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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녜 Feb 05. 2020

설렘에서 상상, 연애까지의 과정

f(x) 루나, Free somebody MV 분석

벌써 4년이나 지난 노래지만,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면서도 안타까운 곡이다.

평소 루나 스타일의 창법(시원하게 올라가는 고음이 특징인)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Free somebody는 루나의 목소리가 너무 매력적으로 들리게 해 준, 정말 찰떡 같이 어울렸던 곡이다.


곡도 곡이지만, 설렘-상상(김칫국)-연애로 넘어가는 과정을 이렇게 세련되게 표현한 뮤비가 묻혔다는 것이 너무 아까웠다. SM 특유의 아티스틱한 분위기를 애니메이션+실사로 풀어냈다는 점이 새로우면서도 매력적이었다.




#엘리베이터: 내 모든 상상이 이루어지는 공간

어떤 엘리베이터 안에 들어있는 루나를 비추면서, 뮤비는 시작한다. 마치 첫눈에 반한 이성을 보는 듯, 루나는 비현실적인 후광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 엘리베이터는 움직이지 않는다. 바닥에 고정되어있다. 언제 어디로 움직일지 모르는 엘리베이터의 속성을 완전히 무시한 이곳은, 현실이 아닌 루나를 바라보는 어떤 이의 '상상의 공간'이다.

엘리베이터와 같이 변덕이 심한 마음은, 루나를 바라보고서는 멈추었다.


장면이 바뀌고, 움직이는 '현실' 엘리베이터로 공간이 바뀐다. 그리고 이 안으로 파란 옷을 입은 남자고 들어온다. 하지만 루나는 관심 없는 표정을 짓고 있다.



# 사탕: 설렘의 시작

엘리베이터로 들어온 남자는 어떤 사탕을 꺼낸다.그리고 사탕을 먹으려는 남자를 루나는 빤히 바라본다. 화면은 애니메이션으로 변한다.

이때의 가사는 "서로 다른 색에 물들고 다른 향기들로 가득하지만 오감의 끝이 몽환에 젖어 이 모든 감각 일어나는 그곳에"

남자는 루나를 바라보고, 설렘이라는 감정을 느꼈다. 그 순간 설렘은 새로운 상상과 세상을 열게 된다.


#설렘에서 상상으로

다시 움직이지 않는 '상상의 방'으로 공간이 변한다. 처음 보는 사이였던 남자와 루나가 손도 잡고, 식사도 하는 모습이 보인다. 첫눈에 반한 사람이 찰나에 상상하는 그 순간.


그렇다면 루나는 왜 이 곳에 남자가 오기 전부터 있었을까? 남자도 몰랐던 자신의 상상의 방에 루나가 어떻게 먼저 와 있을 수 있을까? 답은 곡 제목에 있다.


루나는 "Free somebody" 누군가를 자유롭게 해주는 존재를 의미한다. 가사에서도 "네 가슴 깊숙이 있어 좀 믿기 힘든 Dream"으로 언급한다. 즉, 루나는 특정 대상이라기보다는 남자의 깊숙한 무의식에 늘 존재하던 어떤 상상인 것이다.


# 사랑은 누군가를 만나고서야 인지하게 된다

깊숙한 무의식에 늘 존재하던 어떤 상상, 감정은 '사랑'이다. 이 사랑은 원래 형태도 없고 깊숙이 있어 꺼낼 일도 없다. 그래서 있다고 믿기도 어렵다. 우리가 사랑을 대하는 방식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그가 현실의 루나를 보고 사탕(설렘)을 먹고 나서야 '상상의 방'에 있던 루나는 형태를 가지고 움직이게 된다.


루나를 만남으로써, 남자는 그 감정이 무엇인지 인지하게 되는 것이다. 현실의 루나는 이렇게 사랑을 일깨워 그를 자유롭게 해주는 somebody라고 할 수 있다.


# 상상에서 감정으로

상상의 방에서 나오자 애니메이션으로 가득 찬 세상이 펼쳐진다. 상상의 방 안은, 구체적인 상상(이 사람과 밥도 먹고, 뽀뽀도 하고, 결혼도 하고...)이 이루어지는 공간이었다면 밖은 그렇지 않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의 세계이다.


우리는 누군가를 보고 사랑에 빠졌을 때, 구체적인 상상외에 묘하고 말랑말랑한 감정을 느낀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순간의 그 느낌. SM은 그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의 영역을 애니메이션으로 연출했다. 현실적이지 않고 몽환적이면서도, 그 아름다운 색감으로 표현 못할 매력을 전달하는 최적의 연출이었다고 생각한다.


# 루나는 누구인가?

루나는 계속해서 실사와 애니메이션으로 섞여 등장한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안, 밖 어디에서든 존재할 수 있다. 왜냐하면 루나는 남자의 마음에 있던 감정 그 자체(사랑)이기도 하면서, 그 감정을 일깨워주는 실제 존재이기 때문이다.


사랑에 있어서 내 마음에 있던 '사랑'이라는 감정이 먼저인지, 그 감정을 불러일으켜준 '존재'(연인)이 먼저인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둘은 구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존재 때문에 감정의 형태를 인지하게 되고, 그 존재는 원래 있던 감정 때문에 의미를 가지게 된다.


# 이제, 연애로

현실로 돌아와, 남자는 설렘의 사탕을 루나에게 건네주며 엘리베이터에서 내린다. 움직이고 임시적인 공간인 엘리베이터, 즉 불확실한 공간에서 지상으로 나아간다. 그 안에 있는 루나에게는 '설렘'을 남기고.


남자가 불확실의 공간에서 나간다는 것은 루나를 두고 떠나는 것이 아닌, 루나와의 관계에 무언가 확실한 태도를 취할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아직은 루나를 데리고 나올 수 없지만, 그 여지를 남겨두고 방법을 찾으러. 루나는 설렘을 전달받고, 남자처럼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묘사가 나온다.

이 뮤비의 2편이 있다면 지상의 공간에서 남자가 루나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장면이 나왔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중간중간 생략된 부분도 많고, 감정을 표현하는 애니메이션이 아주 아름답다. 꼭 한번 시청해보길 바라며 링크를 남긴다.


https://youtu.be/lpwG8f9nt4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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