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인사말 들어보셨어요?
“손님 유튜브 보시죠?”
인사말에 정해진 규칙이 없다는 건 알지만 택시에 탑승하자마자 들은 첫마디라고 하기엔 어쩐지 생소하다. 나는 관성적으로 머리를 굴리며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려 했다. 정치 이야기를 꺼내려는건가 싶어서 잠깐 긴장하기도 했다.
“네 그럼요!”
“그럼 지금 유튜브에서 ㅇㅇㅇㅇ 검색하고 구독해주세요. 저는 크리에이터입니다“(^로봇같은 말투로^)
뭐지 이 예측할 수 없는 대화의 흐름은. 이 아저씨 마케팅 천재잖아? 나는 신선한 인사법과 자신을 ‘크리에이터’라 칭하는 소개법에 연타를 맞은 뒤 홀린듯 기사님의 1만52XX번째 구독자가 됐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아저씨는 주행 시간 내내 자신의 채널 활용법을 설명했다. 시간이 부족해서 지난 경쟁 피티에서 졌다고 생각하는 이는 이 택시에 탑승하길 바란다. 5분이라는 시간동안 요점만 귀에 쏙쏙 박히게 발표하는 모습을 라이브로 접할 수 있을테니까.
아저씨의 채널을 쭉 둘러봤다. 신기한 걸 발견했다. 구독자수 대비 개별 콘텐츠의 조회수가 저조한 편이라는 점이다. 나는 구독자 1.52만명과 게시물 평균 조회수 200~300건이라는 숫자의 간극에서 탑승객을 상대로 치열하게 구독자 유치전을 벌인 아저씨의 노력을 읽을 수 있었다.
아마 아저씨는 모슨 탑승객에게 구독을 권했을 것이다. 그리고 ‘최소 5분’ 이상은 채널 활용법을 설명했을 것이다. 2년 전부터 크리에이터로 활동했다고 하니 2년 간 700일 가량 운행했다고 가정하면 하루 평균 21.7명의 승객에게 유튜브 홍보를 한 것이다. 구독자 1.52만명이라는 숫자는 하루 최소 21번 반복된 최소 5분의 노력이 누적된 결실인 것이다.
그렇게 웃기고 귀여운 일화에 그칠뻔했던 ‘구독 주행 택시’ 에피소드는 일과 삶에 대한 태도를 되돌아보게 하는 전환점으로 기록됐다. 나의 누적된 5분은 어떤 것들일까. 기사가 나간 후 인터뷰이와 전화나 카톡으로 씨름을 했던 그 5분들이 내 맷집과 그릇을 키워줬을 것이다. 너무 지쳐서 동료에게 말을 꺼낸 그 5분은 엉덩이 무거운 동료애를 만들어줬을 것이다. 기사를 퇴고하는 5분은 어색한 표현을 고치고, 더 나은 대안을 반영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깜보와 자기 전 나누는 5분의 대화는 50년 후에도 우리가 함께하거란 확신의 단서가 돼주고 있다.
거창하지는 않지만 나도 모르게 차곡차곡 쌓아온 5분들이 유무형의 성취의 탑을 이루고 있었던 것이다. 작은 성취에 과도하게 의미를 부여하고 자신에게 심취하는 타인들을 보며 솔직히 모양 빠진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데 이를 등한시하는 것도 경계해야 할 것 같다. 아마 아저씨는 구독자 하나하나가 너무 귀해서 1.52만명이나 모은 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