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호텔을 지어줄 순 있지만 청소가 안되면 아무도 찾지 않는다.
예전에 어느 양조장 투어를 할 때의 이야기이다.
"발효와 숙성의 차이가 뭐에요?"
어떤 관광객이 물어본 한마디.
투어가이드도 그리 조예가 없는 듯 자세한 설명을 하지 못했다.
사실 관광객으로 참여한 필자 역시도 그 이야기를 한마디로 설명할 순 없었다.
사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 둘의 차이가 너무나도 당연한데
배경 지식이 필요해서 모르는 사람에게 한마디로 설명하기가 힘들었다.
물론 나역시도 처음에는 그 둘의 차이가 궁금했다.
조사를 해보았고 그 차이를 느꼈다.
발효는 당이 알콜이 되는 과정이고
숙성은 그 알콜의 나쁜 풍미를 없애고 좋은 풍미가 나타나게 하는 과정이다.
이래도 설명이 되지 않을 것 같아서 해시태그를 달았다.
발효 : #짧은시간 #알코올생성 #CO2생성 #효모 #술 #빵 #만들어지는
숙성 : #긴시간 #풍미생성 #나쁜물질날라감 #자연 #고기 #위스키 #없어지는
영어단어도 찾아 보았다.
발효 Ferment 들끓다.
맥주 발효시 보글 보글 끓어오르는 그 느낌이 생각난다.
숙성 Age 늙어 가는 , 노화 하는
긴 시간동안 천천히 변하는 지혜로운 인간의 모습이 떠오른다.
술을 만드는 건 발효지만
잡내를 없애고 풍미를 더하는건 숙성이다.
발효와 숙성은 세상의 이치와 참 많은 것과 닮아있고 생각한다.
나는 프로그래밍을 전공했고 내가 가진 지식으로 많은 일들을 하고 싶어
IT 스타트업 회사를 차렸다.
스타트업 외주도 많이 하고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시스템들을 성공시켰다.
의욕이 넘치는 많은 사람들도 만났고
실패를 해 낙담하는 사업가도 만났다.
내가 본 세상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내가 본 세상속에서도 분명히 발효와 숙성이 존재한다.
가장 예를 들기 좋은 IT 시스템을 예로 들어 보겠다.
나는 설계자다.
다른 시스템을 설계해주고 만들어주고 돌아온다. (발효)
그렇지만 요구사항은 끊임없이 변화하기 마련이고
그 변화하는 요구사항을 대처해 줄 진득한 개발자가 필요하다.
심지어 워딩하나, 색상하나도 주기적으로 변경시켜주는 인원이 필요하다. (숙성)
그 작업을 IT에서는 유지보수라고 이야기 한다.
유지보수는 중요하다.
간단한 작업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고객의 옆에서 고객의 니즈를 파악한다.
유지보수 인력이 그림 하나 바꾸고 워딩 바꾸는게 너무 쉬워 보일지라도
그 옆에서 그 이야기를 듣고 그걸 해준 다는 것이
다른 어떤 전문가가 와도 할 수 없는 소중한 시간들이다.
몇번의 외주 성공과 몇번의 외주 실패의 가장 큰 차이는
숙성을 담당하는 인력의 존재 여부였다.
숙성을 담당하는 인력에 대한 비용 절감을 위해
무조건 완벽하게 만들어 달라는 프로젝트가 있었다.
실패했고 실패하고 있다.
그렇지만 숙성을 담당하는 인력이 존재했고
이런 이런 사람들에게 인수인계를 해주세요 라고 말한 프로젝트가 있었다.
성공했고 성공하고 있다.
멋진 호텔을 지어줄 순(발효) 있지만 청소(숙성)가 안되면 아무도 찾지 않는다.
IT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분야에서도 비슷한 측면이 존재하는 것 같다.
수능만 끝나면 모두 끝
이 책만 완성 되면 모두 끝
이 대회에 수상하면 모두 끝
대학을 우수하게 졸업하면 모두 끝
적어도 나의 세계에서는 단기간에 끝나는 완벽은 없었다.
끊임없는 숙성이 완벽을 만들어 간다.
수능성적을 잘 보았거나, 책한권을 집필했거나, 대회에서 수상을 했거나
단지 '발효'에 불과하다.
그렇게 만든 알코올을 정말 인정받는 마스터 피스로 만들기 위해서는
'숙성'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사람들은 발효만 된 술보다
숙성이 잘 된 술에 몇십배 몇백배가 된 비용을 지불한다.
2018.5.14. 11시 58분
대흥동에서 제이훈.