.


올해의 고마움 : 엄마

아무리 작은 것에도 감동하는 저이지만, 그래도 잊지 못할 감동을 준 사람은 절대 잊을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마저도 여럿이지만 망설임 없이 말할 수 있는 단 한 사람은 바로 저희 엄마입니다. 엄마는 늘  "네가 낙심할까 봐 그게 제일 걱정 돼."라고 우는 저를 다독여요. 어렸을 땐 정말 많이 싸웠는데 이제는 누구보다 친한 친구가 된 거죠. 제일 가까운 곳에서 저를 진실되게 봐주는 유일한 사람. 울 엄마 사랑해.


올해의 말 : 우린 안전해

한 해동안 가장 많이 한 말은 "우린 안전해"입니다. 이젠 저만의 시그니처가 되어버린 이 말은 항상 저에게 힘을 줍니다. 친한 친구들과는 카톡을 마무리할 때 인사처럼 "우린~" / " 안전해!"를 하는데요. '미래는 늘 불안하지만 어떻게 되어도 우린 안전하다.'는 의미를 담아 친구에게도 저에게도 메시지를 전하는 방식이랄까요.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이 한 문장이면 정말 마음이 평안해집니다. 그러니 제가 걱정이 많아 보일 땐 옆에서 말해주세요. 우린 안전하다고.


내년은


이 맘 때쯤이면 파워 J의 내년은 어떻게 지낼지 계획이 어느 정도 세워져야 하는데 어떻게도 계획이 세워지지 않습니다. 그냥 맡겨버리자는 느낌으로 마음가짐을 달리 했더니 편해요. 훨씬. '내년엔 뭘~ 더 해야지. 이것도. 저것도.' 하는 생각들은 하고 싶을 때 하면 돼요. 그러다가 안되면 그건 그대로 두고요. 대신에 이런 생각은 해두었어요. '어떤 사람이 되어야지' 같은 것들. 얼마 전 첫인상 게임에서 모르는 누군가가 남겨 준 "부끄러워하지만 할 말 다하는 게 귀여움." 이 메모를 기억해요. 저는 내년에도 그렇게 살던 대로 살래요. 약간의 귀여움을 한 스푼 더 얹은..


12월 중순 즈음에 제가 집으로 보낸 카드를 받으신 친구 여러분, 그리고 이 글을 통해 12월의 편지를 받으신 친구 여러분. 올 한 해 모두 저의 친구가 되어주시느라 고생했습니다. 그리고 회사에서, 학업에서, 가정에서, 여러 관계의 홍수 속에서 제 자리를 지킨 것도 너무 대단해요. 저는 언제나 여러분이 와서 조잘조잘 말하고 싶은 친구가 되어주고 싶어요. 안심할 수 있는 사람. 이 편지를 받은 사람이라면, 분명 제가 많이 조잘대는 분일 테니까요!


행복한 연말 되시기 바랍니다.

우린 안전해.


22.12.28. 삼성동 심재에서.

수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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