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대학생 기자단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기사쓰기 강연을 했다. 내가 누굴 가르쳐줄 입장이긴 한걸까 의문이 들기도 했는데 그동안 정리한 자료와 경험을 파도타기하니 꽤나 많은 데이터와 논거가 있더라. 지난 시간이 헛되지 않은 것 같아 안도했다.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하면 별로 도움이 안될 것 같아서 아주 기초적인 내용으로 스크립트를 짰는데, 눈을 반짝이며 자기가 들은걸 놓칠새라 메모하는 대학생 친구들을보니 안심이 됐다. 나도 옛날에 언론사 입사 강연, OO일보 기자 특강 이런델 주구장창 다녔다. 대학생 기자단 같은 대외활동도 했었다. 그땐 내눈엔 통솔자들이 온전한 어른으로 보였는데, 이날 나도 그렇게 보였을까? 그건 잘 모르겠다.
잡생각이 많은 타입이라 시간이 날 때마다 내가 하는 일의 속성을 분석하곤 한다. 어떤 분야의 지식을 쌓기보단 그 지식을 휘발하고, 소비하는 일에 가까운 것 같아 공허함을 느낀 적도 많았다. 하지만 가끔 이런 자리가 생겨서 나의 잡기(?)를 착즙하다보면 인지하지 못했던 기술이나 노하우가 내 안에 쌓였음을 인지하게 된다. 나는 쏟아지는 정보 중에서 전달 가치가 있는 것을 골라내는 것을 잘하는구나. 그것을 가장 전달하기 쉬운 방식으로 재구성 하는 것에 능하구나 등등. 일간지 취재기자들처럼 출입처와 소통하면서 정보를 캐는 능력은 부족한 것 같은데, 정보 전달의 매개로 글을 다루는 일에는 꽤 익숙해진 것 같다.
누군가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건 행위는 지식 습득을 전제로 한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일을 하면서 얻은 지식이나 능력치를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노동에 몸을 갈아넣으면 나의 쓸모를 의심하게 되는 상황에 놓이는 것 같다.
흔히 일을 오래 잘하고 싶으면 롤모델이나 멘토를 두라고 조언한다. 맞는 말이다. 그분들이 걸어온 길은 성공 사료이자, 검증된 루트다. 하지만 그 길을 마냥 좇다보면 독창성을 구축할 기회를 놓치게 되는 건 아닐까 우려된다. 나는 강연 자리나 인턴처럼 교육 대상과의 교류 속에서 이정표를 발견하곤 했다. 눈 앞의 것들을 해치우는데 급급해 돌아보지 못했던 지난 시간을 회상하며 그동안 만들어온 길이 어떤 모양인지 확인할 수 있으니까. 쓸모는 유무의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 발견해서 개발해야 하는 대상임을, ’나는 쓸모가 없는 것 같다’며 좌절하는 이들에게 꼭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